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타이거JK "꼰대? 내것을 지키기 위한 앨범"

의정부(경기)=이정호 기자 / 입력 : 2018.11.23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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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창현 기자


데뷔 20주년에 10번째 정규앨범. 거기다 드렁큰타이거(Drunken Tiger)의 마지막 앨범이다. 딱딱 떨어지는 숫자와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더해지면서 드렁큰타이거의 정규 10집 'X : Rebirth of Tiger JK'가 가지는 의미는 더욱 강해졌다. 반응도 뜨겁다. 모두의 박수를 받으면서 타이거JK(44·서정권)는 드렁큰타이거를 떠나보낼 수 있게 됐다.

앨범이 발매되고 이틀이 지난 16일, 타이거JK를 만나기 위해 의정부로 향했다. 의정부에 위치한 필굿뮤직의 사무실의 분위기는 다른 기획사와는 달랐다. 작업실과 화장실을 나누는 벽을 제외하면 필굿뮤직의 아지트는 모두 하나의 공간이다. 그 넓은 공간의 벽면을 오래된 LP판과 각종 서적이 차지하고 있다. 여기서 아티스트들은 자유롭게 소통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음악을 만든다. 날것의 느낌이 가득할 것 같았던 호랑이굴은 오히려 아늑했고, 자유로웠다.


자신의 아지트에서 모습을 드러낸 타이거JK는 무대 위에서 혼을 불태우던 모습과는 또 달랐다. "이곳은 모두에게 열린 곳이다. 현아부터 세븐틴, MC메타까지 수많은 가수들이 놀러 오고 작업하는 공간"이라고 작업실을 소개한 그는 먼저 컴백 소감을 밝혔다.

"발매한 소감이요? 앨범을 준비하면서부터 설렜죠. 드렁큰타이거 이름을 사용하는 마지막 앨범이지만 은퇴의 의미가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거든요. 팬들에게는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크게 다가왔을 수 있지만 내포한 의미는 전혀 달라요. 사실 '마지막'과 같은 자극적인 단어를 일부러 강조한 것도 있죠. 그래야 예전의 팬들이 돌아올 것 같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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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창현 기자



타이거JK는 이런 충격요법이 통했다고 말하며 "그동안 크고 작은 페스티벌을 통해 팬들을 만나왔는데 마지막 앨범을 발매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많이 돌아와 주셨다. 저도 많이 기다렸고 그리웠다. 역시 드렁큰타이거 팬은 멋을 안다"고 기뻐했다.

타이거JK의 말처럼 정규 10집 'X : Rebirth of Tiger JK'는 드렁큰타이거 이름으로 발표하는 마지막 앨범이다. 1999년 데뷔해 한국 힙합의 대중화를 이끌었던 드렁큰타이거의 마지막 음반은 대중음악 사에 있어서도 묵직한 의미를 갖는다.

이번 앨범에는 스킷을 포함해 무려 30곡이 수록된 앨범은 2장의 CD로 나뉘어 다양한 해석을 담아냈다. 한 장은 특유의 붐뱁 장르로 채웠고, 다른 한 장에는 재즈 EDM 레게 등 여러 장르의 음악적 확장으로 신선함을 더했다. 싱글, 아니 앨범 단위로 발표해도 앞으로 4년은 끄떡없는 작업량이지만 타이거JK는 이를 한 앨범에 담았다. 여러모로 시대와 역행하는 움직임이다.

"전문가들이 그러더라고요. 10대를 공략해 스트리밍을 하게 만들고, 그렇게 차트에 올라가야 성공할 수 있다고요. 그렇지 않으면 제 음악 인생이 끝났다고요. 그러나 제 생각은 달라요. 저는 코어 팬들을 위해 음악을 해왔고, 그들을 위한 앨범을 만들었어요. 거기다 드렁큰타이거 마지막 앨범입니다. 드렁큰타이거의 색깔을 오롯이 녹이고 싶었어요."

