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기 "찌질해 보이면 어쩌나..걱정은 접어뒀죠"(인터뷰)

영화 '오늘의 연애'로 스크린 첫 도전..이승기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5.01.1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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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늘의 연애'의 이승기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영화 '오늘의 연애'(감독 박진표·제작 팝콘필름)를 보며 '이제야 커다란 스크린에서 이승기의 얼굴을 보는구나' 싶었다. 가수로 먼저 데뷔, 탤런트로 예능인으로도 승승장구하던 이승기(28)를 보며 '언젠가 영화도 찍겠구나' 했지만, 데뷔 11년 만이라니 생각보다 참 오래 걸렸다.

그의 첫 영화는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다. 그가 맡은 주인공 준수는 100일을 못 채우고 여자친구에게 채이길 거듭하는 허당. 더욱이 그에게는 18년 간 허물없이 지내면서도 그저 뒤에서 바라보기만 한 애매한 '여자 사람 친구' 겸 아름다운 '만취여신' 현우(문채원 분)가 있다. 이 애매한 '썸'의 와중에 이 남자의 연애가 제대로 될 리 있나. 이승기는 이 어마어마한 2015년 판 '엽기적인 그녀'를 한결같이 아끼면서 뒤돌아 분통을 터뜨리는, 멀쩡한 남자의 쉽지 않은 사랑 이야기를 능청스럽게 그려 보인다.


이렇게 또 하나의 시험대에 오른 이승기를 만났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던 이승기는 언론시사 이후 한 시름을 던 모습이었다. 그는 "정말 긴장했는데, 다행히 대체적으로 좋게 봐 주신 것 같아 마음이 좀 놓인다"며 환하게 웃었다.

"선뜻 결정하기는 힘들었어요. 무엇보다 시나리오가 재밌었고, 느낌이 좋았어요. 또 박진표 감독님이잖아요. 가벼운 이야기라도 결코 가볍게 풀지 않으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도 첫 영화인데 당연히 긴장이 되죠. 영화는 찍고 나면 모니터를 다 시켜주시더라고요. 편집도 해서 보여주시고. 딱 드는 생각이 '야 대박이다, 이런데도 연기를 못하면 안되겠구나, 못하면 다 배우 탓이구나'였어요. 그러니 더 긴장이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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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늘의 연애'의 이승기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따져보면 이승기의 첫 영화는 자신의 기존 이미지를 고려한 안전하고도 영리한 선택이기도 하다. 극적으로 변신하는 대신 친근하도고 유쾌한 허당 이미지를 로맨틱 코미디 캐릭터에 그대로 녹여냈다. 거대한 스크린에 비친 그의 얼굴이 퍽 자연스러워 보이는 이유 역시 그 때문이리라.

박진표 감독 역시 '오늘의 연애'의 준수 자체에 자신이 본 이승기 본연의 매력을 최대한 담아냈다. 이승기는 "첫 발을 떼면서 가장 베스트를 선택했다는 느낌"이라며 "감독님깨서도 이승기가 가진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모험을 안 하시고, 제 본 모습을 잘 캐치해 담아주셨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하려고, 폼 잡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질투 나고 화가 나면 그렇게 표현을 해야 하잖아요. 설사 '내가 너무 찌질한 것 아닌가' 싶더라도 '관객이 날 그리 보면 어쩌나' 그런 걱정은 접어 두고 연기했던 것 같아요. 옛날에는 연기하면서 '남자답게 보여야지' 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게 그렇게 보이고 싶다고 해서 보이는 게 아니더라고요. 무게 잡는다고 남자다운 것도 아니고요. 결국엔 온전히 캐릭터를 표현하는 게 제일 멋진 거 아닌가 싶었어요."

이승기는 "나쁜 남자는 같이 살기 전이 매력적이지만 살아보면 나쁜 놈이라 싫을 수 있다"며 "현실에 저런 남자가 있기만 하다면 진짜 괜찮은 남자"라고 준수를 변호했다. 그런 남자를 두고 '처음엔 간이 안 맞고 심심한 것 같지만 오래 졸이면 간이 맞아진다'는 말이 퍽 와 닿았단다. 이승기는 "저도 그렇다"며 "스타트부터 너무 좋은 것보다는 처음에는 삐걱거리고 안 맞나 싶지만 차차 알아가며 맞아 가는 것이 오래 잘 가더라"고 털어놨다.

"감독님이 저를 두고 쓰신 시나리오라 롤모델이 따로 없었어요. 제가 준수와 비슷한 점이 많아요. 특히 감정 표현에 솔직하고, 욱 하는 걸 감추지 못하는 것. 제가 속은 안 그런데 괜찮은 척 겉으로 표정 관리하고 그러질 못해요. 하지만 답답하기도 해요. 저 같으면 준수처럼 가만히 지켜보지 않고 상대가 싫어하든 좋아하든 일단 두들겨볼 것 같아요. 준수가 저처럼 그랬다면요? 아마 영화가 15분 만에 끝났겠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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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늘의 연애'의 이승기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2009년 드라마 '찬찬한 유산'에서 이미 호흡을 맞췄던 '진짜 친구' 문채원과의 찰떡 호흡은 '오늘의 연애'에서 제일 돋보이는 대목이다. 이승기는 "합이 좋다는 말이 진짜 성공적인 평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즐거워했다. 연기로 설명할 수 없는 로맨틱 코미디의 케미스트리가 드러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많이 노력했던 대목이란다. 선호하는 얼굴 각도도 모두 포기했다. 이승기는 "뷰티는 채원이에게 밀어줬다"고 눙쳤다.

"키스신은 촬영 개시 나흘 만에 찍었어요. 그런데 굉장히 중요한 신이기도 하고, 저는 남녀의 다른 사랑방식을 보여주는, 제일 재미있는 신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잘 해야 되잖아요. 감독님은 '내가 질투날 수 있게 마음껏 하라, 완전히 리얼하게 했으면 좋겠다'고만 하셨어요. 세세한 디렉션은 안 주셨는데 그게 좋더라고요. '너희가 알아서 해, 그럼 우리가 알아서 따라갈게' 하는."

그렇게 찍은 키스신은 영화 공개 직후부터 화제가 됐다. 이승기는 '여자친구 윤아보다 더 잘 어울려 보인다'는 짓궂은 평가에도 "그게 잘 한 것 아닌가. 잘 어울려 보였으면 했다"며 능청스럽게 웃었다.

물론 첫 영화 개봉을 앞두고 주인공으로서 책임과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승기는 '이승기가 주연한 영화가 성공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놀랍다'는 댓글을 보고 상처받은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제가 아직 검증이 안 됐으니까"라고도 털어놨다. 하지만 무려 11년, 수많은 시험의 무대를 거쳐 드디어 스크린에 첫 발을 디딘 그의 다짐엔 힘이 있었다.

"늘 그런 시험대에 서요. 드라마를 하고, 또 예능을 하고. 그 다음에도 똑같이 시험대에 서게 되더라고요. 물론 그런 의심을 당연히 받지 않는 분들도 계시죠. 아무래도 제가 여러 가지를 하니까 더 오래 걸리는 것 같아요. 그래도 수없이 검증받는 그 시간이 20년이 되고 또 30년이 되면 그때는 조금 더 자연스럽게 받아주시지 않을까요. 계속 노력해야죠. 증명하지 않아도 믿어주실 때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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