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김의 NFL 산책] '토탈 1천야드 난타전'..슈퍼볼, 과연 슈퍼쇼!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8.02.06 09:08 / 조회 :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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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볼 MVP를 차지한 필라델피아 이글스 쿼터백 닉 폴스. /AFPBBNews=뉴스1


말 그래도 ‘슈퍼쇼’였다.

뉴잉글랜드 패이트리어츠와 필라델피아 이글스가 격돌한 슈퍼볼 LII(52)에서는 슈퍼볼은 물론 모든 NFL 플레이오프 역사를 통틀어 최초로 양 팀 합쳐 1천 야드가 넘는 토탈 오펜스를 기록하는 최고의 난타전이 펼쳐졌다. 3쿼터가 끝났을 때 이미 양팀 토탈 야드 합계가 슈퍼볼 신기록을 세웠고 경기 내내 펀트는 양팀 합쳐 딱 한 번 밖에 없었다. 특히 뉴잉글랜드는 슈퍼볼 역사상 처음으로 단 한 번도 펀트를 하지 않고도 패한 팀이 되는 진기한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또 이날 쿼터백 색(sack)과 턴오버도 딱 한 개씩밖에 없었는데 그것이 마지막 결정적인 순간에 한꺼번에 나와 승부를 결정지었다. 디펜스가 힘을 쓰는 풋볼을 좋아하는 일부 팬들은 생각이 다르겠지만 일반적인 팬들 입장에서 보면 이날 경기는 그야말로 단 한 1초도 지루함을 느낄 수 없었던, 진정한 ‘슈퍼’볼이었다.

시종 손에 땀을 쥐게 했던 숨 막히는 접전에서 필라델피아는 지난해 여름 은퇴를 심각히 고려했던 백업 출신 쿼터백 닉 폴즈의 눈부신 ‘MVP 수상' 활약에 힘입어 빌 벨리첵 감독-톰 브래디 쿼터백 체제로 통산 6번째 우승을 노리던 거함 뉴잉글랜드를 41-33으로 물리치고 구단 역사상 3번째 슈퍼볼 출전에서 첫 우승을 차지하는 감격을 맛봤다.

뉴잉글랜드의 슈퍼스타 쿼터백 브래디는 슈퍼볼 역사상 최초로 패싱으로 500야드를 넘어서며(505야드) 분전했지만 끝내 6번째 슈퍼볼 우승반지를 손에 넣지 못했다. 이날 나온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들을 되짚어 본다.

■승부를 결정지은 유일한 ‘쿼터백 색-펌블 턴오버’

이날 경기는 마치 후퇴를 모르는 두 명의 헤비급 복서가 링 한복판에 서서 강력한 펀치를 주고받는 것 같았다. 한쪽이 강력한 펀치를 날리면 다른 쪽도 바로 카운터펀치로 응수했다. 어느 한쪽이라도 응수에 실패하면 그 순간 그대로 밀려버릴 것 같은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특히 후반이 압권이었다. 전반을 12-22로 뒤진 채 마친 뉴잉글랜드가 3쿼터 시작과 함께 75야드를 전진, 터치다운을 뽑아내 3점 차로 따라붙자 필라델피아는 곧바로 85야드짜리 드라이브로 다시 10점 차 리드를 되찾았다. 뉴잉글랜드는 바로 75야드 터치다운 드라이브로 응수, 3점 차로 따라붙었고 다음 필라델피아 공격을 필드골로 막은데 이어 또 한 번의 75야드 드라이브로 터치다운을 뽑아 33-32로 이날 첫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필라델피아도 그냥 물러서지 않았다. 바로 다음 공격에서 75야드를 전진, 폴즈가 타이트엔드 잭 어츠에게 11야드 TD패스를 성공시켜 38-33으로 다시 리드를 되찾았다. 하지만 엑스트라 포인트킥 대신 시도한 2포인트 트라이에 실패하면서 점수 차는 5점으로 남았다.

남은 시간은 2분21초. 브래디에겐 재역전 터치다운을 뽑는데 충분하고도 남는 시간이었다. 리드하고 있는 필라델피아 팬들보다 뒤져 있는 뉴잉글랜드 팬들에게 더 자신감이 느껴졌다. 이날 필라델피아 디펜스는 브래디의 패싱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뉴잉글랜드 팬들 입장에선 터치다운을 뽑기 전에 시간을 가능한 많이 사용해 필라델피아에게 최소한의 시간만을 남겨 마지막 반격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 더 관심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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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델피아 이글스가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를 잡고 슈퍼볼 우승을 차지했다. /AFPBBNews=뉴스1


하지만 그런 장밋빛 꿈은 한순간에 악몽으로 돌변했다. 자기 진영 33야드 라인에서 맞은 '2nd-2' 상황에서 브래디는 패스 러싱에 나선 필라델피아의 라인맨 브랜든 그램에게 볼을 스트립 당했고 이 볼을 또 다른 필라델피아 라인맨 데렉 바넷이 잡아내면서 모든 상황이 뒤바뀌었다. 이날 양팀을 합쳐 처음 나온 쿼터백 색과 펌블 턴오버였고 이것이 사실상 이날의 승부를 결정지었다.

필라델피아는 이 턴오버로 얻은 공격에서 최대한 시간을 끈 뒤 46야드 필드골을 성공시켜 리드를 8점차로 벌렸고 브래디와 뉴잉글랜드는 다음 공격을 자기 10야드 라인에서 시작하는 불운까지 겹쳐 남은 65초동안 90야드 터치다운 드라이브와 2포인트 컨버전 트라이를 성공시켜야 승부를 오버타임으로 넘길 수 있는 ‘미션 임파서블’ 상황을 맞았다. 뉴잉글랜드는 고생고생 끝에 자기진영 49야드 라인까지 전진했으나 종료 9초를 남기고 시도한 마지막 플레이에서 브래디의 필사적인 ‘헤일 메리’ 패스가 상대 엔드존에서 불발되면서 패배가 확정됐다.

