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진구 "첫사랑은 아직..'화이' 못봤다"(인터뷰)

영화 '화이'의 여진구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3.10.11 07:00 / 조회 : 8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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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여진구 /사진=홍봉진 기자


2004년, 여덟 살 여진구는 첫 영화 '새드무비'로 연기에 발을 디뎠다. '엄마'를 목놓 아 불렀던 열연이 지금도 생각날 만큼 눈에 띄는 데뷔였다. 그는 '일지매', '타짜', ' 자이언트', '뿌리깊은 나무', '무사 백동수' 등을 거치며 주인공 전문 아역 배우로 이름을 날렸다. 그리고 지난해, 열여섯 살 여진구는 '해를 품은 달'에서 왕세자 훤 역을 맡았다. 시청률 40%를 넘긴 이 드라마에서 첫사랑을 잃고 세상을 잃고 만 어린 세자로 열연한 그는 단박에 여심 잡는 중학생으로 떴다. 2013년, 여진구는 영화 '화이'(감독 장준환·제작 나우필름 파인하우스필름)의 '화이'가 됐다. 무시무시한 킬러 아빠 5명과 함께 자란 아이는 당겨서는 안될 방아쇠를 당기며 돌이킬 수 없는 세계에 발을 디딘다. 여진구는 김윤석 등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도 타이틀 롤다운 열연을 펼친다.

'화이'의 개봉 첫 날 박스오피스 1위 소식이 들려온 가을날, 반평생을 배우로 보낸 열일곱 소년을 만났다. 그 속에 괴물을 감추고 있던 화이처럼 그 역시 속에 진득한 어른이 있는 듯 했지만, 여진구는 "다들 애라고 한다"고 우겼다.

-박스오피스 1위 축하한다. 청소년관람불가라 영화는 못 봤다던데.

▶에휴….(깊은 한숨) 많은 분들이 '그래도 보지 않았을까' 하신 것 같다. 저도 내심 기대를 했다. 인터뷰 때는 '못 볼 것 같아요' 해도 어떻게 삭 볼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보여주실 낌새도 없더라. '저기 대기실 들어가 봐, 2시간 좀 넘어 걸려' 그러셨다. 이거 좀 바뀌면 안되나. 어차피 대본도 다 읽었는데 부모님 동의 하게 볼 수 있게 해 주시면 안되나. 부모님이 보라고 하실 것은 같은데…. 에휴.(깊은 한숨)

-'해를 품은 달', '보고 싶다' 등 멜로드라마 이후 '화이'라는 강렬한 이야기가 더 큰 대비를 이루는 것 같다.

▶드라마에서는 분노 같은 감정보다 슬픔, 애절함, 풋풋한 사랑 같은 모습을 보여드렸는데 '화이'에선 제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것 같다. 놀라시긴 하겠지만 저로선 설레기도 하고 긴장도 된다. 좋은 말씀을 다들 해주셔서 감사드린다.

-오디션을 3번을 봤다던데. '아빠'에게 총구를 겨누는 역할이 겁나지는 않았나.

▶충분히 겁난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처음부터 매력을 느꼈다. 매력이 엄청나더라. 도전 욕구가 막 생겼다. 아쉬웠던 건 드라마 '보고싶다'를 준비할 때 첫 번째 오디션을 봐야 해 도전적으로 막 하질 못했다. 죄송스러웠다. 당시 '보고싶다'의 정우 캐릭터도 워낙 어려웠다. 아쉬워하고 있었는데 '보고싶다' 끝나고 다시 봤으면 하신다고 연락이 온 거다. '내게 기회를 주시려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감사해서 얼마 남지 않은 순간에도 막 연구를 했다. 굉장히 복잡하더라. 순수한 복수심, 배신감이 가장 크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그걸로 이 아이의 감정을 설명할 수가 없었다. ''아빠'라고 부르면서 총을 겨누는 느낌, 이게 뭐지' 싶었다. 감독님께도 솔직히 고백했다. 연구를 최대한 하긴 했는데 잘 모르겠다고. 감독님도 그러시더라. '맞는 말이에요. 나도 잘 몰라.'(웃음) 당시 애매한 기분이었는데 며칠 후 대본을 한 번 읽어보자고 다시 연락이 왔다.

-제작자인 이창동 감독도 그렇고 장준환 감독도 배우가 역할에 쑥 녹아드는 메소드 연기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 어렵지 않았나. 장준환 감독은 미안한 기색이더라.

▶쉽지는 않았다. 감정 선이 굉장히 잡기 힘들었다. 하지만 심리적인 부담감은 전혀 없었다. 다행히 저는 워낙 건강한 아이고, 정신적으로도 정말 강하다고 하시더라. 큰 걱정 안하고 있다. 아무래도 감독님이 미안해하시는 점이 있다면 여러 번 찍으셔서.(웃음) 감독님께서 아실 거다. 최소 20번씩은 촬영했다. 그게 미안하신 게 아닐까.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다.

-그렇게 강렬한 에너지를 표출해야 하는데 수십 번을 하다보면 더 빨리 지치지 않나.