그래서일까. 드렁큰타이거의 색깔이 그대로 나타난 정규 10집은 힙합의 주 소비층인 10대와 20대보다는 한국 힙합이 드렁큰타이거 등 1세대 아티스트들과 함께 성장해온 30대 이상의 팬들에게 더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에 대해 타이거JK는 "특정 세대를 노리진 않았다. 다만 이런 건 있다. 어릴 때 마이클 잭슨부터 엘비스 프레슬리까지 아버지가 좋아하던 음악을 듣다 보니까 저도 좋아진 경험이 있다. 이런 저의 경험이 지금의 젊은 세대도 경험하길 바란다"며 "기회가 없었을 뿐이지 10대들도 제 음악을 들으면 충분히 좋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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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창현 기자


이런 타이거JK의 말은 성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방탄소년단 RM과 함께한 'Timeless'는 발매와 동시에 스웨덴, 이집트, 루마니아, 이스라엘, 핀란드, 사우디 아라비아, 폴란드, 필리핀, 페루 등 18개국 아이튠즈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미국 아이튠즈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솔직히 RM의 힘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어요. RM의 힘이죠. 그 힘이 지금은 제게도 전달되고 있어요. RM이 참여했다고 해서 제 노래를 들었다가 앨범 전체를 듣게 됐고, 드렁큰타이거에 대해 알게 됐고 팬이 됐다는 반응이 많아요. 사실 드렁큰타이거의 음악은 차트와 거리가 멀거든요. 20년 동안 한 길만 파다 보니까 '힙합의 선구자', '힙합의 전설' 등 이렇게 불러주시는데 사실 드렁큰타이거의 음악은 마니아의 음악이었죠. 늘 힙합 안에서 새로운 것을 시도했지, 차트에 들기 위해서 맞춤형 음악은 하지 않았어요. 이번에도 그랬고요. 그래서 지금의 성적이 더 신기해요. 20년 동안 피를 토하듯이 음악을 한 보람을 느꼈어요."

정규 10집에는 RM 뿐만 아니라 세븐틴 버논, 은지원, 데프콘, 김종국, 하하, 윤미래 등 화려한 피처링을 자랑한다. 그러나 과거 무브먼트로 활동했던 멤버들의 이름을 많이 볼 수 없어 아쉽다는 반응도 많다. 드렁큰타이거로 함께 활동했던 DJ샤인도 참여하지 않았다.

"당연히 팬들이 원하는 그림도 생각했죠. 무브먼트 친구들이 대거 참여한 곡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함께 활동했던 DJ샤인도 참여했으면 좋겠다고요. 솔직히 제가 연락하면 안 해줄 사람도 없고요. 그러나 예전처럼 이름만 빌려주기엔 힘든 세상이 됐어요. 다들 사장님이 돼 레이블을 이끌거나, 다른 일을 하는 친구들도 있고 각자 사정들도 있고요. DJ샤인 같은 경우도 제안했지만 10년 넘게 힙합을 떠나있다가 다시 참여하기엔 부담스럽다고 했어요. 아쉽지만 다 이해하게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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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창현 기자


또한 타이거JK는 과거 앨범을 통해 언더그라운드에서 활약하던 아티스트나 신인들을 자신의 앨범에 참여시켜 메인스트림으로 끌어 올리곤 했다. 대표적으로 팔로알토, 더콰이엇 등이 있다. 그러나 정규 10집에서는 이처럼 새로운 얼굴로 볼 수 있는 아티스트의 참여가 적었다. 이에 대해 그는 "'쇼미더머니777'과 겹쳤다. 함께 하기로 했던 친구들이 대부분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계약관계도 있어 다른 작업을 쉽게 하지 못한다. 그 친구들의 커리어에서도 중요한 순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타이거JK는 "이런 상황이 즐겁다"고 했다.

"무브먼트로 함께했던 친구들이 모두 힙합이라는 문화의 리더가 됐어요. 쓰레기 취급받으면서 음악을 했던 우리가요. 이런 상황들을 보고 있으면 과거 우리가 걸어온 길이 잘못된 길은 아니었구나 하고 생각해요."