■슈퍼 트릭 플레이 ‘필리 스페셜’

필라델피아가 15-12로 박빙의 리드를 지키던 2쿼터 종료 38초전. 뉴잉글랜드 1야드 라인까지 전진한 필라델피아는 서드다운 패스공격이 불발된 뒤 타임아웃을 불렀다.

중대한 선택의 기로였다. 여기서 필드골을 찬다면 가볍게 3점을 보태 18-12 리드를 안고 해프타임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1야드 앞으로 다가온 터치다운 찬스를 포기하는 것이 너무 억울했다. 그렇다고 확실한 3점을 포기하고 실패하면 빈손이 되는 4번째 다운 공격이라는 모험을 감행하기도 쉽지 않았다. 사실 후반이 통째로 남아있는 상황에선 웬만한 NFL 감독이라면 불확실한 7점을 노리는 모험 대신 확실한 3점인 필드골을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을 상황이었다.

하지만 올해로 감독 2년차인 필라델피아의 덕 피더슨 감독은 달랐다. 이미 경기 전 공격적인 작전을 예고했던 피더슨 감독은 타임아웃을 부른 뒤 선수들에게 ‘필리 스페셜’이라고 명명된 트릭플레이를 주문했다. 단순한 강공책이 아니었다. 보통 1야드 라인에서 공격 플레이라면 러닝백을 활용한 파워 러싱으로 그냥 밀고 들어가거나, 아니면 디펜스에 이런 러싱 공격을 미끼로 던진 뒤 플레이액션 패스를 시도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피더슨 감독은 여기서 매우 특별한 트릭 플레이를 장전한 것이다. 필라델피아 선수들 사이에선 절로 미소가 번졌다.

플레이가 시작되자 쿼터백 닉 폴즈가 샷건 포메이션에서 센터로부터 스냅을 받을 것처럼 플레이를 외치다가 갑자기 슬그머니 라인 오른쪽 앞으로 걸어 나갔다. 대신 러닝백 코리 클레멘트가 센터가 스냅한 볼을 직접 받은 뒤 라인 왼쪽에 있던 타이트엔드 트레이 버튼에게 볼을 토스했고 뉴잉글랜드 수비수들의 시선은 일제히 버튼쪽으로 쏠리는 순간 엉거주춤 라인 근처에 서 있던 폴즈는 마크하는 수비수가 하나도 없는 오른쪽 엔드전으로 이동, 버튼의 패스를 받아 여유있게 터치다운을 뽑아냈다. 슈퍼볼 역사상 최고의 트릭 플레이라는 평가는 받는 ‘필리 스페셜’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 패스 리셉션으로 폴즈는 슈퍼볼 경기에서 터치다운 패스를 던지고, 받기도 한 첫 번째 쿼터백으로 기록됐다. 필라델피아는 이 플레이로 6점차 대신 10점차 리드(22-10)를 안고 해프타임에 들어갔다. 필라델피아 선수들에겐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본격적으로 샘솟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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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번째 우승반지에 도전했던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40세 슈퍼스타' 톰 브래디는 필라델피아 라인맨 브랜든 그램에게 볼을 스트립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AFPBBNews=뉴스1


■대담한 피더슨 감독의 플레이 콜링

이번 슈퍼볼을 앞두고 대부분 전문가들은 뉴잉글랜드의 우세를 점치면서 가장 큰 격차가 나는 포지션으로 감독과 쿼터백을 꼽았다. 사실 당연했다. 뉴잉글랜드의 빌 벨리첵 감독과 쿼터백 브래디는 이번에 8번째로 슈퍼볼에 나서는 산전수전 거친 베테랑들로 각각 역대 최고로 불리는 인물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필라델피아는 감독과 쿼터백 대결에서 승리하면서 슈퍼보울 우승이라는 파란을 이끌어냈다.

이 가운데서도 피더슨 감독의 작전은 실로 대담함의 연속이었다. 현역시절 그린베이 패커스에서 뛸 때 전설적 쿼터백 브렛 파브의 백업으로 오래 활동하며 슈퍼볼 우승도 경험했던 피더슨 감독은 소극적인 작전으로는 벨리첵 감독과 브래디를 결코 꺾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필리스 강점 중 하나가 파워 러싱 공격과 디펜스이고 팀의 주전 쿼터백 카슨 웬츠가 부상으로 아웃된 뒤 백업이었던 폴즈가 쿼터백으로 나서는 것을 감안하면 조심스럽게 게임을 운영해야 할 것으로 보였지만 시작부터 필라델피아는 과감하고 공격적인 플레이로 초반부터 전략싸움에서 뉴잉글랜드를 압도했다. 슈퍼볼의 전설로 남게 된 ‘필리 스페셜’ 플레이도 그런 게임 플랜 중 하나였을 뿐이다. 피더슨 감독은 “필드골을 차서는 결코 브래디를 꺾을 수 없다”고 강조했고 결국은 그런 뚝심이 역대 최고의 다이너스티를 무너뜨렸다.

또 한 가지 승인은 선수들에 대한 절대적 신뢰였다. 그의 대담한 플레이 콜링은 폴즈를 비롯한 자기팀 선수들을 절대적으로 믿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리고 폴즈와 선수들은 그런 감독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거함 뉴잉글랜드는 이처럼 대담하고 현명한 리더 밑에서 하나로 똘똘 뭉친 독수리 군단에 의해 격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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