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팀에 펄펄, 약팀엔 쩔쩔' 클리퍼스, 도대체 정체가 뭐니? [댄 김의 NBA 산책]

댄 김 재미저널리스트 / 입력 : 2020.01.07 13:54 / 조회 : 2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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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클리퍼스의 폴 조지(왼쪽)와 패트릭 베벌리. /AFPBBNews=뉴스1
이번 시즌 미국프로농구(NBA) LA 클리퍼스(26승12패)는 우승후보로 꼽히는 강팀이다.

현재 서부지구 선두를 달리는 LA 레이커스와 시즌 두 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승리하며 그 위력을 입증했다. 무릎 상태가 완전치 못한 간판스타 카와이 레너드가 이틀 연속 ‘백투백’ 게임이 있을 때는 빠짐없이 한 경기를 쉬고 있고, 그런 경기마다 전력이 뚝 떨어져 전체적 승률만 놓고 보면 밀워키 벅스(32승5패)와 레이커스(29승7패) 등에 비해 다소 처지는 상태이지만 레이커스를 상대로 2승을 거둔 것에서 알 수 있듯 맘 먹고 나서는 경기에선 그 누구라도 깰 수 있는 전력이다.

정규시즌엔 다소 느슨한 맛이 있지만 막상 플레이오프에 들어가면 레너드와 폴 조지, 몬트레즐 해럴, 패트릭 베벌리, 루 윌리엄스 등이 포진한 클리퍼스와 만나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을 팀은 없을 것이다.

그런 클리퍼스가 지난 주말 안방에서 멤피스 그리즐리스와 뉴욕 닉스를 상대로 이틀 연속 경기에 나서 1승1패를 기록했다. ‘백투백’ 경기라 레너드는 멤피스전은 뛰고 뉴욕전은 쉬었다. 그런데 팀의 슈퍼스타 톱2 중 또 다른 축인 조지는 햄스트링 문제로 멤피스전은 쉰 뒤 뉴욕전에만 출장했다. 간판스타 둘이 돌아가며 경기 당 한 명씩만 뛴 셈이다.

하위권인 두 팀과의 안방 2연전이 주목을 받은 것은 클리퍼스가 이 두 경기에서 또다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퍼포먼스를 보였기 때문이다. 멤피스와 경기에서 클리퍼스는 1쿼터에만 40점을 내준 것을 시작으로 시종 일방적으로 끌려간 끝에 114-140, 무려 26점 차로 참패했다.

단연 이번 시즌 최악의 경기였다. 물론 조지가 빠졌고 팀의 포인트가드 베벌리도 결장했기에 어느 정도 변명의 여지가 있기는 했지만 리그 하위권팀에, 그것도 안방에서 이 정도로 몰매를 맞은 것은 강호답지 못한 모습인 것은 분명했다. 시즌 내내 단 한 번도 이 정도까지 부진한 모습을 본 적이 없는 클리퍼스 팬들은 경기 종료 직전에 이번 시즌 처음으로 자기 팀에 야유 공세를 보냈다. 막판 사실상 경기를 포기한 모습이 팬들의 야유를 불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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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클리퍼스의 폴 조지(왼쪽)와 LA 레이커스의 앤서니 데이비스. /AFPBBNews=뉴스1
이 경기 후 해럴은 “우리는 뛰어난 팀이 아니다(We’re not a great team)"라는 ‘자아비판’ 인터뷰로 화제가 됐다. 그는 “우리가 이 사실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면서 “우리는 이번 시즌에 처음으로 팀을 이뤘고 지난해 함께 하지 않았던 새로운 멤버 두 명(레너드, 조지)이 있다. 또 지난해 완전히 다른 팀으로 NBA 우승을 차지한 선수(레너드)도 있다. 따라서 우린 아직 뛰어난 ‘팀’이라고 할 수 없다. 그 사실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그 사실을 인식하고 잠에서 깨어나야 한다. 우리는 아직도 매일 매일 이기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방법을 찾아낼 필요가 있는 팀”이라고 강조했다.

그 인터뷰를 한 다음 날 벌어진 뉴욕과의 경기에서 카와이가 빠지고 대신 조지와 베벌리가 돌아온 클리퍼스는 1쿼터에 무려 45점을 내주고 휘청거리며 출발해 전날의 악몽을 되풀이하는 듯했다. 바로 2쿼터에 47득점을 폭발하며 단숨에 리드를 되찾았고 이후 큰 차이로 앞서가기도 했지만 4쿼터 뉴욕의 반격에 다시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인 끝에 135-132로 힘겨운 승리를 거뒀다.

