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임성한..그녀가 원없이 쓴 10편의 작품들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5.05.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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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왼쪽 위부터 아래로 '신기생뎐', '오로라 공주', '인어 아가씨', '신기생뎐', '왕꽃 선녀님', '압구정 백야' 포스처 및 스틸컷, 화면캡처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 '압구정 백야'가 지난 15일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임 작가가 최근 '압구정 백야'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터라 화기애애한 해피엔딩이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원없이 썼다"며 은퇴를 말한 임성한 작가, 드라마 시청률의 미다스의 손이자, 작품마다 논란을 몰고다닌 문제적 작가로 이름높았던 그녀의 전작들을 돌아봤다.

◆MBC '보고 또 보고'(1998 ~ 1999)


임성한 작가는 첫 장편드라마 '보고 또 보고'로 시청률 홈런을 터뜨리며 일약 스타 작가에 올랐다. 단막극부터 두각을 나타냈던 임성한 작가는 두 자매가 한 집안에 시집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유쾌하고도 빠른 호흡으로 그린 일일드라마다. 언니가 아래 동서, 동생이 손윗동서가 된다는 크로스 겹사돈 설정, 사랑스럽지만 속물적이기도 한 여성 캐릭터 등 임 작가 특유의 성향을 발견할 수 있다.

무려 6개월을 연장한 고무줄 편성이 논란이 됐지만 이 모두를 홀로 감당하며 써낸 임 작가의 필력,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 고스란히 드러났다. 시청률은 MBC 역대 일일극 최고 수준에 이른다. 당시 시청률조사회사 미디어서비스코리아 집계에 따르면 평균시청률은 44.6%, 최고시청률은 57.3%. 주인공 김지수가 1998년 MBC 연기대상의 대상을 수상했다.

◆MBC '온달 왕자들'(2000 ~ 2001)


임성한 작가에게 일일극 여왕의 자리를 다시 안겨준 히트 드라마다. '보고 또 보고'가 종영한 지 약 1년 만에 시작한 드라마였음에도 임성한 작가는 130부 드라마를 이끌어가며 필력을 과시했다. 비록 '보고 또 보고'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마지막회 시청률이 35%에 이르며 역시 임성한의 저력을 확인시켰다. 흔들림 없는 일일극 최강자 KBS 1TV를 연이어 꺾어버린 힘에 방송가가 모두 그녀를 주목했다.

'온달왕자들'은 엄마가 다른 4명의 형제가 집안이 망한 뒤 좌충우돌 고난을 겪으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역시 꼬인 가족관계, 개성 강한 캐릭터, 극적인 이야기 전개가 시청자들에게 어필했다.

◆MBC '인어 아가씨'(2002 ~ 2003)

임 작가의 3번째 일일극 '인어아가씨'는 흔히 이야기하는 임성한표 드라마의 원형이 확립된 작품으로 꼽힌다. 삶은 고달프지만 강단있고 꼿꼿한 여주인공이 삶을 헤쳐나가는 기본 스토리에, 은아리영 같은 독특한 작명 센스, 당시 중고 스타나 다름없던 장서희를 원톱 여주인공에 캐스팅한 모험수, 무속신앙에 대한 집착, 그리고 예상치 못한 순간 빰을 후려치고 막말을 퍼붓는 충격 전개까지. 인기만큼 극렬스러운 임성한 작가에 대한 안티가 생겨난 것이 이 때부터다.

'인어 아가씨'는 아버지가 어머니를 버린 뒤 가족이 파탄난 여주인공이 복수를 위해 배다른 동생의 남자를 뺐는다는 복수극과 이 주인공이 사랑을 찾는 멜로드라마가 바탕이다. 드라마 작가로 등장한 장서희의 대사 "밤새워 피고름으로 쓴 대본" "저런 멜로드라마는 참 쓰기 쉬워요" 등은 임 작가의 마음을 대변하는 말로 받아들여지며 논란이 됐고, 딸기 꼭지를 칫솔로 씻으라는 등 엉뚱한 디테일, 장서희와 극중 아버지 후처인 한혜숙이 따귀를 주고받는 장면 등이 또한 내내 논란을 빚었다.

그러나 논란과 함께 시청률은 마구 뛰었다. 13%대 시청률로 시작했던 '인어아가씨'는 당시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미디어코리아 집계 기준 47.9%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대히트했다. 장서희 또한 MBC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MBC '왕꽃 선녀님'(2004 ~ 2005)

다음 작품 '왕꽃 선녀님' 또한 막강했다. 10%대 초반으로 시작한 드라마는 방송 3개월 만에 두 배 넘게 시청률이 뛰며 동시간대 KBS 일일극 시청률을 추월했고, 방송 내내 20% 중반의 시청률을 유지하며 인기를 모았다.

무당인 생모를 둔 여주인공이 입양 이후 무병을 앓으며 파양당하고 다시 삶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왕꽃 선녀님'은 설정에서 보듯 무속 신앙에 대한 임 작가의 관심과 믿음을 가장 분명하게 내보인 작품이다. 그러나 신내림 묘사, 입양아 비하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임 작가가 도중에 집필 중단을 선언하며 작가가 교체됐다.

◆SBS '하늘이시여'(2005 ~ 2006)

임성한 작가가 SBS에서 처음 선보인 작품이자 첫 주말드라마. 역시 10%대 초반으로 시작해 시청률이 꾸준히 상승하며 시청률 30%를 넘겼다. 주말드라마 시간대 고전을 면치 못하던 SBS에게는 임성한 작가가 새로운 구세주가 된 셈이다. 주인공 한혜숙이 또한 SBS 연기대상을 안으며 공을 제대로 만끽했다.

