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배)영수 미안하다..." 한밤에 걸려온 '전화 한통' 정체는?

인천=김우종 기자 / 입력 : 2019.06.23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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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두산 감독(왼쪽)과 배영수.
한밤에 베테랑 선수한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사령탑이었다. 전화를 받은 선수를 향해 감독의 입에서 나온 말은 "미안하다"였다. 감독은 두산 김태형(52) 감독, 선수는 두산 투수 배영수(38)였다.

지난 21일 두산은 인천 원정 경기서 SK에 1-14로 크게 패했다. 팀이 1-4로 뒤진 8회에만 대거 10점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이날 배영수는 선발 유희관과 홍상삼에 이어 세 번째 투수로 팀이 1-4로 뒤진 6회 마운드에 올랐다. 배영수는 6회와 7회 연속 삼자 범퇴 이닝을 보여주며 좋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8회 흔들렸다. 선두타자 최정을 상대로 6구 승부 끝에 볼넷을 허용했다. 후속 정의윤 타석 때 폭투까지 범하며 대주자 김재현의 2루 진루를 허용한 뒤 정의윤에게 좌전 안타를 얻어맞았다. 이어 다음 타자 로맥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해 만루 위기를 자초했고, 끝내 고종욱에게 우중간 싹쓸이 3타점 2루타를 맞으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계속해서 두산은 배영수 다음으로 마운드에 오른 박정준(27)이 3타자 연속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하는 등 4볼넷을 허용한 끝에 무너졌다. 두산이 8회 기록한 볼넷 7개는 KBO 리그 한 이닝 최다 볼넷 허용 신기록이었다.


22일 경기를 앞두고 만난 김태형 두산 감독은 "전날(21일) 배영수에게 전화를 걸어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입을 열었다.

김 감독은 박정준에 대해 "어제 보니 급하고 호흡도 잘 안 되더라. 다시 기회가 분명히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해줬다. 2군에서 기복이 좀 있어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좋은 공을 갖고 있다. 본인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 2군에서 잘 준비하라고 했다"며 독려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사실 어제 (배)영수를 내가 너무 길게 가져갔다. 배영수가 2이닝을 일단 잘 막았다. 이후 우리가 경기를 뒤집고 안 뒤집고를 떠나 8회 다른 투수를 올렸어야 했는데 좀 더 믿었던 것이다. 3이닝을 맡긴 게…. 감독으로서 조금 욕심을 냈던 것"이라면서 "영수한테 미안하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정작 배영수는 오히려 후배인 박정준에게 미안하다며 연신 아쉬워했다. 배영수는 "최정에게 볼넷을 내준 장면이 아쉬웠다"면서 "정준이를 힘든 상황에서 등판하게 해 정말 미안했다. 투수가 그런(제구가 안 되는) 날이 있다. 어제는 뭐에 홀린 것 같았다. 맞아도 (정준이보다) 내가 맞았어야 했는데…"라고 아쉬워하면서 박정준과 1군에서 다시 만날 날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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