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세 "'조작된 도시' 나에 대한 ?, !로 바꾸고 싶었다"(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7.02.17 11:45 / 조회 : 2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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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세/사진제공-프레인TPC


늘 그 자리에 머무는 듯하다. 하지만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매번 조금씩 앞으로 가고 있다. 오정세. 그는 누군가의 친구, 누군가의 동료로 웃음을 담당하는 조연으로 주로 소비됐다.

그럼에도 오정세는 터닝 포인트로 빛날 작품들을 어느 순간 만들어내며 조금씩 전진하고 있다. 9일 개봉한 '조작된 도시'도, 오정세에겐 앞으로 나간 작품으로 기억될 듯 하다. 아니, 오정세는 '조작된 도시'에서 그간 볼 수 없었던, 보여줄 수 없었던 다른 모습들을 쏟아냈다.

'조작된 도시'는 현실에선 백수지만 게임에선 최고수인 남자(지창욱)가 살인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갔다가 탈출한 뒤 복수에 나서는 이야기. 오정세는 별 볼 일 없는 국선변호사인 듯 하지만 실제로는 모든 사건을 배후에서 조종한 인물로 출연했다. 슈퍼히어로 영화 속 악당처럼, 광기와 혼란이 가득한 채 약한 사람들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인물이다. 오정세는 "가슴 속 인물 상자에서 꺼내왔다"고 말했다. 늘 준비된 배우. 오정세를 만났다.

-'조작된 도시'를 왜 했나. 원래는 지금 맡은 인물이 아니라 다른 역할로 제안 받았다던데.

▶궁금했다. 박광현 감독에 대한 믿음은 있었지만 이 시나리오가 어떻게 영화로 구현될지 너무 궁금했다. 예컨대 시나리오에는 마티즈에 다섯 명이 타고 있는데 거기에 100㎏이 넘는 조폭 두 명이 달리는 차 안으로 들어가 격투를 벌인다는 장면이 있었다. 방송국으로 쳐들어가는 장면도 있었고. 이 만화적인 상상력을 어떻게 구현할지 너무 궁금했다. 원래는 다른 역할로 제안 받은 게 맞다. 물론 그 역할도 의미가 깊다. 그리고 지금 내가 맡은 역할은 두 명의 다른 배우들에게 제안이 간 상태였다. 그래서 박광현 감독님에게 그 두 분이 만일 못하게 된다면 오디션을 보든지 할테니 기회를 달라고 했다.

-박광현 감독은 오정세가 준비한 그 캐릭터에 감동해서 역할을 맡겼다고 하던데.

▶그런데 그 역할이 크랭크인 2주 전까지 캐스팅이 안됐다. 사실 100억대 영화에 지창욱이 주인공인데 상대역이 오정세면 투자배급사가 쉽게 납득을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균형을 맞춰야 할테니.

그래도 준비를 했다. 나한테는 기회였다.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냈다. 그렇게 낸 아이디어를 박광현 감독님이 디자인해줬다. 이런 식으로 캐스팅된 게 훨씬 보람이 있다. '남자사용설명서' 때도 그랬다. 원래 다른 역으로 캐스팅됐었는데 주인공이 확정이 안됐다. 그래서 나보고 할 수 있겠냐고 해서 "괜찮겠어요?"라고 하면서도 하게 됐다. 그렇게 해서 출연하게 된 게 더 의미 있고, 기쁘고, 보람도 있다.

-어떤 아이디어들을 냈나.

▶관객은 인물의 외모로 성격을 파악할테니 그런 부분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냈다. 내 저장창고에 있는 인물들을 꺼내 설명했다. 처음에는 왜소증에 걸린 남자를 생각했다. 감독님이 듣고 괜찮다고 했는데 일주일 뒤 전화가 왔다. 그렇게 하면 제작비가 두 배가 든다며. 골룸처럼 머리숱이 거의 없는 사람도 이야기했다. 시간이 촉박해 가발 제작이 쉽지 않다며 무산됐다. 꼽추도 생각했다. 너무 티나지 않고 어딘지 불편한 듯한 모습으로. 그런데 허리가 나갈 것 같더라.