▶그만큼 섬세하게 하나라도 더 그려주시려는 게 감사했다. 색다른 감정을 계속 제안하셨고, 들을 때마다 '아 그러면 '화이'가 이런 아이가 되겠구나' 하면서 재밌게 찍었다. 현장 자체가 감당할 수 있는 에너지가 됐다. 저는 감정 연기를 할 때 그걸 현장에서 싹 가져가 주시면 안 지친다고 생각한다. 아직까지 그런 적은 없지만, 연기를 했는데 분위기가 '어어' 하면서 저한테 되돌아오거나 하면 힘들 것 같다. 내가 설명하는 감정들을 너무 자연스럽게 흡수해 주셨다. 굉장히 배려도 해주셨다. 편했고, 힘들거나 지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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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여진구 /사진=홍봉진 기자


-'해를 품은 달' 당시 이병헌을 떠올리면서 멜로연기를 했다고 밝혔는데 이번 '화이'는 롤 모델을 잡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워낙 여러 가지 모습이 많아서, 쉽지 않았다. 대선배들 연기를 보면서 배우거나 따라하면 그나마 괜찮았을 텐데, 따라 할 용기가 안 나더라. 그것보다 감독님이랑 많은 걸 만들고픈 생각도 들었다. '화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면 막 욕심이 난다. 그런데 이게 정리는 잘 안 된다. 제가 연기를 한 본인인데도 '화이는 어떤 아이입니다' 이렇게 확고하게 얘기를 드릴 수가 없다. '아… 아… 그러니까' 하다가 만다.

-어려운 캐릭터였는데도 잘 해냈다. 장준환 감독도 그렇고 김윤석 등 함께 한 배우들의 칭찬도 자자하다.

▶정말 어색하다. 현장에서는 단 한 번도 '잘했어' 그런 말씀을 해주신 적이 없었다. 혹시 자만할까봐 그러셨는지 모르겠는데, 많은 분들이 모인 자리에서 갑자기 '우리 진구 잘했다' 해주시니까 몸 둘 바를 모르겠는 거다. '감독님도 아빠들도 갑자기 왜 이러시나, 놀리시나' 그랬다. 표정 관리도 안되고 얼굴도 빨개지고 그랬다. 너무 감사드릴 뿐이다.

-영화 속처럼 평소에도 김윤석 장현성 조진웅 김성균 박해준을 '아빠'라고 부르나. 영화 첫 장면처럼 '아빠', '아빠' 이런 일도 많겠다.

▶평소에도 아빠라고 부른다. 극중이랑 맞추느라고 김윤석 선배님한테는 아직도 아버지라고 부르게 된다. 제가 '선배님' 하고 부를 때보다 '아버지'라고 부를 때 반응이 더 빠르시다. 무섭게 나오시지만 생각 외로 '아빠'들이 모이면 정말 재미있다. 어제도 무대인사 끝나고 시간이 남았는데, 아빠들이랑 가위바위보 해서 종이컵으로 얼굴 맞추기를 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웃음)

-실제 여진구와 '화이'등 캐릭터랑 비슷한 면이 있는지 궁금하다.

▶연기할 때 저와 비슷한 캐릭터가 있기도 하지만 '화이'는 정말 많이 달랐다. 평화주의자다. 싸움이 일어나도 말리는 스타일이다. 첫사랑도 아직 안 해 봤다. 누굴 좋아해 본 적이 없다는 게 아니라 '첫사랑'이라고 할 만한 감정을 아직 못 느껴봤다. 그래서 아쉽다. 빨리 느껴봐야 하는데 주위 상황이 안 받쳐준다.

-상황이 어떤가?

▶중학생 땐 남녀공학이었는데, 지금은 남고에 다닌다.(웃음)

-참, 중간고사는 잘 봤나. 중학교 시절엔 성적이 중상위권이라고 했었는데.

▶완전 망했다. 예전에는 중상위권이라고 떳떳하게 이야기를 했는데 어리석은 행동이었다.(웃음) 그 때부터 '저는 연기만 열심히 하려고요' 그랬으면 지금 와서 이런 질문도 안 받을 텐데. 괜히 혼자 그래가지고, 이제 와서 '내가 왜 그랬나' 싶다. 지금은 성적을 말씀을 못 드릴 것 같다. 그 이야기만 나오면 소심해지고 그런다. (웃음)

-평소엔 평범한 고등학생인가. 자연인 여진구의 모습이 궁금하다.

▶진지한 말을 할 때도 있지만 평상시엔 그냥 애라고들 많이 하신다. 얼굴이랑 목소리에 비해서는 그냥 애라고. 아직까지도 친구들이랑 장난치는 것 좋아하고, 운동도 하고, 오락실도 가고, 노래방도 간다. 물론 영화 보는 것도 좋아하고. 휴대전화는 없다. 아직 꼭 사야겠다는 생각이 안 든다. 편한 점도 있고.

-영화에서 운전을 하는 장면은 어떻게 찍었나. 총도 직접 쐈나?

▶100% 안했다. 대개 세트장에서 찍었다. 왼쪽 오른쪽 왼쪽 식으로 핸들을 돌리고. 실제 도로 주행은 1cm도 안됐다. 큰일 난다. 시동도 걸면 안 된다고 하시더라. 저격총은 실제로 안 쐈고 권총만 공포탄을 넣어 쐈는데 소리 진짜 크다. 테스트로 한 번 쐈는데 '탕' 하고 나서 귀에서 '삐-'소리가 나더라. 귀마개를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야단을 하고 그랬다. 무겁기도 해서 20번 넘게 촬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고개가 어깨에 붙는다. 엔딩신 보면 딱 그렇다.(웃음)

-지금은 김병욱 PD의 시트콤 '감자별'을 찍고 있다.

▶두 분 다 좋다. 디렉션도 세밀하고 시원시원하시다. 약간 비슷하기도 한데 같은 얘기를 김병욱 감독님은 'NG'라고 하시고, 장준환 감독님은 '좋은데 다시 한 번'이라고 하신다.(웃음)

앞으로는 악역을 해보고 싶다. 동정할 여지가 없는 나쁜 캐릭터. 평상시 못 하는 것이니까. 내가 과연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을지, 어떤 사악한 표정을 지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화이' 역시 어쩌면 악역의 중간 정도에 있는 역할이었던 것 같다. 선해 보이는 악인 것도 같고. 악역은 역시 로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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