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김의 MLB산책] DTD를 거부한 오클랜드와 죽쑤는 볼티모어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8.08.21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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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데이비스(오른쪽) /AFPBBNews=뉴스1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볼티모어 오리올스.


올 시즌 개막에 앞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것이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이었던 두 팀이 시즌이 종반으로 치닫는 지금 정반대의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 흥미롭다.

오클랜드는 모든 예상을 깨고 시즌 막판인 현재까지도 놀라운 선전으로 플레이오프를 향해 진군하고 있다. 반면 볼티모어는 역사상 가장 빨리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되는 불명예 기록 수립을 눈앞에 두고 있다. 놀라운 것은 올 시즌 개막 페이롤에서 볼티모어는 1억4천800만달러로 메이저리그 전체 12위에 올라 있었던 팀인 반면 오클랜드는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6,265만달러로 MLB 30개 구단 가운데 최하위 팀이었다는 사실이다.

■불굴의 언더독 오클랜드


“시즌 종반이 되면 결국 버티지 못하고 떨어져 나갈 것이다.”

많은 메이저리그 팬들과 관계자들은 오클랜드가 지난 두 달여동안 놀라운 스퍼트로 플레이오프 레이스에 뛰어들자 기대 이상의 선전에 대해 박수를 보내면서도 결국은 이들이 시즌 끝까지 페넌트 레이스에 살아남기는 힘들 것으로 생각했다. 성적이 팀의 페이롤 순으로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개막 시점에서 페이롤이 리그 30개 팀 중 30위인 팀에게 큰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오클랜드가 속한 아메리칸리그(AL) 서부지구에는 최고 우승후보이자 슈퍼팀 중 하나인 디펜딩 월드시리즈 챔피언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버티고 있기에 더욱 그랬다.

하지만 오클랜드는 아무리 시즌이 진행돼도 좀처럼 떨어져 나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정반대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2개월여 동안 오클랜드는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가장 핫한 팀이었다. 마지막 54경기에서 40승14패로 승률이 0.741에 달한다. 54경기라면 전체 시즌의 3분의 1에 해당되는, 결코 작은 샘플사이즈가 아니다. 올해 메이저리그 최고의 팀 보스턴 레드삭스의 현 승률이 0.704(88승37패)인 상황에서 지난 54경기 동안 승률 7할4푼을 찍은 팀이라면 사실상 우승후보라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시즌 초반 잠깐 반짝했던 성적이 아니라 중반이후 계속해서 맹렬한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놀랍다.

지난 주말 펼쳐진 오클랜드와 휴스턴의 3연전 시리즈는 지구 선두 자리가 걸린, 플레이오프 같은 분위기에서 펼쳐졌다. 오클랜드는 시리즈 첫 두 경기에서 각각 4-3과 7-1로 승리, 휴스턴과 공동선두로 올라섰다가 마지막 3차전에서 저스틴 벌랜더를 앞세운 휴스턴에 패해 다시 1게임차 2위로 내려앉았다. 비록 최종전은 졌지만 그래도 디펜딩 챔피언을 상대로 플레이오프 같은 주말 시리즈를 승리로 가져오면서 오히려 오클랜드의 저력이 무섭다는 것이 입증됐다. 벌랜더 역시 타선 덕에 생애 통산 200승째를 올리긴 했으나 오클랜드 타선을 상대로 5⅓이닝동안 홈런 3방을 포함, 7안타로 4실점하며 고전했다. 오클랜드의 거포 크리스 데이비스는 시즌 36호 홈런을 때려 메이저리그 전체 홈런선두 J.D. 마르티네스(보스턴, 38개)에 2개 차로 육박했고 타점에서도 98타점으로 마르티네스(106타점)에 8점 뒤진 메이저리그 2위를 지켰다.

