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의 신데렐라, 김태리를 소개합니다(인터뷰)

[2016 칸영화제 현지보고]

칸(프랑스)=김현록 기자 / 입력 : 2016.05.1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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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에서 만난 '아가씨'의 김태리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김태리가 누구냐.' 15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박찬욱 감독에게 발탁된 1990년생 배우는 지난 해부터 영화계의 큰 관심 대상이었다. 무명의 신예가 박찬욱 감독의 영화에서 김민희와 함께 주연을 맡았다니 이목이 쏠릴 수밖에. 이름과 나이 외에 알려진 바가 거의 없었고, 출연작도 전무하다시피 했다. '노출수위 협의 불가'를 내건 파격적인 묘사에도 이목이 집중됐다. 숱한 관심 속에서 영화는 완성됐고 제6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지난 14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베일을 벗었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그녀 김태리도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가씨'는 일제강점기이던 1930년대,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은 아가씨를 둘러싼 음모와 반전, 배신의 이야기다. 김태리는 아가씨(김민희 분)의 돈을 노리는 백작(하정우 분)과 짜고 하녀로 들어간 소녀 숙희 역을 맡았다. 때로는 어리숙하게 때로는 놀랄 만큼 대범하게 영화를 이끌며 시선을 붙들었다. 또한 박찬욱 감독의 탁월한 선구안을 다시금 확인시켰다. 김태리는 올해 가장 강렬하게 데뷔한 신인임에 분명하다. 흥분되는 칸 뤼미에르 대극장의 레드카펫과 '아가씨'의 첫 공식 상영이 있었던 다음날 그녀를 만났다. 김태리가 궁금했다. 역시, 그녀는 초짜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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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에서 만난 '아가씨'의 김태리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영화를 본 소감은 어땠나.

▶복잡다단했다. 이게 무슨 감정인지 한 단어로 잘 못 말하겠다. 너무 여러 감정들이 들었고 좋았다. 장면을 보면 그 장면만 생각나는 게 아니라 앞뒤 상황이 생각나지 않나. 너무 선명하게 떠올랐다.


-인상적인 첫 영화다. 어떻게 연기했나.

▶프리 기간이 길어서 리딩도 많이 하고 감독님 배우들도 여러번 만나서 이야기하면서 가닥을 잡아갔다.

-어떻게 연기를 시작했나.

▶연기학원을 다니지는 않았다. 대학교 처음 들어와 연극을 접했다. 대학교 생활을 즐겨보고자 동아리에 들어갔다. 이걸 하면 대학생활이 재미있어지겠다 해서 들어갔다가 대학교 2학년 때 '내가 이걸 평생 함께 갈 길로 정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냥 확신이 들었다. 살면서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빨리빨리 선택을 하는 편이다. 그때도 그런 확신이 들었다. 별로 어떤 미래에 대한 고민도 없었고 그냥 하고 싶었다.

-이후에는 어떻게 지냈나.

▶졸업할 즈음 연극을 하고 싶어서 대학로로 갔고 손기호 연출의 극단 '이루'에서 3년 정도 연극을 했다. 대여섯 작품을 했다. 출연한 대표작을 꼽자면 '넙쭉이'다. '빌리 엘리어트' 작가 리홀이 쓴 1인 모노드라마인데, 강애심 선배님이 하시는 공연에 감사하게도 4회를 주셔서 해 봤다. 자폐증에다 암에 걸린 아이가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이듬해에도 하고, 제게는 의미가 깊은 공연이다.

-'아가씨'의 숙희도, 김태리도 대범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숙희가 대범하다. 저는 대범하려고 많이 노력한 편이다. 주눅 들지 않는 것이 많이 중요했다. 주눅 들면 안 나오니까 마음을 편하게 가지려고 노력했다. 실제의 김태리는, 다른 분들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잘 모르겠다. 저 되게 소심하다. 레드카펫 때 떨지 않으려고 '겁나게' 노력했다.

-'노출수위 협의 불가'가 조건으로 걸린 신인 오디션이었다. 겁나지 않았나.

▶그만큼의 담대함을 가지고 있는 배우를 원했기 때문이라고 알고 있다. 150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그런 마음으로 참여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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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에서 만난 '아가씨'의 김태리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오디션은 어땠나. 박찬욱 감독으로부터 '너로 정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나.

▶이유는 이야기 안 하셨다. 제작발표회 때 처음 말씀을 들었다. 오디션 때는 숙희가 히데코(아가씨)와 대화하는 장면을 즉석에서 연기했다. 각색 과정을 거치니 남지 않은 장면이다. 비디오 영상을 따고 감독님과 만났는데 '밥 먹자'고 하시기에 마음에 드시나 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도 밥도 먹고 티 파티도 하고 하시더라. 선택받은 날에도 쌀국수를 먹으러 갔다. 거창한 뭔가는 없었다.

-가장 힘들었던 대목은?

▶감독님이 아무리 내가 너로 정했고 너를 이끌 거라고 아무리 말을 해주셔도 제 속에 있는 의구심이 있지 않나. 제 안에 있는 불안을 없애는 게 급선무였고 그것이 제일 힘들었다.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다운되는데 그게 하등 도움이 안 된다. 그걸 올리려고 많이 노력했다.

-베드신 수위가 세다. 얼마나 찍었나.

▶4회차 정도로 촬영했다. 부모님은 아직 안 보셨다. 수위도 잘 모르신다. 대충은 알고 계신다. 제 생각에 엄마는 물론 속으로는 어떤 생각을 할지 잘 모르겠지만 겉으로는 잘 봤다고 해주실 것 같다. 배우로서의 길을 지지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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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에서 만난 '아가씨'의 김태리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김태리란 이름은 본명인가.

▶본명이다. 어렸을 적엔 '태리'는 좋은데 '김'이라고 성이 붙으면 뭔가 부끄러웠다. 크니까 제 이름이 좋더라. 아빠가 지어주신 이름이다. 배꽃이 만연했을 때 태어났다고 배나무 리(梨)자를 넣어서 지어주셨다.

-어떤 배우가 꿈인가.

▶연기자로서는 유연해지고 싶다. 작품 속에서는 공감할 수 있는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중요한 것 같다. 영화에 빠져들 때 이 캐릭터에 얼마나 빠져들 것인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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