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소울 고수가 체험한, 짜증나서 재밌는 가학적 게임 ‘세키로’

이덕규 객원기자 / 입력 : 2019.03.11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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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8일 동대문에서 진행된 ‘세키로: Shadows Die Twice’(이하, 세키로)의 미디어 시연회를 다녀온 뒤, ‘이제 다크 소울보다 더 어려운 게임을 할 수 있다’는 마음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2시간의 플레이 동안 죽음만 20번을 넘게 반복했고, 소울 시리즈로 쌓아온 경험은 ‘세키로’를 플레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아 당혹스럽고 무기력한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다크 소울’에서 수용소의 데몬과 산양머리 데몬을 처음 만났던 그때로 돌아간 것처럼 말이다.

※ 곧 2주 뒤면 발매를 앞두고 있기에 민감한 스포일러와 게임 내용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최대한 자제하였다. ‘세키로: Shadows Die Twice’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미디어 시연회에 대한 기사를 참조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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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조차 아닌데...
‘게임 기자 난이도’를 이토록 찾아본 적은 처음이다. 새로운 게임이 발매될 때마다 제일 어려운 난이도로 플레이하고, 더 어려운 게임을 달라고 간절히 바라던 스스로의 신념을(?) 한순간에 부정하는 순간이었다. 그나마 위안거리를 찾았다면 주변의 다른 기자들도 ‘세키로’의 난이도에 고통받고 있다는 점 정도가 아니었나 싶다.

‘세키로’의 난이도는 꽤 가증스럽게 느껴졌는데. 이는 ‘세키로’의 난이도가 불합리하게 느껴져서도 아니고 컨트롤을 지나치게 요구해서도 아니었다. ‘세키로’는 플레이어의 우둔하고 생각 없는 플레이 방식에는 그에 맞는 합당한 결과를 내리는 게임이었고. ‘세키로’에 맞는 플레이 방식을 활용하지 않고 그래 봐야 소울 시리즈 하듯 플레이하면 되리라 안일하게 생각했으니, 死를 20번 넘게 보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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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키로’에 어울리지 않는 플레이 방식은 매우 비효율적으로 설계되어 있다. 가령 구르고 찌르며 도망치며 반격을 반복하는 교전 방식은 소울 시리즈에서는 훌륭한 전략이다. 특히 회피와 히트&어웨이 전략은 스테미너가 일정량을 달성한 뒤부터는 위험성이 없다 봐도 무방한 필승 전략이다. 그러나 ‘세키로’는 체력이 아니라 체간(경직도, ‘포 아너’의 전투 방식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을 적극적으로 공략해야 하는 게임이기에 소울 시리즈의 필승전략이 오히려 독이 되었다. 히트&어웨이 방식은 적에게 체간을 회복할 시간을 쥐어 주는 반면, 에스트 병 같은 즉발성 회복 아이템은 매우 적게 주어져, 전투를 오래 끌면 끌수록 플레이어는 피해가 누적되지만 적은 피해를 회복하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더군다나 더 이상 넉넉하지 않은 회피 판정과 무명왕 뺨치는 적들의 공격 타이밍 및 정확성은 ‘세키로’를 소울 시리즈처럼 할 수 없게 만든 또 다른 이유라 생각한다.


이렇듯, ‘세키로’에서는 전투를 오래 끌수록 플레이에어게 점차 큰 피해가 누적된다. 결국 전투를 최대한 빨리 끝내고 유리한 구도로 시작하기 위해선, 적의 약점에 대한 파악과 효율적인 아이템 활용 그리고 전투를 시작하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번 시연 버전에서 ‘최종 보스’격으로 군림한 몬스터, 각귀를 예시로 들어보겠다. 각귀는 일반적인 공격으로는 체간을 쌓기 어렵고 한방한방이 강한 몬스터다. 시연회 현장에서 “각귀 깼어?”라는 말만 오갈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어려운 몬스터인 만큼 각귀를 잡기 위한 힌트도 많이 제공되었다. 적들의 대화를 엿듣는 시스템을 통해 불에 약한 몬스터임을 알 수도 있고, 적의 공격 방식을 파악해서 그에 맞는 스킬로 대응할 수도 있다. ‘세키로’에서 가장 요구되는 실력은 게임을 탐험하며 혹은 플레이어의 경험을 통해 적을 공략하는 법을 찾아내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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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를 유리한 구도로 시작하기 위해선 잠입과 암살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했다. 잠입과 정면승부의 조화는 전략적 측면에서 완벽히 구성되어있는데. 정면돌파는 언제든 포위당할 수 있는 위험 요소가 있기에 잠입을 통해 적을 줄여나가는 방식이 중요했고, AI와 레벨 디자인 덕에 잠입이나 적을 무시하고 달리는 방식만으로 플레이할 수는 없었다.

