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미,힐미' 신세기 지성 전상서

[김수진의 ★공감]신군은 보시오, 이 애타는 여심을. 책임지시오.

김수진 기자 / 입력 : 2015.02.17 07:06
  • 글자크기조절
image


지성이면 감천, 정성이 지극하면 하늘도 감동한다는 뜻으로, 무슨 일이든지 정성을 다하면 어려운 일도 이룰 수 있다는 말이다. 연기자 데뷔 16년. 배우 지성(37·본명 곽태근). 지성이면 감천을 몸소 보여준 주인공이요, 지성이면 황정음이란 말까지 탄생시켰다.

지난 2013년 11월 종영된 주연작 KBS 2TV 미니시리즈 '비밀'(극본 유보라, 최호철·연출 이응복, 백상훈)이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은 이후 토크예능프로그램 '해피투게더'에 출연해 지성은 고백했다. "연기를 못할 당시가 부끄럽다"고. 이 고백은 제작진이 준비한 게스트들의 공통질문에 대한 답. '지우고 싶은 흑역사'를 묻는 질문이었다. 기자는 교육자 집안에서 반듯하게 자란 '지성'이 엿보이는 전형적인 답이라 치부했다.


그로부터 2년 뒤 방송중인 MBC 수목미니시리즈 '킬미,힐미'(극본 진수완·연출 김진만)에서 지성을 보면서 '아차' 싶었다. 당시 전형적인 답이라 치부했던 기자의 판단은 불찰. 연기를 못했던 시절의 모습을 지우고 싶은 장면으로 꼽은 지성의 대답에 감정 이입됐다. 그의 진실성을 2년 뒤 깨달은 것이다.

'킬미,힐미', 일곱 개의 인격을 가진 다중 인격 재벌 3세와 그의 비밀 주치의가 된 레지던트 1년차 여의사의 힐링 로맨스 드라마다. 드라마 내용은 방송 전부터 알려졌다. 재벌 3세와 여의사의 사랑이야기는 진부할 것 같았고, 남자 주인공이 다중인격자라는 점에서 배우의 연기력을 도마 위에 올려놓기 좋겠다싶었을 뿐이다. 고백하건대 이 역시 기자의 폄하였다.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의 진수완 작가의 필력, 세련된 연출력으로 정평이 난 김진만PD의 연출력은 시청자들의 기대치를 한껏 높여 놨다. '얼마나 잘하나 보자'싶은 기자의 마음을 충동질하기에 충분했다. '지성이 지성이지'(안정적인 연기력으로 꾸준히 호평 받는 배우)라는 생각으로 '킬미,힐미'에 임했다가. 큰 코 다쳤다. '지성이 이토록 연기를 잘하는 배우였어'라며 무릎을 쳤다. '지성이면 황정음'이었다. 다중인격을 넘나들며 캐릭터를 쥐락펴락 요리하고 있다. 황정음과 케미스트리 역시 최고다. 지성과 황정음이 아니였다면 이토록 멋진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으랴.


지성은 첫 방송에서 차분하고 성실한 캐릭터 차도현으로 등장해 섹시하고 와일드한 신세기로 변신했고, "기억해. 2015년 1월 7일 오후 10시 정각, 내가 너한테 반한시각"이라는 대사로 시청자를 홀렸다. "네가 가질 것 아니면 만지지마"라는 오글거리는 대사마저도 황홀하게 만든 신세기, 아니 지성 아닌가.

지성은 이후 40대 여수출신 사제폭탄 제조가 페리 박, 자살을 시도하는 17세 소년 안요섭, 안요섭과 쌍둥이 사춘기 소녀 17세 안요나, 7살 어린 소녀 나나까지 1인 다 역을 소화하며 절정의 연기력을 과시했다. 시쳇말로 시청자를 상대로 고수의 실력으로 밀당(밀고 당기기)을 즐기는 모양새다.

image


인격마다 돌변하는 연기는 할리우드 영화 '마스크'의 배우 짐캐리 이상이다. 아직 등장하지 않은 마지막 인격인 연령미상의 남자인격 X에 대한 각종 설이 난무하고 있으며, 캐릭터 등장에 대한 기대는 최고치에 달했다. '요나틴트', '요나아이라이너'를 갖고 싶어 안달 나도록 만들어 버린 건 다 지성 때문이다. 지난 16년 동안 쌓인 연기력이 발광한 결과 아닌가. 지성을 떠올리면 설레고 심장이 떨리는 건 여심의 이구동성. '다중이'로 변한 지성에 대한 찬사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P.S. 신군, 잘 아시잖소? 나만 콩닥콩닥, 이상증세가 있는 게 아니라오. 콩닥콩닥 뛰는 심장들을 책임지시오.

image
배우 지성/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관련기사

기자 프로필
김수진 | skyaromy@mtstarnews.com 페이스북

스타뉴스 콘텐츠 본부장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