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숙 끝낸 버벌진트의 시국 비판..개운치만은 않은 뒷맛

윤상근 기자 / 입력 : 2017.01.15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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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브랜뉴뮤직


부드러우면서도 직설적이었다. 하지만 뭔가 개운치만은 않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래퍼 버벌진트의 신곡 '그것이 알고 싶다'를 두고 하는 말이다.

버벌진트는 10일 주요 온라인 음원 사이트를 통해 싱글 앨범 '그것이 알고 싶다' 음원을 발표했다. 버벌진트는 이와 함께 수록곡 'OGinmydream' 등 총 3곡을 담았다.


이번 앨범을 통해 버벌진트는 지난해 말 대한민국을 뒤흔든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비판적인 메시지를 담았다. 버벌진트는 작정한 듯 특유의 저음 보이스로 현 시국을 향해 날카로운 칼날을 꺼내 들었다.

버벌진트는 '그가 그날 보낸 일곱 시간은 뭘로 채워졌을지'라는 가사로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에 대한 의혹을 짚었고, 이어 '계속 인간을 혐오하게 되네'라며 점점 더해져만 가는 불신의 대한민국을 언급했다.

버벌진트는 '원치 않는 희생에 이유를 묻고 분노하는 게 왜 욕먹을 일이 돼야 하는지, 혹시 그것마저도 치밀한 누군가의 계획', '광장에 모인 모두가 그를 혐오한다는 것을 알아도', '그가 여성인 것을 걸고 넘어지는 순간부터 하나도 말 안 되는 거 작동 안되는 거'라고 말하는 등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특히 앞서 소속사 동료 래퍼인 산이가 지난해 11월 발표했던 '나쁜X'마저 간접 언급하며 '상대는 더 해상도 높은 비전으로 까야만 한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버벌진트의 다른 수록곡인 'OGinmydream' 속 가사 역시 뭔가 절묘하다. 여기서 OG는 Original Gangster의 줄임말. 힙합 장르에서 말하는 본래의 정신 또는 진리로도 일컬어지는 단어다. 버벌진트는 꿈속에서의 OG를 떠올리며 뭔가 버벌진트 자신에게 말하는 성찰의 메시지를 전한 듯했다. 버벌진트는 과거를 다시 살 수는 없으며 그간 겪었던 것보다 훨씬 더 밑에서 시작해야 하고, 많은 물음들에도 대답해야 한다는 가사로 자책하고 있음을 암시했다. 버벌진트는 여기에 자신을 최면에 걸린 영애로 묘사했다.

버벌진트는 지난해 6월 자택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신 이후 서울 마포구 인근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경찰에 적발돼 면허정지 100일 처분을 받았다. 당시 버벌진트는 자신의 SNS를 통해 직접 음주운전 적발 사실을 밝혔다. 이후 KBS 2TV '추적 60분' 제작진의 취재로 버벌진트의 음주운전 적발 당시 상황이 공개됐다. 팬들은 즉각 "진심이 의심된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버벌진트는 자숙 대신 랩으로 자신을 향한 논란에 정면돌파했다. 사건이 벌어진 지 1개월 만에 버벌진트는 싱글 '추적'을 내놓으며 모든 음주운전자가 가해자고 이 노래가 내 반성문이며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알리는 것이 내 미션이라고 직접 밝혔다. 여기에 나머지 비난의 시선은 나와 상관이 없다고도 말했다.

'추적'에 이어 시국을 정면으로 비판한 '그것이 알고 싶다'와 'OGinmydream'까지. 버벌진트의 행보는 분명 비범했다. 여느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의 행보와는 사뭇 달랐다. 래퍼로서 거침없는 가사만큼은 이전의 버벌진트가 보여준 카리스마를 떠올리게 할만 했다.

그럼에도 통쾌함보다는 개운치 않은 뒷맛이 남는다. '추적 60분' 제작진에 의해 포착된 버벌진트는 단속을 피해 우회하려 했고, 이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음주운전을 저질렀음을 직접 SNS로 자백한 것조차 면피성 논란으로 이어졌다.

버벌진트는 이미 음주 후 운전대를 잡은 자체만으로 큰 잘못을 저질렀다. 안 그래도 연이은 스타들의 음주운전 적발로 비판 여론이 거셌던 와중에 벌어진 사건이었기에 시선은 더욱 곱지 않았다.

버벌진트의 시국을 향한 거센 비판이 잘못된 건 아니다. 랩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자유는 래퍼에게 가장 큰 무기다. 다만 잘못을 저지른 누군가가 다른 상대를 향해 비판의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모양새는 뭔가 모를 불편함을 전하게 했다.

이래저래 사건 직후 벌어졌던 일련의 과정을 다시금 짚어보게 하는 대목이다. 좀 더 진정성 있는 자숙의 행보가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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