‘세키로’에서 방어는 곧 공격이고 공격은 곧 방어였다. 적과의 일대일 싸움이 주된 만큼, 적의 공격을 성공적으로 막아내고 적의 빈틈을 노려 공격해 빈틈을 잡아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이는 마치 ‘다크 소울’의 방패 플레이와 ‘블러드본’의 패링을 합쳐 놓은 느낌이었다. 단지 패링을 총이 아니라 칼로 해야 하고, 방패가 아니라 칼로 공격을 쳐내는 방식이지만 말이다.

그래도 ‘블러드본’과 ‘다크 소울’의 핵심전략은 어느 정도 유효하다. 적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며 적의 공격 방식과 빈틈을 노리는 능력, 적에게 주어진 주도권이 흐트러지는 순간을 포착하는 능력, ‘세키로’에서 주 된 능력으로 활용하긴 어려우나 여전히 활용 가치가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세키로’의 난이도와 전투에 대해 정리하자면, 완전히 새로운 능력과 경험을 요구하는 ‘세키로’만의 플레이 방식이 필요하고. ‘다크 소울’을 처음 했을 때와 별반 다른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어려웠고 게임 속에서 배우는 맛이 잘 살아 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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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연회에서 진행된 버전은 유튜브나 트위치 스트리머에게 제공된 데모 버전과는 다른 버전이 제공되었다. 비록 제한된 시연 시간 때문에 게임을 많이 진행할 수는 없었지만, 멀티플레이 없는 프롬 소프트웨어의 작품이 어떻게 스토리를 담아내는지, 그리고 프롬 소프트웨어의 스토리텔링은 여전한지를 파악하기엔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무지의 상태에서 점차 이야기를 그려가는 점은 소울 시리즈와 동일하다. 그러나 ‘다크 소울’과 ‘블러드본’은 키워드와 뉘앙스만을 던져주며 플레이어가 스스로 이야기를 완성하고 다른 이야기와 연결하는 반면, ‘세키로’는 짧은 이야기를 하나씩 쥐여 주며 이를 통해 과거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었고 앞으로는 어떤 이야기가 진행될지 유추하는 재미가 있었다.

특히 컷 씬과 연출 그리고 캐릭터의 대사가 매우 직관적인데. 소울 시리즈의 스토리텔링과 비교하면 매우 친절해진 편이며, 캐릭터의 대화 속에 숨겨진 정보도 파악하기 쉬워진 편이다. 이와 더불어 플레이어의 행동이 게임 속 세계와 교류하는 방식도 더욱 다양해졌다. 가령 플레이어가 죽을수록 퍼져 나가게 되는 역병 시스템은 소울 시리즈에 있던 그 어떤 방식보다 더 직관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이번 작품도 멀티 엔딩이 존재한다고 하니, ‘세키로’의 우울하고 무거운 이야기가 어떻게 끝맺음을 낼지 기대해봐도 좋을 듯하다.

기타 정보들

● 한국어 / 영어 / 일어 / 중국어 등의 자막과 일어 / 영어 음성 선택이 가능하다. 일어 음성이 기본값으로 설정되어있다.

● 구체적 시연 버전 및 게임 용량은 확인 불가능.

● 멀티플레이가 없는 만큼 네트워크가 연결되지 않은 PS4에서도 플레이 가능했다.

● '블러드본'때의 로딩 속도와 비교하면 매우 쾌적한 편이며 프레임 드랍은 겪어보지 못했다.

● 게임 인트로부터 진행 가능했던 점을 감안하면, 최종 시연 버전이 아닌가 생각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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