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타자한다고?' SK 강지광 "내 가슴 속 욕망, 숨길 수 없었다" [★인터뷰]

인천=심혜진 기자 / 입력 : 2020.01.11 09:09 / 조회 :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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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만난 강지광./사진=심혜진 기자
투수에서 타자로, 다시 투수로 바꿨다가 또 타자로 나선다. 이렇게 파란만장한 선수 생활을 걷고 있는 이가 바로 SK 와이번스 강지광(30)이다.

강지광은 2009년 2차 3라운드로 LG 트윈스에 입단했다. 당시엔 투수로 뽑혔다. 공익근무요원으로 병역을 마친 뒤 LG에 복귀해 타자로 전향했다. 이후 2013년 2차 드래프트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로 이적했다. 당시 염경엽 감독 신임 하에 타자로서 기대를 모았지만 무릎 십자인대 파열 등 부상으로 인해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결국 2017년 또다시 2차 드래프트를 통해 SK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투수로 돌아갔다. 150㎞가 넘는 빠른 공을 뿌리면서 투수로서의 가능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1년의 적응 기간을 거친 후 지난해 데뷔 첫 승을 신고하는 등 25경기에서 2승4패 6홀드, 평균자책점 3.95로 제 몫을 해냈다. 하지만 이때 어깨 쪽에 통증이 생겼다. 심한 부상은 아니었다. 충분히 회복할 수 있는 부상이었다. 그런데 강지광은 다시 타자를 택했다. 통증도 통증이었지만 타자로서의 꿈에 미련을 놓지 못했던 것이다.

10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만난 강지광은 "다시 타자를 하게 돼 기분이 좋다. 내 의지로 바꾼 것이라 행복하다. 다만 구단, 감독, 코칭스태프 모두 함께 좋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미안함이 크다. 내 선택이 맞도록 올 시즌 좋은 성적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요청 후 하루의 시간이 필요했다. 어떻게 이야기 해야 서로 감정 상하지 않게 이야기 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이 컸다. 팬들에게도 자신의 의지를 잘 전달하고 싶었다. 고심 끝에 인터뷰에 요청한 강지광은 "집에서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할지 아내와 의논을 했다.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며 "사실 말리는 사람이 많았다. 팬분들도 반신반의 하실 것이다. 그래도 내 의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타자로 전향한 후 표정이 조금 더 밝아진 것을 느낀다. 아빠가 웃고 있으니 아이들에게도 좋은 영향이 가더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학적인 면에서는 (어깨 부상이) 충분히 회복이 가능했다. 내 의지가 부족했던 것 같다. 투수의 길이 100% 맞다고 생각했으면 이겨내려는 의지가 있었을 텐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며 "투수를 하고 있을 때 홀드나 승리를 거둘 때도 나의 정체성의 의문이 가득했다. 이게 맞는 길인가 싶었다. 가슴 속 깊은 곳에 타자의 욕망이 여전히 자리했던 것 같다. 숨길 수가 없더라"라며 타자로의 전향 이유를 솔직하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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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로 나섰을 때의 강지광./사진=SK 와이번스


강지광의 야구 인생에서 염경엽 감독을 빼놓을 수 없다. 인천고 재학 시절 강속구를 뿌리는 강지광을 LG에서 지명한 사람이 당시 염경엽 LG 스카우트였다. 그리고 넥센으로 데려간 이도 당시 넥센 사령탑이었던 염 감독이었다. 넥센에서 SK로 팀을 옮길 당시 SK 단장도 염 감독이었다. 솔직하게 터놓을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타자 전향을 말렸지만 이내 그의 의견을 존중해줬다.

강지광은 "감독님께 찾아가 솔직하게 어깨 부상을 이야기하면서 야수하고 싶다는 말을 꺼냈다. 야구 선수로서의 인생을 이렇게 개척해보고 싶다고 했다. 이후 감독님께서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하시면서 말리시긴 했지만 내 의사를 존중해주셨다. 며칠 후 문자가 왔는데, '최대한 네가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 훈련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해 봐라'라는 내용이었다. 너무나 감사했다. 정말 감독님께서 나를 아끼고 관심을 많이 가져주신다는 걸 느꼈다"고 감격해 했다.

투수로서의 경험은 분명 값진 일이다. 그는 "지난 2년간 꿈 같은 시간을 보냈다. 좋은 경험이었다. 앞으로 남은 야구 인생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다"면서 "나처럼 두 가지 커리어를 갖고 있는 선수가 몇 명 없지 않나. 나처럼 고민하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주위 사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나선 타자 전향이다. 보여줘야 하는 의지가 어느 때보다도 크다. 강지광은 "타격과 수비는 기본이다. 나는 주전 선수들처럼 타석 수가 보장되지 않는다. 올해는 주루에 더 경쟁력을 쌓아보려고 한다"며 "솔직히 자신있다. 많은 편견에 부딪히겠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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