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한컷] 개막작 상영 전 텅 빈 내빈석..혼란과 시작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부산=전형화 기자 / 입력 : 2016.10.07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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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작 상영 전 텅 빈 내빈석.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이후 아쉬운 풍경/사진=전형화 기자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6일 개막했습니다. 전날 들이닥친 태풍 영향으로 해운대 백사장에 놓여있던 구조물들은 죄다 부서졌죠. 다행히 영화의 전당은 굳건했고, 날씨는 오히려 쾌청했습니다. 태풍 뒤 맑음이죠.

늘 화려했던 레드카펫은 차분했습니다. 강수연 위원장을 비롯해 한효주 박소담 등 많은 여배우들은 짜기라도 한 듯 블랙 드레스를 입었습니다. 아마도 올해 영화제 분위기를 고려해 너무 화려한 의상은 피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박수갈채나 환호성은 적었습니다. 톱스타들이 적었던 탓도 있겠죠. 예년과 달리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는 많은 배우들이 찾지 않았습니다. 화제작들이 보이콧 여파로 출품을 고사하자, 배우들도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영화제는 축제고, 축제는 화려함이 볼거리인데 아쉽긴 합니다.

올해 개막식은 몇 가지 달라진 게 있습니다. 우선 조직위원장의 개막선언이 사라졌습니다. 원래 개막선언은 당연직으로 조직위원장을 맡은 부산시장의 몫이었습니다. 부산시장이 개막식 마지막에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을 선언합니다"라고 외치면 불꽃이 하늘을 수놓습니다. 그리고 개막작이 상영되죠.

올해는 서병수 부산시장이 아예 개막식을 찾지 않았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부산시장이 불참한 건 21회 역사에 처음입니다. 서병수 시장은 부산영화제를 민간으로 이양한 만큼 불참하겠다는 뜻을 전했다는 후문입니다. 그러다보니 개막선언을 누가 할지 의견이 분분했겠죠. 관례대로 한다면 첫 민간 이사장을 맡은 김동호 이사장이 개막선언을 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김동호 이사장은 굳이 관례를 지킬 필요는 없지 않겠냐며 아예 개막선언을 없애기로 했답니다. 불꽃도 없앴죠. 2년 여간 지독한 갈등과 내홍을 겪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새 출발을 위해 달라진 부분이기도 할 것 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개막선언과 불꽃, 그리고 곧장 이어졌던 암전이 없다 보니 개막작 상영 전에 장내 혼란이 찾아왔습니다. 개막식이 끝나고 장내는 환하고, 앞 좌석을 차지했던 주요 내빈들은 썰물처럼 빠졌습니다. 장내가 어둡다면 티가 나지 않을 텐데, 환하다 보니 앞좌석들이 텅 빈 게 확연히 드러났습니다. 빠져나가는 배우들에게 사인을 받으려 앞으로 달려가는 관객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습니다. 김지석 프로그래머가 몇 번이나 장내 아나운싱으로 "곧 개막작 상영이 있습니다. 좌석에 앉아주세요"라고 했지만 혼란은 암전이 될 때까지 잦아들지 않았습니다.

개막식이 끝나고 주요 내빈들이 개막작을 보지 않고 퇴장한다는 지적은 늘 있어왔습니다. 야외에서 진행하는 행사인 만큼 얇은 드레스를 입은 배우들, 또 개막식 이후 열리는 리셉션에 참석하려면 이동 시간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이유들을 말하곤 했습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10월 초 밤바람은 춥죠. 개막작 상영까지 끝나고 리셉션으로 이동하려면 나오는 관객들과 차량으로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구요.

그래도 개막작 상영 전에 텅 빈 내빈석을 바라보는 건 아쉽습니다. 뒷자리에 앉아있는 관객들은 앞자리 내빈석들이 비는 걸 보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개막선언과 불꽃으로 시선이 뺏기고 그 뒤 암전과 영화 시작으로 이어졌을 때는, 그래도 티가 나진 않았습니다. 조용조용하게 빠져 나가기도 했구요. 밝아지니, 밝아진 만큼, 어수선하고 텅 빈 모습이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또 다른 상징 같기도 합니다.

태풍 뒤에 맑음. 그리고 사라진 개막선언과 불꽃. 텅 빈 내빈석과 혼란스런 장내.

무릇 새로워지려면 고통이 필요합니다. 혼란도 찾아오죠. 부산국제영화제가 보다 새로워지고, 보다 전진하려면서, 겪는 시련 같습니다. 내년에는 올해의 혼란과 소란이 또 달라지겠죠. 부디 좋은 방향으로 달라지길 바랍니다.

개구리는 멀리 뛰기 전에 잔뜩 움추립니다. 부산국제영화제도 멀리 뛰려 움추리는 것 같습니다. 이제 시작했습니다. 15일까지 열흘간 축제를 엽니다. 개최 여부가 불투명했고, 예산도 20% 가량 줄었고, 보이콧 여파도 계속되는데, 정말 기적 같은 일입니다. 사람의 노력으로 만든 기적입니다.

이 기적을 관객들이 만끽하길 바랍니다. 이 기적이 내년에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평범한 일이길 바랍니다. 움추렸던 만큼 더 멀리 뛸 수 있을지는, 결국 관객들의 몫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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