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터널' 무너져도 터진 하정우 휴대전화, PPL 없던 까닭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6.09.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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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터널' 스틸컷


무너진 '터널'에서도 터지는 하정우의 휴대전화는 어디 제품일까요? 통신사는 어디일까요?

600만 관객을 훌쩍 넘겨 흥행 질주 중인 영화 '터널'(감독 김성훈)은 붕괴된 터널에 갇힌 한 남자 정수와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터널 속 남자 정수로 분한 하정우는 생수 두 병과 케이크, 그리고 배터리 78%가 남은 휴대전화 하나에 의지해 칠흙 같은 붕괴 현장 속 숨막히는 시간을 버텨냅니다. 비록 전파가 통하는 자리를 잘 찾아야 하지만, 무너진 터널에서도 배터리가 닳아 없어질 때까지 휴대전화는 제 역할을 제대로 해 냅니다. 여간 신통한 게 아닙니다.


터널 속 생존자가 휴대전화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기에 영화 속 터널 입구 구조현장에는 '잘 터지는' 이통사를 홍보하는 홍보 현수막이 나부낍니다. 그런데 기억나시나요, 어떤 통신사인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국내 3대 이동통신사 중 누구도 하정우의 휴대전화를 책임지지 못했습니다. 휴대전화 제조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책임지지 않았다고 해야 맞을 겁니다.

'터널' 제작진은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당연히 이동통신 3사, 스마트폰 제조사들과 접촉했습니다만 그 누구도 '터널' PPL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촬영 즉시 방송이 이뤄지는 드라마의 경우 주력 신상품을 바로 선보일 수 있지만, 촬영부터 개봉까지 시간 차가 벌어지는 영화의 경우 스마트폰 제조사 측에서 PPL에 큰 메리트를 느끼지 못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이통사들에게도 먼저 PPL을 제안했지만 '우리 로고를 사용할 수는 있지만, 따로 PPL을 할 생각은 없다'는 입장이었다고 합니다.


결국 '터널' 제작진은 임의대로 스마트폰을 구입해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이동통신사 관련 장면에도 특정 회사를 거론하지 않았죠. 터널 속 전화통화가 주요 소재로 등장하는데도 제조사, 이통사 로고 하나를 찾아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터널'이 올해 최장기 박스오피스 1위 기록을 스스로 경신해가며 600만 관객을 넘어 흥행 중인 요즘, 무너진 터널에서도 끝까지 터진다는 퍽 괜찮은 PPL 기회를 놓친 이들이 아쉬운 입맛을 다시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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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터널' 스틸컷


참고로 '터널' 전체를 통틀어 브랜드가 실명으로 등장한 회사는 딱 두 개입니다. 일단 터널에 들어가기 직전 정수가 들르는 주유소 S오일이 있습니다. 주변에 건물이 없어야 하는 등 설정에 맞는 조건이 필요해 그에 맞춰 섭외가 진행됐다 합니다.

무엇보다 자동차 세일즈맨으로 설정된 정수가 다니는 기아자동차가 있습니다. 영업사원의 입에 밴 인삿말 탓에 몇 번이나 대사로 언급됩니다. 기아자동차는 현금 지원 대신 하정우가 탑승한 K5 차량 한 대, 다른 뉴소렌토 1대 총 2대의 자동차를 현물 지원했습니다. 덕분에 광고효과를 톡톡히 누렸죠. 터널 붕괴 속에서도 생존공간을 확보해 준 안전한 자동차 이미지는 기분 좋은 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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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영화대중문화 유닛 김현록 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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