그러다가 얼굴에 오타반점을 그리자고 제안했다. 마침 내 허벅지에 큰 오타반점이 있다. 이걸 얼굴에 그리면 결핍이 있는 인물을 보다 잘 드러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원래는 좀 더 흐릿한 색깔이기 바랬다. 왜냐하면 영화의 3분의 1 지점까지는 이 인물에 연민이 들도록 했다가 그 뒤부터는 악으로 드러나는 게 반전 포인트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박광현 감독은 처음부터 악역으로 드러나도 전혀 상관없다고 하더라. 이 사람이 어마어마한 배후 인물이란 걸 알리는 게 감독님의 포인트였다고 했다. 그래서 얼굴에 오타반점을 진하게 그렸다. 9대 1 가르마는 감독님이 히틀러를 착안해서 제안했다. 좀 더 이마가 넓은 인물이었으면 해서 앞머리를 뽑고 깎았다.

-마음 속에 저장창고에서 꺼내왔다고 했는데. 늘 여러 인물들을 관찰하고 가슴 속에 저장해 놓는가.

▶일상생활을 하다가 마주치는 여러 인물들 중에서 뭔가 특이한 게 있으면 저장해 놓는다. 이 사람이 왜 이렇게 얍삽해 보일까 생각하다 그 사람 눈 밑에 있는 점이 들어온다. 그런 그런 설정을 저장해 놓는다. 그런 식으로 여러 인물들을 준비해 놓는다.

-영화 속에서 대부분 홀로 연기를 하는데. 리액션이 없는 연기가 가장 힘든 법인데.

▶지창욱은 촬영장에서 두 번 만났고, 심은경은 아예 못봤다. 그래서 늘 상상을 했다. 상대가 있으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편한데 그게 없으니 다 상상을 해야 했다. 내가 뻘쭘하면 관객도 뻘쭘 할 테니 눈 앞에 뭔가가 있다고 늘 시각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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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세/사진제공-프레인TPC


-극 중 지창욱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홀로 웃고 화내고 연기하는 장면이 무척 인상적이었는데.

▶사실 첫 번째 테이크에 오케이가 났다. 그런데 더 해보고 싶었다. 한 번 더 하자고 하면 여러 사람들에게 민폐이긴 하다. 미술팀이 다시 세팅하는 데 한 시간 정도 걸리니깐. 그래서 뭔가 손바닥에 전기가 오는 듯한 느낌이 올 때까지 해야 할 것 같았다. 3번 찍었다. 이 사람이 화를 내면 남들과 다른 식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남들이 뾰족하게 화를 낸다면 이 사람은 구불구불하지만 이 사람만의 분노를 드러내고 싶었다. 기뻐할 때도 마찬가지다. 극 중에서 기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음악 때문에 잘 드러나진 않지만 난 소리를 내지 않았다. 퍼거슨 감독이 아이처럼 신나는 모습에서 착안했다. 기뻐서 아이처럼 뛰지만 그래도 말은 하지 않는. 그렇게 다른 인물로 그리고 싶었다. 시나리오에 의외성, 신선, 외로움 등등 이런 단어들을 늘 써놓고 생각했다.

-100억대 영화에 지창욱과 더불어 사실상 투톱이 된 셈이다. 그걸 스스로도 알았다고 했고. 부담은 없었나.

▶부담은 있었지만 그게 날 흔들지는 않았다. 나를 물음표라고 생각했다면 느낌표로 바꾸고 싶었다.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남자사용설명서' 때도 그랬다.

-극 중 여러 모습들이 '다크나이트'의 투페이스 같은 느낌도 주는데.

▶영화가 선보인 뒤 그런 이야기들을 처음 들었다. 글쎄 난 처음부터 새로운 인물에 포커스를 맞췄기에 그런 슈퍼히어로 영화 속 악당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 많은 설정을 하긴 했다. 키타노 타케시처럼 눈을 깜빡이는 것도 고려했다. 그런데 막상 연습을 했더니 그 사람처럼 자연스럽지 않더라. 그 분은 교통사고가 나서 그게 자연스러운 거였더라. 설정으로 들어가면 설정으로 느껴지는 것 같았다.