만약 뉴욕에도 졌다면 한바탕 소란이 날 뻔했다. 이 경기에서 해럴은 자신의 커리어 최다 타이 기록인 34득점을 올리며 조지(32득점), 윌리엄스(32점)와 함께 클리퍼스 역사상 첫 한 경기 30득점 트리오가 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2연전 반타작에도 리그 최하위권 오펜스를 지닌 두 팀을 상대로 안방에서 두 경기 합계 272점을 내준 것은 클리퍼스의 디펜스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지를 심각하게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특히 1쿼터에 40점과 45점을 내준 것을 놓고는 경기를 시작할 때 집중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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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클리퍼스의 닥 리버스 감독이 심판에게 항의를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닥 리버스 클리퍼스 감독은 “난 이긴 경기에 대해선 절대 불평하지 않는다”면서도 “당장이 아니라 길게 봐야 한다. 이런 방식으론 많은 경기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지 않느냐. 오펜스가 나빠도 뛰어난 디펜스로 이길 수는 있지만 나쁜 디펜스론 많은 경기를 이길 수 없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그러면서 리버스 감독은 클리퍼스가 마지막으로 뛰어난 디펜스를 보여준 경기로 레이커스와의 크리스마스 대결을 꼽았다. 그 경기 이후 치른 5경기에서 클리퍼스의 디펜시브 레이팅(116.6)은 리그 30개팀 가운데 최하위권인 26위다. 약체들인 새크라멘토 킹스와 디트로이트 피스톤스, 뉴욕에 승리하며 겉으론 나쁘지 않은 페이스를 이어갔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뭔가 코트에서 호흡이 맞지 않는 모습이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사실 클리퍼스는 이번 시즌 강팀을 상대한 경기에선 상당히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승률에서 전체 톱인 밀워키에 2패를 당했으나 서부 톱인 레이커스엔 2승을 거둔 것을 비롯, 보스턴 셀틱스(25승9패), 휴스턴 로키츠(24승11패), 토론토 랩터스(24승12패), 유타 재즈(23승12패) 등 강호들을 한 번 이상씩 꺾었다.

하지만 약팀에 약한 모습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 멤피스(15승22패), 피닉스 선스(14승22패), 샌안토니오 스퍼스(14승20패), 뉴올리언스 펠리컨스(12승24패)에 이미 덜미를 잡혔고 뉴욕(10승26패)에도 하마터면 질 뻔했다. 밀워키나 레이커스, 보스턴 등 다른 강호들에게선 찾아볼 수 없는, 머리를 긁적거리게 만드는 패배들이 가랑비에 옷 젖듯 쌓여가고 있다.

레너드나 조지의 결장 등 이유가 없는 것이 아니지만 이유를 대다 보면 핑계성이 될 수밖에 없고, 사실 우승후보급 팀이라면 져서는 안 되는 경기들을 너무 자주 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이해하기 힘든 패배들이 쌓여 플레이오프에서 시드가 뒤로 밀린다면 아무리 클리퍼스라고 해도 극복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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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클리퍼스의 카와이 레너드. /AFPBBNews=뉴스1
물론 이 정도로 클리퍼스가 어떤 큰 위기에 처했다고 말하는 것은 괜한 호들갑일 가능성이 크다. 핑계라고 할 수도 있지만 진 경기에서 간판급 선수들이 빠진 경우가 많았고 강팀을 만나면 마치 스위치를 켠 듯 전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클리퍼스 내부에서조차 이런 '지킬박사와 하이드' 같은 모습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지는 “우리가 레이커스전 이후엔 좋은 경기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 때 레이커스전에선 경기 내내 한 번도 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을 정도로 집중력이 좋았다. 하지만 그 이후엔 전혀 그런 느낌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버스 감독의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줄 수 있는 발언이 나왔다. 현 시점에서 팀의 정체성(identity)이 무엇인지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노(No)”라면서 “그것이 걱정거리”라고 답한 것이다. 위기상황은 아닌데도 뭔가 알 수 없는 불안감이 팀내에서도 조금씩 쌓여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클리퍼스는 이번 주 모처럼 여유있는 스케줄을 맞았다. 백투백 경기 후 오는 11일(한국시간)까지 나흘 동안 경기가 없다. 올스타 휴식기를 빼고 이렇게 쉬는 것은 이번 주가 유일하다. 팀은 첫 이틀간 훈련을 쉬고 다음 이틀만 훈련을 하기로 했다. 재충전과 함께 새로운 스파크 플러그가 필요한 느낌이다. 미니 휴식기를 끝낸 뒤 첫 경기는 현재 서부 꼴찌인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9승28패)다. 클리퍼스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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