이번에도 논란은 임 작가를 피해가지 않았다. '하늘이시여'는 딸을 버리고 재혼해 새 삶을 꾸린 어머니가 딸을 며느리로 맞이하는, 당시로선 통용되기 어려웠던 강렬한 스토리라인으로 시작부터 논란이 됐다. '웃찾사'를 보던 등장인물이 웃다가 급사하는 설정도 논란을 빚었다.

◆MBC '아현동 마님'(2007 ~ 2008)

MBC로 복귀한 임 작가의 일일극. 임 작가의 작품 중 가난 무난하다고 평가받는 동시에 가장 화제가 덜 된 작품. 얽히고설킨 가족의 이야기를 주로 해 오던 임성한 작가가 검찰청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삼아 이야기를 펼쳤다. 그러나 전문적인 직업군 묘사는 평이한 수준이었고, 시청률 또한 전작들의 성공에 비하면 평이한 수준이었다.

극중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 대한 언급이 비하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또 딸이 어머니 생신을 축하드린다며 한복에 대머리 가발을 쓰고 콩트를 하다 '텔미'에 맞춰 춤을 추는 엽기적 장면이 15분이나 등장해 세간에 오르내렸다.

◆MBC '보석비빔밥'(2009 ~ 2010)

임 작가가 '하늘이시여' 이후 2번째로 선보인 주말드라마이자 MBC에서 처음 선보인 주말극. 당시 시청률에서 고전하던 10시대 드라마를 확실하게 자리잡게 하기 위해 MBC가 내놓은 카드가 임성한 작가였다.

'보석비빔밥'은 네 가지 보석 이름을 지닌 4남매 이야기를 다른 홈드라마를 표방했다. 설정처럼 철없는 부모보다 성숙하고 똑똑한 네 남매가 등장했으나, 이들이 합세해 친부모를 집에서 내쫓는 설정, 쫓겨난 부모가 친가와 외가를 전전하며 구박받는 설정이 논란은 불편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한혜숙 한진희 등 임성한 사단 중견들은 여전했지만, 여느 임성한 작가 드라마에 비해 소이현 이태곤 등 비교적 잘 알려진 젊은 주인공을 쓴 작품이기도 했다.

◆SBS '신기생뎐'(2011)

임성한 작가의 2번째 SBS 작품. 사라진 기생 문화가 현존한다는 전제 속에 현대판 기생집을 무대로 한 드라마다. 파렴치한 양부모 때문에 기생집까지 가게 된 여주인공의 파란만장한 삶,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며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주요 얼개지만 줄거리보다 극단적인 묘사가 화제가 된 작품이었다.

'빨래판 복근'이란 단어를 실사로 옮긴 복근 빨래를 비롯해 여성을 집단 폭행하는 멍석말이, 귀신에 빙의한 등장인물이 눈에서 레이저를 발사하고 병을 진단하는 장면 등 황당한 설정, 장면들이 시청자의 허를 찔렀다. 역시 10%대 시청률로 시작해 중반 이후 20%대 시청률을 꾸준히 기록하며 시청률에서는 성과를 거뒀다.

◆MBC '오로라 공주'(2013)

남편 손문권 PD 사망 이후 한차례 작품 계획을 연기했던 임성한 작가의 복귀작. 동시에 계속 이어지던 막장 드라마 논란, 황당 전개 논란이 최고조에 이른 작품. 따져보면 묘사, 설정의 충격은 '신기생뎐'보다 덜한 편이었다.

'오로라 공주'에서 임성한 작가는 부잣집 막내딸로 살아가던 여주인공 오로라가 집안이 몰락한 뒤 겪는 고초와 극적인 사랑이야기를 독특한 묘사와 함께 그렸다. 당당하고 다부진 여주인공이 역경과 혼란 끝에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는 탄탄했다. 그러나 방송 내내 수많은 논란이 함께했다. 배우들의 연이은 하차, 조카 백옥담 특혜논란, '암세포도 생명' 발언, 임성한의 데스노트까지. 논란과 동시에 시청률이 상승하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연장반대 운동까지 일었다.

◆MBC '압구정 백야'(2014~2015)

임성한 작가의 10번째 드라마. 자신의 행복을 찾아 가족을 버린 어머니에게 복수하기 위해 어머니의 며느리가 된 딸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그렸다. 역할이 바뀐 '하늘이시여'의 다른 버전을 연상시킨다. 악녀로 출발한 여주인공이 오빠의 죽음 이후 성숙해가며 한편으로 복수심에 불타는 등 신선한 설정은 눈에 띄었으나, 수영장 난투극 장면, 주인공 첫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 등 논란은 소소하게 이어졌다. 그래도 시청률 20%를 넘겼던 '오로라 공주'와는 달리 15% 안팎의 시청률을 이어갔다.

임 작가 작품을 문제삼은 방송통신위원회 제재가 이어지자 임 작가의 친정이나 다름없는 MBC 드라마국 최고 책임자가 '앞으로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는 방송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는 촌극 아닌 촌극도 일었다. 임성한 작가는 이에 이미 더이상 작품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번 작품을 끝으로 드라마 집필에서 은퇴하겠다는 계획이라고 전해 또한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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