지창욱과 액션을 할 때 갈비뼈에 금이 간 게 그래서 좋았다. 실제로 아픈 게 연기로 자연스럽게 들어올 수 있어서. 액션은 지창욱이 다 했는데 나는 고작 그거하고 다쳐서 민망하긴 했다. 액션의 합은 다 짰는데 발로 밟히는 장면에서 내가 몸을 잘 못 틀었던 것 같다. 촬영에 지장을 주면 안되니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고 다시 와서 찍었다. 액션 장면을 찍다가서 온 얼굴에 피 칠갑을 하고 응급실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었다. 담당자가 "앞이 보이세요" "제 말이 들리세요"라고 묻더라.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들이 있었는데 '조작된 도시'도 그렇게 될 것 같은가.

▶글쎄, 터닝 포인트인 영화들은 있었는데 터닝은 안돼더라.(웃음) 그냥 똑 같은 선 안에 있는 것 같다. 독립영화 '8월의 일요일들'로 첫 주연을 했다. '라디오데이즈' ''시크릿' '남자사용설명서' 등등 여러 영화들이 내겐 터닝 포인트였다.

하지만 그런 것들로 내가 바뀌거나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되는 것 같다. 그게 내 성격이기도 하고.

-더 인지도 높은 배우가 되고 싶단 욕심은 없나.

▶지금 내 방식이 더 욕심이 많은 것일 수 있다. 길고 오래 행복하게 연기를 하는 것. 예전에는 독립영화를 많이 했다. 그러다가 요즘은 독립영화를 잘 못한다. 난 똑 같은데 상황이 바뀌었다. 그래도 변했다는 소리를 듣곤 한다. 그래서 내가 상처주지 않고, 남에게 상처받지 않도록 늘 마음을 챙긴다. 더 잘 되면 좋겠지만 더 잘 되는 게 목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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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세/사진제공-프레인TPC


-'부산행' 연상호 감독과 서로 무명 시절 여러 작품을 같이 했는데.

▶잘 되더니 왜 나를 안 쓸까, 이런 생각은 안 한다. 더 잘 나가든, 더 못 나가든, 서로가 맞는 게 있으면 10년에서 20년 사이에 또 같이 작품을 할 수 있지 않겠나. 흘러가면 흘러가는 대로 사는 게 인생인 것 같다. 장길수 감독님의 '아버지'란 영화에서 손님 2로 데뷔했다. 다음 영화인 '수취인불명'에선 경찰2였다. 그렇게 시작해서 여기까지 흘러왔다. 왜 난 안 돼지? 왜 더 할 수 없지? 이런 생각은 안 한다. 이대로 행복하다.

-'조작된 도시'는 호불호가 크게 갈리고 있는데. 너무 좋아해서 여러 번 보는 관객들도 많고. 정말 싫어하는 관객도 있고.

▶참여한 사람들로 너무 뿌듯했다. 반응이 걱정되긴 했지만 호가 불호보다 더 많은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불호인 분들은 이 영화가 너무 붕 떠 있다는 이야기들을 하신다. 난 오히려 땅에 많이 붙어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영화 밖 현실을 보면 오히려 '조작된 도시'의 상상력은 현실에 뿌리를 내렸다고 생각한다. 구현 방식이 다를 뿐.

-현재 MBC 드라마 '미씽나인'에 출연 중인데. 결말은 알고 있나.

▶나도 모른다. 아직까지는 안 죽었다. 누가 범인이고 누가 어떻게 될지 굵직한 느낌만 안다. 초반부는 대본을 봐서 아는데 지금은 거의 생방송처럼 찍고 있어서 어떻게 전개될지 모른다.

-나이도 그렇고, 사생활도 그렇고, 일부러 드러내지 않는데. 작품 속 인물로만 기억되고 싶나.

▶포털사이트 프로필에 원래 나이가 올라 있었는데 삭제 요청을 했다. 물론 찾아보면 바로 나오지만. 어떤 연령대로 규정될 게 아니라 20대에서 50대까지 폭넓게 보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영화 '코리아'에서 20대 후반을 연기했고, 전작에선 58년생을 연기했다. 그렇게 다양하게 보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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