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은성에게 배우는 이천웅, LG 리빌딩의 선순환

광주=한동훈 기자 / 입력 : 2016.08.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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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이천웅(왼쪽), 채은성(오른쪽). /사진=LG트윈스 제공





시작은 경쟁이었다. 누군가 자리를 잡았고 누군가는 마음을 비우고 따라가게 됐다. 욕심을 버리자 보이기 시작했다. 무한 경쟁에서 출발한 LG의 리빌딩이 숱한 비난을 뚫고 비로소 결과를 내고 있다.


올 시즌 LG에서 가장 돋보이는 젊은 타자는 단연 채은성이다. 팀 내 타점 2위로 리빌딩의 확실한 성공사례다. 하지만 개막전 라인업에 그의 이름은 없었다. 좌익수 7번 이병규, 중견수 임훈, 우익수는 이천웅이었다. 시즌 초반 주어진 기회를 이천웅은 놓쳤고 채은성은 잡았다.

이천웅은 2군에 다녀왔다. 그 사이 채은성은 주전 우익수가 됐다. 이천웅은 채은성을 보고 배우는 입장으로 두 번째 기회를 기다렸다. 최근 10경기 타율 0.367로 좌익수 자리에서 자신의 지분을 넓혀갔다. 둘은 한 자리를 두고 경쟁했지만 어느새 양 코너를 책임지고 있다.

이천웅은 개막 직후 10경기까지 0.349의 고타율을 유지했다. 고비는 생각보다 빨리 왔다. 4월 말부터 안 맞기 시작했고 5월 타율 0.238를 남긴 채 1군에서 제외됐다. 2군에서 재정비의 시간을 가진 뒤 6월 중순 1군에 복귀했다. 대타 혹은 상대 선발이 우완일 때 간간이 기회를 받으며 칼을 갈았다.


이천웅은 고전했던 시즌 초반을 돌아보며 "그 때는 너무 결과를 내려고 했다. '내가 아직 부족하구나' 느꼈다. 지금은 결과보다는 배운다는 생각이다. 채은성이 정말 잘해주고 있어서 어떤 타이밍에 치는지 등등 보고 배운다. 당장 잘해야겠다는 욕심은 내려놨다"고 털어놨다. 그래서인지 7월 타율 0.364로 반등했고 8월 LG가 치른 18경기 중 12경기에 선발 출장했다. 시즌 타율은 어느새 0.291까지 끌어올렸다.

LG 외야에는 유망주가 넘친다. 이 둘 외에도 김용의, 문선재, 이형종 등이 있다. 이들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경쟁을 해왔다. 옥석 가리기는 사실 캠프와 시범경기만으로 부족했다.

개막 후에도 경쟁은 이어졌다. 채은성이 가장 먼저 두각을 드러내며 주전 한 자리를 꿰찼고 김용의는 7월 말부터 리드오프에 고정 배치됐다. 이제 이천웅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중이다. 문선재와 이형종은 아직 플래툰이지만 좌투수를 상대로 확실한 강점을 보여줬다.

22일 현재 공교롭게도 개막전 주전 외야수였던 이병규(7)와 임훈은 현재 2군에, 유망주에 불과했던 이들 중 4명이 1군에 있다. '원칙이 없다', '너무 자주 바뀐다'는 등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생존 경쟁이 결국 열매를 맺는 모양새다.

애초에 누군가에게 충분한 기회를 보장할 수 없었던 여건 속에서도 최소한 모두에게는 기회가 돌아갔다. 양상문 감독은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 그 짧은 기회를 누군가는 움켜 쥐었다. 채은성을 시작으로 김용의, 이천웅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입지를 다졌다. 그게 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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