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선미 "나 같아도 약혼자 대신 최인혁"(인터뷰)

MBC 드라마 '골든타임'의 신은아..배우 송선미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2.10.05 14:43 / 조회 : 1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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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photoguy@


실크 블라우스에 짧은 바지 차림으로 나타난 송선미(35)는 어깨까지 닿는 긴 갈색 머리를 흩날리며 활짝 웃었다. 반달같은 눈에서 달콤한 웃음이 번졌다. 한 회도 빼지 않고 봤던 MBC 월화드라마 '골든타임'(극본 최희라·연출 권석장) 내내 한 번도 못 본 표정이었다. 중증 외상이 곧 죽음으로 이어지는 답답한 현실 속에 판타지처럼 멋진 의료진의 이야기를 담았던 드라마가 끝난 게 새삼 실감났다.

송선미는 '골든타임'에서 외상센터의 베테랑 간호사 신은아 역을 맡아 존재감을 뽐냈다. 본토 부산 사투리를 구사하며 던지는 대사마다 캐릭터가 실렸다. 간호사복에 냉큼 묶어버린 머리로도 모자라, 만류하는 코디네이터를 뿌리치고 머리를 막 헝클어뜨린 채 카메라 앞에 서기도 했다. 외상팀의 정신적 지주이자 실질적 팀장인 최인혁(이성민 분)과의 존경인지 애정인지 모를 애틋한 러브라인에 시청자가 먼저 속이 탔다.

그녀도 속이 꽤 탔다. "어느 순간 사라진 멜로가 아쉽다"던 송선미는 "시즌2는 이성민 선배가 하면 하겠다"며 싱긋 웃었다. 눈웃음이 정말 예뻤다.

-'골든타임' 신은아 캐릭터만 생각하다 꾸민 모습을 보니 확 달라보인다.

▶매일 쪽머리에 화장도 대충 하고 유니폼 입고 그랬으니까. 우리 스태프도 야외에 머리 풀고 나타나면 오오 그랬다. 우리는 언제 이런 거 머리 흩날려가며 찍냐고.

-시즌2에서 찍어야지. 멜로도 하고.

▶시즌2를 만들기는 하려나. 저도 만들면 좋겠다.

-시즌2 만들면 출연할 생각?

▶이성민 선배가 하면 할 거다.(웃음)

-시즌2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겼으면 하나.

▶앞서가는 이야기지만, 시즌2를 한다면 병원 코디네이터 역할에 대해 좀 더 정확하게 짚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실 병원에 가면 간호사들이 하는 일이 많다. 드라마에서는 상황상 그런 걸 정확하게 표현하기가 힘들지만.

-송선미가 보는 신은아란 캐릭터는 어떤 사람인가.

▶사실 여러 손가락 중에 하나다. 자기 일에 대한 열정이 많고, 어떻게 살고 싶어하는 지를 정확히 아는 사람. 내가 어떨 때 가슴이 뛰는 지를 아는 사람. 자기 일을 사랑하고 최인혁 선생을 존경하고.

-이성민이 연기한 최인혁 선생과의 은근한 러브라인을 다들 숨죽여 봤다. 어떤 감정으로 연기했나.

▶동경은 아니고 존경이 맞다. 사랑이라는 시발점 자체가 존경이 기본적으로 있어야 하는 것 같다. 거기서 어디까지가 사랑이고 사랑이 아닌 지는 선 긋기가 애매한 것 같다. 일단 그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과 모습을 지지해주고 싶고 지켜주고 싶은 건데 찬밥 신세가 되고 하면 가슴이 아프고 울분이 생기고, 감정이 그랬다. 그걸 사랑이라고 표현해야 할 지는 모르겠다. 이 환경이 가슴아프고, 정도 있고 미움도 있고 섭섭함도 있고, 여러가지가 섞여 나왔던 것 같다.

-러브라인이 좀체 진전되지 않아 생긴 아쉬움은 없었나.

▶처음엔 좀 있었는데 어느 순간에는 너무 가질 않아서.(웃음) 조금 아쉽기는 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멜로가 없는 연기를 하기 시작했으니까.

-은아선생은 미래가 보장된 약혼자를 버리고 최인혁 선생을 선택한다. 실제 송선미라면?

▶최인혁을 선택했을 것 같다. 좋으니까. 그 사람과 있고 싶지 않았을까. 그런데 무슨 이유가 필요하겠나. 약혼자 역 (이)동규랑 당시 촬영을 할 때 '가고 싶잖아요. 보내줄게요' 그러는 데 장난으로 '고마워요' 그랬다. 동규가 감독님한테 '한 대 때려도 돼요?'그러더라.(웃음) 남아서 좋았다.

-이성민과의 호흡이 퍽 인상적이었다. 만남은 어땠나.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이성민이라는 배우를 만나서 했던 게. 그래서 은아라는 캐릭터가 잘 만들어진 것 같고. 정말 열심히 했다. 촬영장에서 기다리면서 커피 마시고 하면 진짜 연기 얘기만 했다. 이성민 선배는 정말 심하다 싶을 정도로 연기 얘기만 한다. 깜짝 놀랐다. 이렇게까지 몰입을 하시는구나 싶어서. 배워야겠다, 존경해야겠다. 실제로도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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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photoguy@


-부산 올로케이션 촬영은 어땠나. 덕도 본 만큼 힘들기도 했을 텐데.

