[단독]"사면초가 끝에 먼저 제안"..'사냥의 시간' 넷플릭스行 왜?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20.03.23 10:57 / 조회 : 6940
image


윤성현 감독의 '사냥의 시간'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23일 넷플릭스와 리틀빅픽쳐스는 '사냥의 시간'을 4월 10일 넷플릭스를 통해 단독 공개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사냥의 시간'은 190 여개국에 29개 언어 자막으로 서비스될 예정이다.

'사냥의 시간'은 '파수꾼'으로 주목받은 윤성현 감독이 9년여만에 내놓은 신작으로 영화계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새로운 인생을 위해 위험한 작전을 계획한 네 친구들과 이를 뒤쫓는 정체불명의 추격자의 이야기를 담아낸 추격 스릴러다. 이제훈, 안재홍, 최우식, 박정민 그리고 박해수 등이 출연했다. 베를린국제영화제 스페셜 갈라 섹션에 초청돼 한국보다 먼저 베를린에서 소개됐다.

그랬던 '사냥의 시간'이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하게 된 건, 코로나19 때문이다.

'사냥의 시간'은 2월 26일 개봉이었으나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로 극장 관객이 급감하자 개봉일을 연기했다. 이후 극장 개봉을 계속 고려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극장 일일 관객수가 3만여명대로 줄어들자 결국 넷플릭스행을 택했다.

'사냥의 시간'이 극장 개봉은 물론 IPTV 등 VOD 서비스마저 포기하고 넷플릭스에서 공개하기로 결정한 건, 한국영화사에 전례 없는 일이라 주목된다. 코로나19 때문에 생겨난 새로운 풍경인 탓이다.

사실 알려지진 않았지만 당초 '사냥의 시간'은 2월 26일이 아니라 2월 19일 개봉할 계획이었다. 베를린국제영화제 초청이 확정되면서 베를린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해야 하는 원칙 때문에 일주일 뒤로 개봉을 미뤘다. 그랬던 '사냥의 시간'은 코로나19 여파로 개봉을 하염없이 연기하게 됐다. 그 와중에 P&A 비용도 거의 소진했다.

'사냥의 시간'의 순제작비는 90억원, P&A 비용은 25억원 가량 들어 총제작비가 115억원 가량이었다. 극장 관객 손익분기점은 대략 300여만명이었다. 리틀빅픽쳐스에선 '사냥의 시간' 개봉일을 다시 확정할 경우 추가로 집행해야 할 P&A 비용이 대략 13~15억원 가량이 들 것으로 봤다. 그럴 경우 극장 관객 손익분기점은 330만명 가량으로 늘어난다.

권지원 리틀빅픽쳐스 대표는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사면초가에 몰린 상황이었다. 이미 마케팅 비용도 거의 소진한 상황에서 추가로 10억원이 넘는 돈을 더 지출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면서 "극장 상황이 언제 좋아질지, 좋아진다고 하더라도 다른 개봉작들 경쟁 상황까지 고려한다면 답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리틀빅픽쳐스는 고심 끝에 극장 개봉 및 VOD서비스를 포기하고 넷플릭스에 먼저 '사냥의 시간' 공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틀빅픽쳐스와 넷플릭스는 몇차례 논의 끝에 '사냥의 시간' 4월 10일 공개를 결정했다.

통상적으로 넷플릭스에서 한국영화를 공개하는 건, 극장 상영 홀드백 기간이 지나고 VOD서비스를 실시하는 영화일 경우뿐이었다. 한국에선 VOD서비스와 넷플릭스 공개를 동시에 하고, 해외 공개는 넷플릭스를 통해서 하는 사례도 점점 늘고 있는 추세였다.

하지만 '사냥의 시간'처럼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아닌 한국영화가 극장 개봉 없이, VOD서비스도 한국에서 별도로 실시하지 않고, 오롯이 넷플릭스를 통해서 공개하는 건 처음이다.

이와 관련해 넷플릭스는 리틀빅픽쳐스에 사실상 '사냥의 시간'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는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지원 대표는 "넷플릭스에서 제시한 금액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회사 입장에서 납득할 수 있는 계약을 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와 제작사 및 투자배급사간의 콘텐츠 계약은 여느 VOD서비스 계약과는 다르다. 일반적으로 VOD서비스는 관람을 할 때마다 제작자, 투자사에 수익이 더 발생하는 방식이지만 넷플릭스는 대체로 총금액을 정하고 분할로 지급하는 방식을 쓴다. 오리지널 콘텐츠는 약간 다르다. 대외비지만 오리지널 콘텐츠는 이런 방식에 더해 반응이 뜨거운 콘텐츠는 보너스 형태로 추가 지급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냥의 시간'은 이런 경우들과 또 다르다. 넷플릭스와 처음부터 한국 및 해외 스트리밍 공개 계약을 체결한 것도 아니며,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도 아니다. 극장 배급과 VOD 서비스 대신 넷플릭스 독점 공개를 택한 사례다.

'사냥의 시간'이 소기의 성과를 낸다면 코로나19로 달라진 극장 환경에서 넷플릭스가 새로운 한국영화 공개 플랫폼이 될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3월 개봉을 하려다 코로나19로 연기한 한국영화 상당수가 '사냥의 시간'과 처지가 비슷한 까닭이다.

코로나19 여파가 언제 가라앉아 극장 상황이 정상화될지 가늠할 수 없을 뿐더러 개봉이 정해져도 추가 비용과 경쟁 상황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선 넷플릭스 같은 OTT서비스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권지원 대표는 "투자배급사이기에 당연히 극장 개봉이 최우선이다"면서도 "언젠가는 넷플릭스가 영화 공개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냥의 시간'은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상황 때문에 택한 선택이지만 앞으로는 기획 단계부터 그런 고려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냥의 시간'은 넷플릭스로 공개가 바뀌면서 영화 홍보마케팅 업체도 올댓시네마에서 딜라이트로 바뀌었다. 많은 계약 관계가 바뀐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사냥의 시간'은 콘텐츠판다를 통해 해외 20여개국에 판매도 됐다. 권 대표는 "콘텐츠판다에 해외 판매분과 관련해 위약금을 물어줄 테니 계약을 취소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동의하지 않아서 결과적으론 통보가 되다시피 했는데 경영상 선택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과연 코로나19로 영화 플랫폼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사냥의 시간'은 사면초가로 넷플릭스를 택했지만 어쩌면 첫 단추일지도 모를 일이다. 변화는 언제나 그렇게 시작된다.

  • 트위터
  • 페이스북
  • 라인
  • 웨이보
  • 프린트
  • 이메일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