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습작'부터 '빠름~빠름'까지..2012 불후의 한소절

김관명 기자 / 입력 : 2012.12.2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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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전람회 1집 앨범재킷, '빠름빠름' 올레CF, '응답하라 1997',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2007년 = 마리~아 아베 마리~아, 쇼를 하라 쇼, 텔미 텔미 테테테테 텔미, 무이~자 무이~자 무~이자

*2008년 = 목이 마르면 냉장고 열면 되고~, 빠빠라빠빠빠 삐삐리빠삐코, 아이 원트 노바디 노바디 바~츄


*2009년 = 다들 김장들은 담근겨~ 안 담근겨?, 롤리 롤리 롤리 팝, 나쁜 여자라고 하지마~ 용서 못해

*2010년 = 오빠 잠깐만 잠깐만 들어봐~, 끝나니 손가락질 하는 그 위선이 난 너무나 웃~겨, 하늘에서 별을 따다 하늘에서 달을 따다 두 손에 담아 드려요~

*2011년 = 간 때문이~야, 아메리카노~ 좋아 좋아, 나는 너의~ 영원한 형제야, 써니~ 예스터데이 마이 라이프 워즈 필드 위쓰 레인, 감사합~니다



CM이든 노래든 유행어든 해마다 귀에 쏙 박힌 불후의 한 소절이 있다. 스타뉴스가 지난 2007년부터 12월마다 선정해온 '불후의 한 소절' 리스트를 보면, 당시 이 소절들과 얽힌 풍경이 새롭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서 뚱뚱한 외모 때문에 괄시받던 김아중이 영화막판 폭발적 성량으로 부른 '마리~아 아베 마리~아'(2007년)부터 축구선수 차두리가 모 피로회복제 CF에 초록 망토를 두르고 등장해 부른 '간 때문이~야 간 때문이~야 피곤은 간 때문이~야'(2011년)까지.

올해도 따지고 보면 팬들, 소비자들, 관객들이 자신도 모르게 흥얼흥얼댄 소절들이 제법 많았다.

우선 430만 관객을 동원하며 수지를 '국민첫사랑'의 아이콘으로 만든 영화 '건축학개론'. 이 영화에선 역시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이었다. 없는 살림 탓에 CD와 이어폰이라곤 경험해본 적이 없는 대학생 이제훈. '첫사랑' 수지는 이런 이제훈에게 이어폰을 살포시 꽂아줬고 그때 극장 안 대형 스피커에선 전람회의 1994년 역작 '기억의 습작'의 묵직한 중저음 첫 마디가 울려 퍼졌다. '이젠 버틸 수 없다고/ 휑한 웃음으로 내 어깨에 기대어/ 눈을 감았지만/ 이젠 말할 수 있는 걸/ 너의 슬픈 눈빛이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걸/ 나에게 말해봐..' 영화 끝난 후 집에 처박아뒀던 전람회 1집 CD 꺼내들은 30, 40대 팬들, 진짜 많았다.

'건축학개론'처럼 90년대 복고 향수를 건드린 드라마에서도 중독성 강한 오프닝이 있었으니 바로 tvN '응답하라 1997'의 오프닝 타이틀곡 '맨발의 청춘'이다. 비록 10여초 동안 '헤이' '원, 투'라는 가사밖에는 안 들렸지만 1997년 김병수 박성준의 댄스듀오 벅의 격렬한 사운드는 그야말로 약발이 셌다. '응칠커플' 서인국 정은지, 그리고 서인국의 형 송종호의 16화 막판까지 간 삼각관계가 어떻게 끝날지, 열혈 마니아들은 이 오프닝을 들으면서 가슴을 졸이곤 했다. 게다가 오프닝 타이틀에서 보여진 PC통신의 파란 화면, 고 김대중 대통령의 당선 직후 모습, 젝스키스의 댄스 장면 등은 자연스럽게 90년대의 강렬한 상징이 됐다. 확실히 이 '맨발의 청춘'의 중독성은 '고딩' 정은지가 그토록 좋아했던 H.O.T의 '캔디'보다 셌다.

