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의 제왕', 악과 선이 분명한 드라마

윤상근 기자 / 입력 : 2012.11.17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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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SBS


악과 선이 뚜렷한 SBS 월화드라마 '드라마의 제왕'(극본 장항준 이지효 연출 홍성창)속 네 인물의 구도가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하다.


'드라마의 제왕' 속 배경은 말 그대로 드라마 제작 현장과 그 주변 업계 인물들이 중심이 되고 있다. 외주 형식을 통한 드라마 제작이 흔한 현상이 된 요즘, 제작사 간 편성권을 따내기 위한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또한 방송계 종사자, 작가, 배우 등 이와 관련된 사람들과의 관계도 결코 간과할 수는 없다.

'드라마의 제왕' 속 인물들이 그리는 갈등은 대한민국 방송계의 현실이 직, 간접적으로 투영돼 만들어진 상황들이기에 시청자들에게는 색다른 재미로 다가올 수 있다. 무엇보다 방송업계의 현실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고 그 속에서 이뤄지는 빠른 전개가 극 몰입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주인공인 외주제작사 대표 앤서니김(김명민 분)은 성공을 위한 철저함과 이기성으로 똘똘 뭉친 인물로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또한 이에 맞서는 경쟁자인 제작사 대표 오진완(정만식 분)도 앤서니김에 대한 반감과 함께 성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이들 모두 악의 정점에 서 있는 인물로서 '드라마의 제왕'의 흥미로운 전개를 이끄는 데 일조한다.

이와 반대되는, 선의 인물들도 이들과 맞물려 드라마 속에서 균형을 이루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인간애를 중시하는 보조 작가 이고은(정려원 분)과 방송국 CP 남운형(권해효 분)이 대표적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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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월화드라마 '드라마의 제왕' 방송화면


◆ '월드' 앤서니김 vs'제국' 오진완, 두 악인의 맞대결

앤서니김은 철저하게 이기주의로 똘똘 뭉친 인물이다. 지난 4회 방송에서 그는 방송사 국장 문상일(윤주상 분)로부터 작가 교체 지시를 받고 잠깐 표정이 일그러지지만 이후 망설임 없이 이고은의 해고 조치를 결정했다.

앤서니김은 이후 톱스타 강현민(최시원 분)과의 계약을 마친 후 '문상일 라인'으로 올라타기 위해 뒷돈을 챙겨주는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물론 이를 본 남운형은 그를 더러운 악질로 규정지었지만 앤서니김은 그저 콧방귀만 뀐다.

하지만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했는가. 자신이 받들었던 문상일은 로비 의혹으로 긴급 체포되고 이후 드라마 국장 인사에서 자신이 철저하게 배제하던 남운형이 그 자리를 대신했으니 말이다.

앤서니김이 남운형을 직접 찾아가 무릎을 꿇는 모습은 겉으로는 절망적이지만 속으로는 계산적인, 이중적인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흡사 김명민의 전작인 MBC 드라마 '하얀거탑'에서 장준혁(김명민 분)이 외과과장에 선출되기 위해 자신의 경쟁자인 노민국(차인표 분)을 향해 무릎을 꿇는 장면이 떠올려진다.

이에 반해 현재 제국 프로덕션의 실세인 오진완은 막강한 재력과 인맥을 자랑하는 인물이다. 과거 자신의 상사였던 앤서니김이 낙마한 이후 권력을 잡으며 이제는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인물로 급부상했다.

극중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오진완의 앤서니김을 향한 행동들은 그가 앤서니김에 대한 철저한 복수심으로 가득 찼음을 내포한다.

강현민을 얻기 위해 내년 편성으로 잡아놓은 드라마 '우아한 복수2'를 급히 11월 편성으로 앞당겨 앤서니김의 '경성의 아침'을 밀어내려 하고, 쫓겨난 이고은에게 거액으로 스카우트를 시도하려 했다.

또한 '우아한 복수2' 편성에서 밀리자 문상일의 로비 의혹을 제기해 결국 문상일과 함께 뒷돈을 건넸던 앤서니김을 보내버리려는 행동도 일삼지 않았다.

오진완은 앤서니김 못지않은 카리스마를 선보이며 절대 물러서지 않는 또 다른 악인으로 존재감을 확실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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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월화드라마 '드라마의 제왕' 방송화면


◆ '원칙주의' 남운형과 '감성주의' 이고은의 미래는 과연?

전 드라마 국장이었던 문상일 밑에서 드라마 CP로 있던 남운형은 나름의 소신을 가진, 원칙주의자다. 그러면서도 실리를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제국 프로덕션의 '우아한 복수2'가 편성되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남운형 혼자 "굳이 내년에 편성된 드라마를 가져올 필요가 있느냐"며 반문했다. 또한 월드 프로덕션의 '경성의 아침'에 대해서는 "작품은 좋지만 제작비가 다소 불투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즉, 남운형은 어느 누구 편도 아니다. 그래서 드라마국 안에서도 그를 시기하는 인물은 존재한다.

사실 앤서니김과 오진완 모두 남운형의 국장 승진을 전혀 예상하지 않았다. 이들이 예상했던 사람은 김부국장(송민형 분)과 박부국장(정한헌 분). 이들은 4회 방송 후 예고편에서 남운형과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며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보조 작가 이고은은 '드라마의 제왕'에서 철저하게 약자로 분류된다. 정식 출품작도, 수상 경력도 없는 그가 기댈 곳은 사실상 없다. 그저 믿을 구석은 자신과 자신이 쓴 경성의 아침 시놉시스뿐이다.

그래서 '경성의 아침'을 통해 앤서니김으로부터 구제받으며 도약하는 듯 했지만 그는 다시 앤서니김에 의해 철저히 무시당하며 첫 작품을 만들 기회를 날려버릴 위기에 처했다.

권력에 맞서지 못한 채 이리저리 버림받지만 작가로서 성공하려는 그의 열망은 아직 식지 않은 듯하다. 그는 예고편을 통해 정식 극본 공모에 선택돼 성공하겠다는 다짐을 가졌다.

이고은의 꿈같은 목표가 악인들이 득실거리는 치열한 드라마 제작 환경 속에서 살아남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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