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 하늘을 난다' 우상혁 "그저 뛰어넘는 게 좋아요" (일문일답)

대전=김우종 기자 / 입력 : 2016.07.27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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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혁. /사진=머니위크 임한별 기자





"그냥 뛰어넘는 게 재미있어요. 기록을 깰 때마다 기분이 좋고"


아직 한국에서 육상이라는 종목은 불모지나 다름없다. 올림픽에서는 장거리 달리기 종목 중 하나인 마라톤에서만 메달이 나왔을 뿐, 다른 육상 종목에서는 아직까지 메달이 없다.

26일 대전한밭종합운동장.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날씨 속 신장 188cm의 한 청년이 연신 지주 위에 놓인 바를 넘고 있었다. 이번 리우 올림픽 육상 높이뛰기 국가대표 우상혁(20,서천군청)이었다.

연습을 하던 중, 그가 양말을 벗었다. 그런데 발 길이가 달라 보였다. 우상혁은 "8세 때 교통사고를 당한 뒤 후유증으로 오른발이 왼발보다 짧다"고 했다. 발 크기가 다른데 높이뛰기 운동을 한다? 천만다행으로 딛고 도약하는 구름발인 왼발을 다친 게 아니라 운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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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혁의 발. 구름발인 왼발이 더 크다. /사진=김우종 기자





그는 지난 10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2016 오사카 국제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높이뛰기 결승에서 2m29cm를 뛰어넘는데 성공, 리우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올림픽에 나설 수 있는 최소 기준이 정확히 2m29cm. 올림픽 대회를 코앞에 두고 극적으로 기준 기록에 도달하면서, 올림픽에 나설 수 있는 기회를 거머쥐게 된 것이다.

바로 이 순간.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만나 인연을 맺은 우상혁의 전담 코치, 윤종형(57) 코치는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이제 우상혁은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또 한 번 일을 낼 준비를 하고 있다.

페이스는 좋다. 그는 지난 2013년 세계 청소년 육상 경기 선수권 대회에서 2m20cm를 기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어 2014년 세계 주니어 육상 경기 선수권대회에서 2m24cm를 뛰어넘으며 동메달을 획득했고, 지난 6월에는 2m25cm를 기록했다. 결국 리우 올림픽을 약 한 달 앞두고 오사카 대회서 올림픽 출전 기준 기록을 넘어섰다.

이제 그의 몸과 시선은 리우로 향해 있다. 우상혁은 올 시즌 연습에서 최고 2m30cm까지 뛰어봤다고 했다. 만약 자신의 기록을 깰 경우, 8명이 진출하는 본선에 나갈 가능성이 있다. 그럴 경우, 한국 육상 역사의 한 페이지가 새롭게 써질 수도 있다. 과연 우상혁은 브라질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다음은 우상혁과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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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혁. /사진=김우종 기자





- 올림픽에 처음 출전하는 느낌과 각오는

▶ 그냥 꿈만 같다. 제가 운동하면서 가장 큰 대회를 나가는 거라 새로운 것 같다.

- 오사카 대회서 올림픽 출전 기준 기록을 채웠을 때 느낌은 어땠나

▶ 사실, 올해는 그냥 포기 상태였다. 몸 상태가 안 좋고, 컨디션도 안 좋았다. 선생님과 올해 천천히 가자고 했는데, 몸이 빨리 다시 돌아왔다. 도전의 기회는 몇 번 있었다. 그런데 그때마다 비도 오고 날씨가 안 좋았다. 하지만 오사카 때에는 날씨와 몸 상태가 맞아 떨어졌다. (넘는 순간), 첫 번째 목표는 일단 성공했다는 기분이 들었다.

- 리우 트랙에 들어서면 기분이 어떨 것 같나

▶- 큰 경기장에 들어가면 일단, 기분이 묘할 것 같다. 그리고 빨리 들어가고 싶고, 뛰고 싶다.

- 교통사고의 영향은 없나

▶ 없는 것 같다. 왼발이 구름발인데 더 크다. 달리기를 할 때에는 (불편한 점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높이뛰기는 밸런스가 중요한 종목이다. 이 밸런스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더욱 신경 쓰고 노력을 많이 한다.

- 높이뛰기 종목을 택하게 된 계기는

처음에는 달리기가 좋았다. 육상부에 뽑혔는데, 대전으로 이사를 오면서 육상부가 있는 학교를 물어봤다. 그때 은사님을 만났다. 사실 제가 달리기를 잘하는 게 아니었더라(웃음). 그래서 높이뛰기를 해보라고 권유해주셨다. 그런데 뛰어넘는 게 재미있더라. 물론 지금도 재미있다.

- 높이뛰기의 매력은

▶ 기록을 깰 때마다 기분이 좋고, 늘 과감한 도전을 할 수 있다. 도전하고 기록을 깨는 것에 흥미를 느껴서 항상 재미있게 하는 것 같다. 물론, 아직까지도 재미있다.

- 이번 대회보다는 2020 도쿄 대회를 정조준하고 있는데

▶ 사실 리우 대회를 생각해봤을 때 1차 목표는 우선, 예선 통과가 어려운 것은 알지만 예선 통과가 목표다. 또 결선에서 과거 우리나라가 8등까지 간 것으로 알고 잇는데 깨고 싶다. 제 기록만 깨도 성공이다.

- 큰 대회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

▶ 분위기가 좋은 대회, 관중들도 많고, 응원해 주는 사람이 많을 때 잘했던 것 같다. 그럴 때면 더욱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다.

- 목표는

▶ 2m31cm~32cm 정도 뛰었으면 좋겠다. 사실 그날 컨디션 싸움이다. 제 기록(2m29cm)뛰어 넘어도 성공이라 할 듯하다.

- 다른 누군가의 영상을 보는가

▶ 스웨덴의 스테판 홀름(신장은 181cm로 작지만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2m40cm를 뛰어 넘어 금메달을 차지함)이다. 최단신 높이뛰기 선수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을 이 선수를 통해 인상 깊게 보게 됐다.

- 부모님께서는 뭐라고 하시나. 전할 말은

▶ 부담 없이 잘 다녀오라 하셨다. 늘 응원해주시는 분들이다. '리우에 가는데, 걱정하지 마시고, 잘하고 올 테니까 더 좋은 기록내고 오겠다'라 말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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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하늘을 향해. /사진=김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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