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주씨, 당신을 신데렐라맨으로 임명합니다

[김수진의 ★공감]

김수진 기자 / 입력 : 2013.01.02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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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링의 승리를 누렸던 30대 복서가 링에 또 다시 섰다. 상대는 20대 초반의 살인을 부르는 주먹을 지닌 1인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장'의 복서가 1라운드 이상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경기 초반 노장의 복서는 많은 이들의 예상대로 젊은 피의 복서에게 맞고, 또 맞았다. 배고픔으로 굶주린 노장의 복서이기에 혈기 왕성하고 좋은 음식으로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20대 초반의 1인자에게 밀릴 수밖에. 혹자는 노장 복서의 죽음을 예견하기도 했다.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노장의 복서는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상대를 제압하기 시작했고 승리했다. 모든 이들은 노장 복서에게 박수를 보냈다.

이 이야기는 실화다. 미국의 최고 암흑기였던 경제대공황 시기를 살았던 라이트 헤비급 복서인 제임스 J. 브래독(1906~1974)의 이야기다. 전도유망했던 브래독은 잇단 패배와 부상으로 퇴물 복서가 됐다. 30대 초반 나이에 그는 일용직 막노동으로 생계를 꾸려나갔다. 하지만 복싱에 대한 꿈을 접지 않았고, 다시 링 위에서 기적을 만들어 나갔다. 그는 경제암흑기인 시절, 많은 이들에게 희망이 됐고 꿈이 됐다. 브래독의 일대기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지난 2005년 상영된 러셀 크로우 주연의 '신데렐라맨'이다. 맨 주먹 하나로 가족을 위해 링에 올랐고 인생역전을 이뤄낸 그를 사람들은 '신데렐라맨'이라 불렀다.


브래독의 이야기는 배우 손현주와 참 많이 닮았다. 지난해 마지막 날 진행된 2012 SBS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손현주는 대상 트로피를 차지했다. 그는 이날 무대에서 "'추적자'는 모두가 외면했던 변방의 드라마였다. 변방의 드라마가 원방의 드라마가 됐다"고 말했다. 손현주는 "세상에 이런 일도 있군요"라고 믿기지 않는 듯 말하기도 했다. '추적자'에는 아이돌 배우도 없다며 죽기 살기로 했다고도 말했다. 그는 끝으로 "지금 이 시간에도 일을 하고 있을 모든 개미들과 영광의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손현주의 말대로 '추적자'는 많은 이들이 기대하지 않았던 드라마였다. 하지만 초반 눈길을 전혀 끌지 못했던 '추적자'는 회를 거듭할수록 '배우열전인 명품 드라마', '의식 있는 드라마'라며 인구에 회자됐고, 손현주에게 결국 대상을 안겼다. 손현주는 이 드라마에서 '역시 손현주'스러운 부성애를 절절히 연기했다.

손현주는 연기를 참 잘한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말한다.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진정성이 그의 연기에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하지만 손현주는 비단 '추적자'에서만 명품연기를 선보인 게 아니다. 사비를 털어 쓰며 무보수로 출연한 단막극에서도 그는 빛났고, 조연으로 잠깐 등장한 작품 속에서도 빛났다. 그렇기에 손현주의 대상 수상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그의 대상 수상은 그 어떤 드라마의 감동보다 컸다. 손현주의 진가가 뒤늦게 발휘된 게 아니라 그의 진가가 이제야 제대로 평가받은 것이다. 손현주는 데뷔 22년만에 대상을 수상했다.


손현주는 변함없이 묵묵히 꾸준하게 22년 외길을 걸었다. 시청률이 낮다는 이유로 불리한 시간대에 방송되는 단막극에서도, 가장 치열한 미니시리즈에서도, 긴 호흡의 주말극에서도 그는 꾸준했고 여전했다. 그가 "여러분 다 잘 될 겁니다. 우리 힘 냅시다"라 말하면 정말 다 잘 될 것만 같다. 손현주는 지금 이 순간 몸과 마음이 얼어붙은 모든 이들에게 훈훈함을 선사하는 진정한 신데렐라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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