타이거JK는 세븐틴 버논과 방탄소년단 RM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다. 그는 "이 작업실이 신기한 자리다. 가수들이 그냥 놀러와 음악을 하곤 한다. 유독 즐거워하던 친구들이 있었는데 버논도 그중 하나"라며 "버논과 함께한 '범바예'는 알리의 사상에 대해 쓴 노래다. 우리들이 10대들에게 '차별하지 말고, 스스로 챔피언이 되라'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는데 버논이 함께해 파급력이 더욱 커졌다"고 기뻐했다.

특히 RM과 함께한 'Timeless'에 대해선 "5년 전에 방시혁 PD님이 소개해주면서 친분을 쌓았다. 이번에 같이 멋진 것을 해보자고 여러 곡을 두고 고민하다 만든 노래다. RM도 욕심이 생겨 붐뱁을 하고 싶어 했다. 지금 시대에서 나올 수 있는 가장 멋진 음악 중 하나가 됐다"고 웃었다.

"RM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가진 친구입니다. 유엔에서 연설을 하고, 그 친구들의 공연 때문에 뉴욕 지하철이 연장을 했어요. 그런 친구가 저에 대한 가사를 썼어요. 저는 RM이 요즘 스타일에 맞는 랩을 하길 원했는데 오마주를 해서 써왔더라고요. 고맙지만 다르게 가라고 했더니 '자기를 믿어 달라'고 하더라고요. 누군가는 드렁큰타이거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한다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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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창현 기자


타이거JK는 앨범이 가진 의미에 대해 "랩 그 자체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4초짜리 인트로부터 스킷, 아웃트로 하나까지 모두 의미가 있다. 앨범을 펼치고 1번부터 30번까지 들으시면 드렁큰타이거와 함께 여행을 떠난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힙합에 열광하는 젊은 세대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조금 이상한 게 있어요. 젊은 친구들이 힙합을 '올드 앤 뉴'로 나누더라고요. 붐뱁을 한다고, 그런 스타일을 가져간다고 올드하다고 치부하는데 말이 안 되거든요. 이번 제 앨범을 믹스한 친구는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 앨범을 믹싱해 그래미에서 상까지 받은 친구입니다. 단지 붐뱁이라는 이유로 올드하다고 한다면 힙합 팬이 아니라 '쇼미더머니' 팬이죠. 아무리 음악 트렌드가 변해도 버려서는 안 되는 것이 있어요. 래퍼처럼 옷만 입는다고 래퍼가 되는 게 아닌 것처럼요. 일부 사람들이 저를 꼰대라고 불러도, 이건 제 것을 지키기 위한 앨범입니다."

타이거JK가 드렁큰타이거의 이름으로 활동한 것이 벌써 20년이 흘렀다. 힙합을 대중화시킨 선구자인 타이거JK의 음악인생은 투쟁의 연속이었다. 척수염 투병 등 각종 장애물도 많았다. 결코 쉽지 않았을 길이지만 그는 "딱히 20주년 소감은 없다. 다만 이제는 힙합이 메인이 되는 무대에 초대받는 것을 보면 세상이 조금은 변했다고 느끼긴 한다"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드렁큰타이거의 이름을 마지막으로 사용하는 만큼 타이거JK는 이번 앨범의 활동을 길게 가져갈 생각이다. 그는 "못해도 7개의 뮤직비디오는 만들 것이고, 라디오를 위주로 출연할 계획이다. 또 전국을 돌아다니며 팬들을 만날 것"이라며 "시대에 역행하는 움직임이지만 오프라인으로 팬들을 찾아뵈려고 한다. 제 앞에 30명이 와도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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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창현 기자


마지막으로 타이거JK는 "앨범 판매량이 높다. 앨범 차트를 보면 드렁큰타이거 이름이 아이돌 속에서 자리하고 있다. 나를 지켜줬던 마니아들이 돌아왔다는 것을 느낀다. 몇개국 차트 1위와 같은 소식보다 가슴이 더 뜨거워진다"며 팬들에게 인사를 남겼다.

"마지막까지 여러분들에게 즐겁고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드리고자 합니다. 역시 저희 팬들은 너무 멋있어요. 뭉쳐서 다시 만나요. 함께 또 역사를 써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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