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들',형광등 100개가 켜져있는 최동훈표 캐릭터무비①

[★리포트]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2.07.11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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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한국영화 최고 기대작 '도둑들'이 공개됐다.

10일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도둑들' 기자시사회에는 좀처럼 보기 드믄 지방배급 관계자들까지 죄다 몰릴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그도 그럴 것이 '도둑들'은 순제작비만 140억원이 투입된 기대작이기 때문.


영화 '타짜' '전우치'를 연출한 최동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도둑들'은 마카오 카지노에 숨겨진 희대의 다이아몬드를 훔치기 위해 한국과 홍콩의 도둑 10명이 힘을 모으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 김윤석과 김혜수 전지현 이정재 오달수 김해숙 김수현 등에 임달화 이신제 증국상 등 내로라하는 홍콩배우들까지 초호화 캐스팅으로 기획부터 관심을 모았다.

'도둑들'은 한 패로 도둑질을 했던 마카오박(김윤석)의 부름에 전문설계사 뽀빠이(이정재), 마카오박에 배신당해 감옥에 들어갔다가 가석방된 금고털이범 펩시(김혜수), 줄타기 전문 도둑 예니콜(전지현), 예니콜을 짝사랑하는 순정파 도둑 잠파노(김수현), 연기파 도둑 씹던껌(김해숙) 등이 마카오 카지노로 달려가면서 시작된다. 도둑들은 홍콩도둑의 리더 첸(임달화), 금고털이범 쥴리(이신제) 총잡이 조니(증국상), 알고보니 한국인이었던 앤드류(오달수)와 힘을 합친다.

각 도둑들은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고 일을 벌이기에 속고 속이는 싸움이 계속된다.


'도둑들'은 케이퍼필름이라기보단 도둑들의 순정과 배신을 더욱 강조하는 영화다. 케이퍼필름은 범죄의 모의부터 진행 등을 보여주는 영화를 일컫는다. '도둑들'은 일찌감치 한국판 '오션스 일레븐'으로 홍보했지만 케이버필름의 쪼는 맛은 덜하다. 각 범죄 과정마다 벌어지는 서스펜스가 약하다.

그건 '도둑들'이 마카오 카지노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후반부 부산에서 벌어지는 사건, 크게 두 영화로 나뉘어져 있기 때문이다. 전반부가 케이퍼필름이라면 후반부는 홍콩 느와르에 가깝다. 3시간 편집본으로 만들어졌다면 전,후반부가 다 살아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후반부의 밀도 때문에 전반부 서스펜스가 줄어들었다.

음향은 '도둑들'에 숙제다. 초반 김해숙 대사 등은 뭉개져 잘 들리지 않는다. 최동훈 감독이 맛을 살리기 위해 후시녹음을 하지 않고 현장소리를 그대로 담은 결과지만 개봉 전까진 해결해야할 문제다.

하지만 그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도둑들'은 135분 동안 눈이 호강한다. 형광등 100개가 켜져 있는 느낌이다. 캐릭터들이 고등어 100마리가 파닥파닥 대듯 전부 살아있어 이 모든 단점을 덮는다. 굳이 망토를 두르지 않고, 삼각팬티를 바지 위에 입지 않아도 배우와 디테일, 미장센이 보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만든다.

최동훈 감독은 '도둑들'에서 마카오박과 펩시, 첸과 씹던껌, 잠파노와 예니콜 등 세 도둑 커플의 순정과 각 도둑들의 배신을 날줄과 씨줄로 얽어 마카오 카지노에 깔린 고급융단처럼 만들어냈다. 각 도둑들의 순정과 배신은 캐릭터들을 분명하게 만들면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동력이다. 캐릭터에만 초점을 맞출 경우 이야기를 놓치기 쉬운데 비해 최동훈 감독은 캐릭터와 이야기 추를 절묘하게 이었다. 대신 순정과 배신에서 거리가 있는 캐릭터들은 매력이 덜한 아쉬움은 남는다.

후반부 건물에서 벌어지는 김윤석과 홍콩 악당들의 와이어 액션, 그리고 총격신은 한국영화에 두고두고 회자될 명장면이다. 최동훈 감독은 '전우치'에서 쌓은 와이어 노하우를 '도둑들'에서 유감없이 발휘했다.

통상 와이어 액션 한 명당 크레인을 한 대 동원하는 것을 고려하면 '도둑들'은 현장에서 최소한 세 대의 크레인을 동원해 찍었다는 뜻이다. 여느 감독이라면 엄두를 못 냈을 장면을 찍으면서도 위아래로 이어지는 와이어 연기에 창문을 타고 넘으면서 벌어지는 가로 액션을 혼합해 절정의 감각으로 연출했다. 김지운 감독이 '악마를 보았다'에서 택시 액션신으로 한정된 장소에서 벌인 최대치를 뽑았다면 최동훈 감독이 활공액션의 정수를 만들어냈다.

총격장면은 '영웅본색' 같은 전성기 홍콩 느와르를 연상시키듯 유장하며 물 흐르듯 아름답다. 소소한 흠을 덮고도 남는다.

배우들은 늘 100점 받는 연기자들답게 100점을 다 받았다. 김윤석은 스테레오 타입이었긴 하지만 와이어 액션으로 전혀 다른 존재감을 입증했다. 전지현은 '도둑들' 최대 수혜자다. '엽기적인 그녀' 이후 가장 사랑스럽고 귀여운 '어마어마한 쌍년'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태어나기 쉬운 줄 아냐" "누나가 딸딸이 치는지 확인하러 왔다"고 내뱉는 전지현이라니.

'도둑들'은 '오션스 일레븐'에 홍콩 느와르를 더하고 '미션 임파서블'을 올린 뒤 '본'시리즈를 가미해 만들어진 작품이다. 최동훈 감독은 각 장르를 비빔밥처럼 재료가 드러나게 하기보단 짬뽕처럼 진한 국물을 우러나게 만들었다. 그야말로 최동훈표 '도둑들'로 만들어냈다.

2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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