▶정말 열심히 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부산이란 공간에 박혀 있어야 하니 할 게 없으니까. 처음엔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는데 나름 노하우가 생긴 것 같다.

하지만 힘들었어도 힘은 났다. 촬영장이랑 숙소만 왔다갔다 하면서 작품만 집중했다. 이성민 선배랑 상의하고 고민하면서 대본에 없는 디테일을 만들기도 했다. 그 작업이 신선하기도 하고 재미있었다. 저희 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도 그랬다. 이렇게 뭔가가 만들어진다는 게 너무 좋았다. 이성민 선배랑은 그 덕에 나중에 호흡이 너무 잘 맞았다. 선배가 하나 던지면 내가 삭 받아서 하고 쿵짝이 잘 맞았다.

-고향이 부산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초반엔 사투리 논란도 있었다.

▶논란이 있는 줄도 몰랐다. 촬영장이랑 숙 인터넷도 안 됐다. 성격이 그래서 그런지 예민하게 반응하지는 않았다. 고향이 부산이지만 연기하며 사투리를 쓴 게 처음이다. 처음엔 사투리를 쓰는 설정이 아니었다. 대본연습 때 성민 선배가 사투리로 준비를 해오셨는데 괜찮았고, 저도 고민하다가 감독님 말씀을 듣고 같이 하기로 결정했다. 신은아라는 인물이 최인혁 없이는 어디 갈 데가 없는 사람이었으면 하는데 사투리를 쓰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워낙 도회적인 이미지여서 고향이 부산이라는 걸 이번에 처음 알게 된 분들도 많다.

▶알고보면 촌년인데.(웃음)

-2012 코리아드라마어워즈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데뷔 16년만에 첫 상이라는 소감이 인상깊었다.

▶떨리거나 하진 않았다. 받아도 되나 하는 생각, 이성민 선배 같이 있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 외로운 생각도 들고. 그런데 막상 무대 위로 올라가는데 떨렸다. 그간 일들이 필름처럼 지나가는데 울컥하더라.

-16년 전 슈퍼모델 선발대회에서 데뷔했다. 당시부터 모델 말고 연기자를 지망했나.

▶연기자라고 생각은 못했지만 방송이 더 맞다고 생각했고 그게 하고 싶었다. 슈퍼모델 선발대회 나간 것도 그 때문이었다. 고향도 부산이고 인맥도 없는데 그런 공식적인 걸 통해가지 않으면 어렵겠다 해서. 미스코리아는 돈 없고 빽 없으면 안된다고 해서 안 나갔고.

-진짜 연기가 내 업이라고 생각이 든 때는 언제였나.

▶그 뒤로 6∼7년이 지나서다. 처음엔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적성이 맞겠다 했다. 20살 나이에 내가 하고 싶어하는 데 도전하지 않으면 인생에 어떤 걸 도전할까 싶었고, 되든 안 되든 후회는 없다는 생각을 했었고. 운이 좋아 드라마를 하게 됐는데 너무 부족한 나를 발견하게 되면서 힘들었다. 중간에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그래서 부산에 내려갔다. 그게 20대 중반이었다. 처음에야 엄마가 좋아해 주셨겠지만 한 두 달 놀고 그러면, 그런 내 모습을 부모님께 보여드리는 게 싫더라. 그 땐 다른 걸 할 줄 아는 게 없어 포기를 못했다. 그런데 계속 하다보니 이 순간 내 일을 사랑한다는 걸 알았다. 즐거워하는구나, 신이 나 있구나. 시간이 지날수록 연기에 대한 사랑이 점점 커진다.

-홍상수 감독과도 연달아 작업을 했다. 배우 송선미를 다시 보게 한 작품들도 많았고.

▶홍 감독님과의 작업은 배우로서의 나를 깨우치는 작업이었던 것 같다. 너무 재미있고 신이 났다. 작품을 하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대본을 보면 너무 신이 나고 잘하고 싶다. 감독님과의 작업에서는 배우로서 내가 모르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 자유롭게 풀어진 연기를 할 수 있다. 숨통이 트이는 부분들이 있다. 내가 하고싶은 대로 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시는데 그런 작업들은 돈을 주고 살 수 없는 거다.

-배우로서의 목표가 있나.

▶그런 건 없다. 연기는 나이 들 때까지 계속 할 거다. 행복하고 즐겁고 열정도 있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골든타임'을 하게 된 거고 어떤 운명같은 거고, 시청자들이 신은아 역할을 좋아해 주신 것도 내가 의도해서 된 게 아니다. 열심히 해도 안 좋아해주시는 작품도 있다. 나는 어떤 작품이든 하고 있는 한 열심히 할 뿐이다. 묵묵하게 가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묻자. '골든타임'에서 백옥같은 맨얼굴을 보여준 비결이 있다면.

▶아마도 조명? 조명팀에게는 항상 친절하게 상냥하게 한다. (웃음) 화장품은 좋다는 거 다 써보지만 바르는 것도 어느 순간 귀찮아져 점점 간편한 걸 찾게 된다.

나도 마지막으로 하나 더 하면 연극 '거기'를 이성민 선배랑 한다. 연기 너무 잘하고 싶은데 내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성민 선배가 소개해주시고 꼬셨다. '힐링캠프' 녹화가서 연극 얘긴 안 하셨다기에 성질냈다. 연극 얘긴 꼭 써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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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photogu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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