드라마에선 이밖에도 여성 시청자들에게 '이훤앓이'를 앓게 한 MBC '해를 품은 달'과 장동건의 '~걸로'체를 유행시킨 SBS '신사의 품격'을 빼놓을 수 없다. '해를 품은 달'에선 린의 '시간을 거슬러'가 2월 음원차트 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애절한 가사가 절절했다. 특히 이 노래가 울려 퍼질 때 김수현 얼굴에 깃든 옛사랑(여진구 시절의 김유정)에 대한 아련함과 그리움은 여심을 녹이고도 남았다. '신사의 품격'에선 실제 드라마에도 출연했던 '콜린' 이종현의 '내 사랑아'의 선율과 멜로디가 장동건 김하늘의 '밀당' 러브라인과 기막히게 어울렸다. 이 노래 역시 9월 음원차트 5위에 오를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다.

'갈수록 짙어져 간/ 그리움에 잠겨/ 시간을 거슬러 갈 순 없나요/ 그 때처럼만 그대 날 안아주면/ 괜찮을텐데'('시간을 거슬러')

'내 사랑아 사랑아/ 그리운 나의 사랑아/ 목놓아 불러보지만/ 듣지도 못하는 사랑/ 내 사랑아 사랑아/ 보고픈 나의 사랑아/ 그대 이름만으로도/ 베인 듯 아픈 내 사랑아'('내 사랑아')

올해 최고의 신인이라 할 3인조 밴드 버스커버스커는 '여수밤바다'라는 아름다운 노랫말을 팬들에 선사했다. '여수 밤바다 이 조명에 담긴 아름다운 얘기가 있어/ 네게 들려주고파 전활 걸어 뭐하고 있냐고/ 나는 지금 여수 밤바다 여수 밤바다/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여수 밤바다 이 바람에 걸린 알 수 없는 향기가 있어/ 네게 전해주고파 전활 걸어 뭐하고 있냐고/ 나는 지금 여수 밤바다 여수 밤바다..' 그리 가창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기타에 베이스, 드럼이라는 단출한 밴드 음인데도 이 노래의 흡인력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특히 이 노래가 발표되고 2개월 후인 5월에는 여수박람회가 열려, 이 노래를 들으며 야간 여수 박람회 정취에 빠진 관람객도 적지 않았다.

이들이 모 스마트폰 CM으로 부른 '빠름 빠름 빠름 엘티이 워프 올레~'(원곡 에디트 피아프의 '빠담 빠담')도 계단을 뒤로 해서 재빠르게 내려오는 갓난아기 동영상만큼이나 눈과 귀에 쏙 박혔다. 이후에 외국인 멤버 브래드가 약간은 어눌한 말투로 '넘 많이 남았네~ 다음달로 이월해'라고 외친 뒤 함께 부른 '이월 이월'도 꽤나 입에 붙었다. CM 쪽에서는 아이유가 모 라면CF에서 약간 짜증날 정도로 반복해 부른 '낮이 낮이나~ 밤이 밤이나~'도 중독성이 강했다. 가요 쪽에서는 엠넷 '슈스케4'에서 정준영 로이킴이 리메이크한 이윤수의 '먼지가 되어', 씨스타의 '나혼자'와 'Loving U', 빅뱅의 'Blue', 티아라의 'Lovey-Dovey'와 'Sexy Love'가 카페에서, TV에서 수도 없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역시 2012년 최고의 불후의 한 소절은 싸이의 '강남스타일' 아닐까. 유치원생들까지 줄넘기 발표대회를 하며 "지금부터 갈 데까지 가볼까"를 외쳤으니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다. 사상 최초로 유튜브 조회수 10억건을 돌파하며 싸이를 월드스타로 만든 이 노래는 비단 어느 특정 한 소절만이 아니라 4, 5개 소절 이상씩을 그 유명한 '말춤' 부분 동작과 함께 기억할 정도로 파괴력이 컸다. '낮에는 따사로운 인간적인 여자' '나는 사나이 낮에는 너만큼 따사로운 사나이' '아름다워 사랑스러워 그래 너 그래 바로 너' '지금부터 갈 데까지 가볼까' '오빤 강남스타일 강남스타일'.. 맞다. '강남스타일'은 올해의 소절이라 할 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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