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좋은시절' 윤지숙 "스튜어디스 그만둔 이유요?"(인터뷰)

KBS 2TV 주말드라마 '참 좋은 시절' 최미숙 역 윤지숙 인터뷰

문완식 기자 / 입력 : 2014.05.03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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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윤지숙 /사진=이기범 기자


'윤지숙'이라는 이름 석 자로 그녀의 얼굴을 단박에 떠올리긴 어렵다. 'KBS 주말드라마 '참 좋은 시절'의 털털한 여자 채소장수'라고 설명하면 좀 더 떠올리기 쉬울까. 여기에 김상호-김광규와 삼각관계를 이루는 인물까지 덧붙이면 웬만한 시청자들은 그녀가 누군지 알 것이다.

배우 윤지숙(41)은 그 '채소장수'다. '참 좋은 시절'(극본 이경희 연출 김진원)에서 극중 동석(이서진 분) 집안이 운영하는 '쌍둥이 족발집'에 채소를 납품하는 미숙 역을 연기 중이다. 쌍식(김상호 분)과 10년을 남모르게 연애 중이기도 하다. 하지만 '뽀뽀' 한번 안한 10년 연애 중에 쌍호(김광규 분)가 미숙에게 호감을 느끼면서 삼각관계를 형성,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높이고 있다. 쌍식이 명란(윤유선 분) 쪽으로 기우면서 복잡한 러브라인을 예고하고 있기도 하다.


인터뷰를 위해 마주한 윤지숙을, 기자는 단박에 알아보기 힘들었다. 윤지숙은 극중 파마머리와 꼬질꼬질함은 사라지고 긴 웨이브머리에 파랑 정장 차림이었다. "이렇게 다니면 '참 좋은 시절' 제작진도 몰라 봐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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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2TV '참 좋은 시절' 화면캡처


◆1996년 KBS 공채 탤런트로 데뷔.."스튜어디스 그만둔 이유요?"


"동네 미용실 가서 제일 센 파마머리 해달라고 했더니 '강철파마'를 해줘서 좀체 풀리지가 않아요. 머리 감고 바로 탁탁 털고 촬영 들어가면 돼요. 그리고 손톱 밑에 때 낀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흙에 손톱 문질러가며 연기했어요. 지난 수요일(4월 30일)에 지숙이가 변신하는 장면을 촬영했는데 싹 변신하고 갔더니 감독님하고 스태프들이 못 알아보시더라고요(웃음)."

윤지숙은 지난 1996년 KBS 18기 공채탤런트로 데뷔했다. 그 직전 1994년~1995년 2년간 모 항공사 승무원으로 근무했다.

"처음에는 너무 재미있었어요. 그런데 비행기 안에서 일한다는 게 매일이 똑같은 일상의 반복이더라고요. 2년 정도 하니 '아 오늘 비행기 고장 안나나' 생각할 정도로 일하기 싫어졌어요. 그러다나 친구들이 재미 삼아 탤런트 시험 도전해보자고 해서 응시했죠. 연예인들은 특별한 재능을 타고 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시험을 본 KBS, SBS 둘 다 합격했어요. 1996년이었는데 SBS는 최종 합격이었고 KBS는 슈퍼탤런트 선발이라고 마지막 합숙이 남아있었죠. 그런데 KBS를 택했어요. 당시에는 채널이 2개니 보다 더 '큰물'에서 일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웃음). SBS는 동기가 유진, 김명민씨고, KBS는 박선영, 이상인, 이주현씨가 동기에요."

시작은 좋았다. 윤지숙은 데뷔 이듬해인 1997년 드라마 '정 때문에'로 그해 KBS 연기대상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스타트는 좋았어요."

이후 윤지숙은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TV소설 민들레', '왕과 비', '산너머 남촌에는2' 등에 출연했다.

"거의 소극적이고 지고지순 애틋함을 불러일으키는 캐릭터만 연기했어요. 시청자분들이 딱 알아보실만한 캐릭터가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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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윤지숙 /사진=이기범 기자


◆22년 쓴 부산 사투리, 그렇게 고치려고 노력했는데…"

윤지숙은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시즌2에 3년 반을 출연한 데 이어 시즌3까지 출연했다. 그리고 현재 '산 너머 남촌에는' 시즌2에 출연 중이다. "'산 너머 남촌에는2'에 출연하고 있는지 잘 모르세요. 드라마 관계자분들도 만나면 '참 좋은 시절' 잘보고 있다면서 '오래 만에 연기 하네' 이러세요(웃음)."