현재 38경기를 남겨놓고 있는 시점에서 오클랜드(74승50패)는 AL 서부지구에서 휴스턴(75승49패)에 한 게임차로 뒤져있고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선 3위인 시애틀 매리너스(71승54패)에 3.5게임차로 앞선 2위다. 지난 주 시애틀-휴스턴과 6연전에서 4승2패로 모두 시리즈를 따낸 오클랜드가 남은 시즌동안 지난 54경기에서 거둔 7할4푼의 승률 페이스를 이어간다면 시즌 99승을 올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수치다.

더구나 오클랜드는 올해 약팀들을 상대로만 강한 것이 아니라는 것도 입증했다. 올해 최고의 팀인 보스턴을 상대로 5승4패로 우위를 지키고 있고 휴스턴을 상대론 아직 절대 열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나 올해 한때 8연패를 당하던 처지에서 마지막 7경기에선 5승2패를 거두는 반전을 이뤄내며 갈수록 자신감을 쌓아가고 있다. 오클랜드가 마지막 18개 시리즈에서 단 1개만을 패한 것도 그런 자신감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밥 멜빈 감독은 “과거엔 강호들을 상대로 이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나섰다면 지금은 승리를 기대하고 경기에 나선다”면서 “우리는 좋은 팀”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16일 오클랜드는 34승36패의 성적으로 휴스턴에 11.5게임차로 뒤져 있었다. 하지만 단 두 달만에 오클랜드는 휴스턴과 격차를 10.5게임차나 좁혔다. 오클랜드의 철벽불펜은 올해 단 한 번도 7회 이후 리드를 잡은 경기를 패한 적이 없고 6월 중순까지 평균자책점이 4.41에 그쳤던 선발진도 지난 두 달 간은 3.74까지 좋아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직도 많은 전문가들은 AL 서부 레이스에서 휴스턴 승리를 예상하고 있지만 이런 엄청난 상승세를 타고 갈수록 자신감을 쌓아가고 있는 오클랜드의 맹렬한 기세를 휴스턴이 뿌리칠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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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랜드 밥 멜빈(오른쪽) 감독 /AFPBBNews=뉴스1


■역대급 무기력의 팀 볼티모어

사실 올해 볼티모어가 잘할 것으로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로 못할 것으로 생각한 사람도 아마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올해 볼티모어의 성적은 참담하다. 20일까지 메이저리그 최악의 37승87패로 승률 0.298을 기록 중인 볼티모어는 하필이면 올해 최고의 승률을 자랑하는 보스턴과 같은 AL 동부지구에 속한 탓에 1위와 승차 부문에서 역대급 불명예 기록을 계속 경신해나가고 있다. 이미 볼티모어는 지난 주말 시즌 122번째 경기 만에 1위와 승차가 50.5게임차로 벌어졌는데 이는 1979년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시즌 141번째 경기 만에 조 선두에 50경기차 이상 뒤졌던 종전 기록을 무려 19경기나 앞당겼다. 메이저리그에 디비전 시대가 열린 이후 9월 이전에 지구 선두에 50경기차로 뒤진 팀은 볼티모어가 처음이다.

볼티모어는 이미 지난 11일에 AL 동부지구 레이스에서 탈락이 확정됐는데 이 역시 디비전 시대가 시작된 이후 가장 먼저 탈락이 확정된 신기록이 됐다. 또 21일 토론토전에서 패하면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서 탈락하게 될 가능성이 있는데 이 역시 가장 빠른 탈락 신기록이다.

1988년 볼티모어 팀은 개막 후 21연패로 시즌을 시작한 기록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그해 팀의 시즌 122번째 게임 시점에서 성적은 42승82패였고 이는 올해 팀의 성적 37승87패보다 5게임이나 앞선 것이다. 올 시즌 볼티모어의 시즌 예상승수는 48승114패. 한 가지 위안이라면 역대 최악의 시즌 기록만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점이지만 보스턴과 뉴욕 양키스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당분간 볼티모어의 바닥 탈출은 요원해 보이기에 볼티모어 팬들은 내년에도 일말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에 낙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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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티모어 선수단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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