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드폴 "반려견과 작업..적극적 음악 실험"[★FULL인터뷰]

공미나 기자 / 입력 : 2019.12.16 08:29 / 조회 : 1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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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드폴 /사진제공=안테나


가수 만큼 농부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루시드폴이 2년 만에 새 앨범으로 돌아왔다. 그는 땀 흘려 귤 농사를 짓듯이, 음악적 연구와 고민을 통해 정규 9집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루시드폴은 16일 오후 정규 9집 '너와 나'를 공개한다. 이번 앨범도 지난 2017년 발매한 '모든 삶은, 작고 크다'이후 2년 만이다. 그간 2년 주기로 정규 앨범을 발표하자고 마음먹은 그는 이번에도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켰다.

"2년에 한 번 정도는 음반을 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있어요. 시키는 사람은 없지만 그런 룰을 정해야 저한테도 자극이 되고, 제 음악을 기다려주시는 팬분들을 위한 최소한의 텀이라고 보고 있어요."

2년이라는 시간이 꽤 길어 보이지만 루시드폴은 "실제로 앨범을 내기 굉장히 빡빡한 텀이었다"고 말했다. "1년은 새로운 음악을 배우고, 1년은 창작을 하면 시간이 모자랄 정도"라고 한다.

"12월에 음반이 나오면, 내년엔 계속 다른 음악도 듣고, 악기도 사서 익히고, 요즘엔 컴퓨터로 많은 프로세싱을 하니까 유튜브 강좌도 듣고, 외부 출장 나가서 자료도 가져오고. 이렇게 지나면 1년이 훌쩍 가요. 열심히 집중해서 배워야 하는 시기가 1년이 있다면 그다음부터는 그걸 바탕으로 곡을 쓰고, 녹음하고 후반 작업까지 해요. 그럼 또 한 해가 훌쩍 가요."

2014년 결혼과 함께 제주로 이주한 그의 삶은 도시보다 바쁘게 흘러갔다. 하루 일과를 물으니 농사 혹은 반려견과 함께하는 것이 전부였지만, 그럼에도 24시간도 모자라 보일 지경이었다.

"여름 농번기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새벽 3시 반~4시쯤 일어나서 밭에 가요. 아침 9~10시 전에 밭일을 끝내면 집에 돌아와서 씻고, 반려견과 산책을 하고 집안일을 해요. 그렇게 음악 작업까지 하다 보면 빠르면 저녁 7시, 늦으면 9시 반에는 잠에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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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드폴 /사진제공=안테나


이번 앨범은 반려견 보현과 컬래버레이션으로 이뤄졌다. 이 독특한 발상은 유기견을 돕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됐다. 이를 안 출판사 편집자가 루시드폴에게 보현의 사진집을 발간을 제안했고, 루시드폴은 이를 음반 작업으로 발전시켰다.

"출판사 쪽에서 유기견을 돕고 싶다는 이야기를 듣더니 보현의 사진집을 발간해보는 게 어떻냐고 제안하더라고요. 그런데 '내 강아지 사진집이 다른 사람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어요. 또 앨범을 내야 한다는 고민도 엮여 있었고요. 그래서 보현과 관계된 소리를 합쳐서 앨범을 만드는 형태라면 괜찮을 것 같았어요."

이번 앨범은 꽤나 독창적이다. 보현이 단순한 객체가 아닌 대등한 위치에서 음악을 만드는 주체로서 앨범에 참여했다. 즉, 루시드폴이 보현이 짖는 소리, 문을 긁는 소리 등 직접 일으키는 소리와 산책로의 새소리, 나무 소리 등 보현을 둘러싼 소리들을 함께 채집했고, 이를 가공·변주해 하나의 리듬과 멜로디로 완성시켰다.

"소리를 채집해서 여러 방식으로 기록하면 마치 소리의 DNA를 뽑아 영원히 매체에 남겨 놓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또 반려동물이 감상하기 위한 존재로 있는 게 아니라 주체적으로 반려견의 소리나 모습들을 함께 같은 위치에서 작품을 만든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때문에 앨범 크레디트에 보현의 이름을 올렸다는 루시드폴은 "작곡에 반려견 이름이 들어가 있는 건 역사상 처음이 아닐까"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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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드폴 /사진제공=안테나


이 같은 음악적 실험은 엠비언트(ambient) 음악에 대한 그의 관심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했다. 소리의 질감을 강조해 공간감을 조성하는 엠비언트 음악은 멜로디, 리듬 등 음악의 전통적인 요소를 배제하는 경우가 많으며 때에 따라 자연의 소리를 사용하는 음악을 일컫는다.

"예전부터 '어떤 음악이 하고 싶니'라고 물으면 '엠비언트 음악이 하고 싶다'고 답해왔어요. 자연에서 듣는 소리 중에는 귀를 아프게 하는 소리가 없더라고요. '이런 좋은 소리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그것도 음악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며 살았어요. 그게 보현이라는 매개를 통해 더 적극적으로 실험할 수 있게 됐죠."

"이제 음악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루시드폴은 앞으로도 자연의 소리를 연구하며 다양한 음악을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9집은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소리의 음악화, 그런 것들을 고민하면서 재미와 감동이 있는 여러 음악들을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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