'소극적이고 지고지순 애틋함을 불러일으키는 캐릭터'만 주로 맡았던 윤지숙에게 그래서 이번 미숙 역은 의미가 특별하다. 캐릭터를 위한 공도 더 들였다.

"미숙 캐릭터는 한 번도 안 해본 캐릭터잖아요. 저한테는 하나의 도전이자 기회였어요."

부산에서 22년을 산 윤지숙에게 '참 좋은 시절' 속 미숙이 쓰는 경상도 사투리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극의 배경은 경북 경주지만 '참 좋은 시절'은 시청자들에게 보다 익숙한 부산 사투리를 '공식 사투리'로 사용 중이다.

"참 신기한 일이죠. 제가 부산에서 22년을 살았거든요. 탤런트가 된 이후로 사투리 안 쓰려고 참 많이 노력했어요. 겨우 고쳤는데, 이제는 사투리 쓸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작용하네요(웃음)."

윤지숙은 미숙 역을 위해 많은 노력을 들였다. 원래는 커트 머리를 하려했지만 '산 너머 남촌에는'에 출연 중이라 한계가 있었다. 대신 앞서 언급한 '강철파마'를 선택했다. "남들은 분칠할 때 저는 흙칠해요. 옷에도 일부러 뭐 묻히고요. 촬영하기 전에 제가 꼭 하는 게 극중 의상 깔고 앉아있는 거예요. 그러고 있다 촬영 들어가면 구겨진 옷 입고 하는 거죠."

'참 좋은 시절'은 아쉽게도 시청률 면에서는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흥행보증수표'와 다름없는 'KBS 주말드라마' 타이틀에도 20회 현재 시청률 30%를 못 넘어서고 있다.

"시청률이 아쉽기는 하지만, 저희끼리는 너무 재밌게 촬영 중이에요. 리허설 할 때 모든 스태프가 모여서 구경할 정도죠. 스태프들도 재밌으니까 관객 입장에서 보더라고요. 이천 세트장 '쌍둥이 족발집'은 저희 사랑방이죠. 거기 가면 다들 모여서 수다 떨고 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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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2TV '참 좋은 시절' 화면캡처


◆"김상호는 연기의 神, 김광규는 코믹 연기 대가"

윤지숙은 쌍식 역을 맡아 연기호흡 중인 배우 김상호를 통해 새로운 연기 세계를 접하고 있다고 했다.

"김상호 선배한테 정말 많이 배워요. 대본에 임하는 자세 자체가 달라요. 우리가 1을 생각한다면 10을 생각하는 분이더라고요. 영화, 연극, 드라마 등 넓은 영역에서 일하시다보니 보는 영역의 범위 자체가 달라요. 처음에는 솔직히 비주얼이 너무 아저씨 같아서 좀 그랬거든요(웃음). 그런데 같이 연기를 해보니 '연기의 달인'이에요. 옆에서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자극이 돼요. 김상호 선배 연기를 보면서 저도 더 적극적으로 변하게 됐어요."

앞으로 멜로 연기를 함께 할 쌍호 역 김광규 역시 그녀의 혀를 내두르게 하는 인물.

"분위기 메이커죠. 같은 대사를 하더라고 김광규 선배가 하면 훨씬 재밌어요. 코믹 연기의 대가에요."

윤지숙이 놀란 게 또 있다. 바로 윤여정이다. "윤여정 선생님은 대본도 안 들고 오세요. 그런데 대본상으로 10페이지가 넘는 데 다른 배우들하고 한 번도 안 쉬고 쭉 연기를 하세요. '연기 신(神)'이 따로 없죠."

윤지숙은 미숙 이후를 꿈꾸고 있다.

"'참 좋은 시절'을 통해 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있잖아요. 여태까지 소극적이었던 제 모습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드라마뿐 아니라 영화에 대한 욕심도 있어요. 저를 잘 알아보시지 못하는 게 스크린에서는 오히려 장점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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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윤지숙 /사진=이기범 기자


문완식 기자 munwansi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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