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의 '은퇴투어'.. 정성이 묻어난 한화의 '준비'

대전=김동영 기자 / 입력 : 2017.08.12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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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분재를 전달하고 있는 송진우 전 코치.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 라이온즈 '국민타자' 이승엽(41)의 첫 은퇴투어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시작은 한화 이글스였다. 한화는 이승엽을 확실히 예우하며 감동을 자아냈다. 고민이 엿보였고, 정성이 느껴졌다. 좋은 예를 보여준 셈이 됐다.


한화는 11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삼성전을 앞두고 이승엽의 은퇴투어 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한화는 '과하지 않으면서도 서운하지 않은' 행사를 치른다는 가이드 라인을 세웠다. 이를 바탕으로 행사를 준비했고, 훈훈한 감동을 만들어냈다. 이글스파크를 찾은 관중들도 이승엽을 연호했고, 이승엽도 고개 숙여 인사를 남겼다.

시작은 5시 30분에 열린 어린이 사인회였다. 이승엽은 36명의 어린이 팬들에게 사인을 해줬다. 이후 6시 30분부터 은퇴투어 행사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이승엽이 마운드로 먼저 나왔고, 송광민-박정진-김태균-배영수-정근우-이용규 6명이 그라운드에 나왔다. 이들은 베이스를 준비해 이승엽에게 선물했다. 15시즌 동안 3000번 넘게 1루를 밟았던 이승엽이다. 그 의미를 담아 베이스를 선물로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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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 현판을 전달하고 있는 박종훈 단장과 이상군 감독대행.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이어 박종훈 단장과 이상군 감독대행이 올라와 이승엽의 등번호와 현역시절 대전과 청주에서 달성한 기록이 담긴 현판을 기념품으로 증정했다.

현판에는 기록과 함께 "진정한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평범한 노력은 노력이 아니다"라는 문구를 넣었다. 대전이라는 연결고리를 감안한 기념품에, 이승엽이 입에 달고 사는 격언을 더했다.

그리고 깜짝 선물도 있었다. 한화의 '전설' 송진우 전 코치가 등장했고, 삼성의 '전설' 이승엽을 맞이했다. 송진우 코치는 보문산 소나무 분재를 전달했다.

의미가 있었다. 이글스파크에서 보문산까지 거리는 약 2600m. 비거리 115m의 홈런 23개가 필요하다. 이승엽은 11일 경기 전까지 대전에서 총 28개의 홈런을 기록했다(11일 1홈런을 더해 29개가 됐다).

즉, 이승엽은 비(非) 한화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홈런으로 보문산 정상을 넘긴 선수'다. 이에 보문산 소나무 분재를 특별히 준비해 전달했다. 예상하지 못했던 참신한 기획이었다.

이승엽은 "정말 감사하고, 한화에서 마련해주신 소나무와 베이스, 현판 등 선물은 집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잘 간직하겠다"라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행사 내내 이승엽의 얼굴은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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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투어 행사 이후 돌입한 경기에서 9회 홈런을 때려낸 이승엽.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사실 한화는 이번 행사에 공을 많이 들였다.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슈퍼스타의 은퇴다. 게다가 처음이다. 부담일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럽게 고민이 깊어졌다.

한화 관계자는 "이번 행사를 위해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쉽지 않았다. 처음이다 보니 더욱 그랬다. 행사가 무사히 잘 끝나서 정말 다행이다"라고 털어놨다.

전체적으로 이날 한화가 휘황찬란한 선물을 준비한 것은 아니다. 소박하다면 소박했다. 하지만 어느 하나 의미 없는 것이 없었다. 자연스럽게 대전을 떠올리게 만드는 것들이었다. 과하지 않았고, 누구 하나 서운하지도 않았다. 이승엽도 감사의 뜻을 거듭 밝혔다.

이승엽 스스로 "간소하게 했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늘 겸손한 이승엽이기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한화는 이런 부담도 최소화하면서 의미를 극대화하는 선물을 전달했다. 정성이 고스란히 묻어나온 은퇴투어였다. 한화가 다른 팀들이 참고할 수 있는 좋은 선례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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