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메테우스' 인류탄생의 黑역사와 미스터리(스포有)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2.06.11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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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들리 스콧 감독의 '프로메테우스'가 지난 6일 국내 개봉했다. 미국에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지만 국내 성적은 첫 주 54만명에 불과하니 그다지 성공한 편은 아니다.

하지만 '프로메테우스'를 놓고 영화팬들의 설왕설래는 뜨겁다. 일흔 살을 맞은 리들리 스콧이 '에이리언'과 '블레이드 러너' 등 자신의 SF영화들을 총괄하는 새로운 스페이스 오페라를 열었다는 호평과 영상에 비해 이야기는 에이리언이 지나간 듯 숭숭 뚫려 있다는 악평이 교차한다.


'프로메테우스'는 2093년 인류의 기원을 찾아 우주선 프로메테우스를 타고 외계별에 착륙한 사람들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면서 벌어진 일을 그린 영화다. 기획부터 '에이리언' 프리퀄이란 소문이 돌았지만 리들리 스콧 감독은 "에이리언 DNA를 갖고 있지만 다른 이야기"이라고 단정했다.

사실 구멍이 숭숭 뚫린 듯하지만 '프로메테우스'는 '에이리언' 팬들이라면, 리들리 스콧의 우주에 기꺼이 동참하기로 한 관객이라면, 생각할 거리가 충분한 영화다. 3부작을 향한 거대한 낚시지만 떡밥이 훌륭하다.

우선 '프로메테우스' 세계로 나가기 위해선 그리스 로마신화를 가이드북으로 첨부해야 한다. 그리스 로마신화에서 프로메테우스는 인류의 창조주다. 제우스의 명령을 받들어 인간을 만든 프로메테우스는 미개한 인간을 보다 못해 제우스 몰래 불을 선사한다. 그 벌로 프로메테우스는 영원히 독수리에게 간을 뜯어 먹히는 벌을 받는다.


제우스는 불을 이용해 인간이 점점 문명은 발달해가지만 타락한 삶을 살자 대홍수를 일으켜 심판한다. 이 홍수에서 선한 삶을 살던 두 사람, 프로메테우스의 아들 데우칼리온과 아내 퓌라 만이 살아남는다. 두 사람은 제우스의 명을 받들어 홍수를 만들고 아흐레 동안 표류한 끝에 파르나소스 산 꼭대기에 도착한다.

두 사람은 자신들만 살아남은 것을 알게 된 뒤 제우스에게 인간을 만들어 달라고 청했다. 제우스는 어머니의 뼈를 어깨 너머로 던지라고 충고했다. 두 사람은 그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가 뒤늦게 어머니의 뼈인 돌을 던지라는 뜻임을 알아차렸다. 남자인 데우칼리온이 던진 돌에서 남자가 만들어졌고, 여자인 퓌라가 던진 돌에서 여자가 태어난다.

영화 '프로메테우스'는 이 신화에서 출발한다. 영화 초반 지구로 추정되는 별에서 한 엔지니어(영화 속 우주인을 칭하는 용어)가 자신을 두고 떠나는 외계인의 우주선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그리고 용기에 든 용액을 마신다. 그 용액은 엔지니어의 DNA까지 붕괴시키며 물속으로 산화시킨다.

이 엔지니어가 프로메테우스라면 그의 산화된 DNA에서 인간이 만들어졌단 뜻이다. '프로메테우스'에선 엔지니어와 인류가 DNA가 똑같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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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왜 엔지니어는 인류를 창조하고 또 떠났을까? '프로메테우스' 주인공들은 이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고대 문명 그림들 속에서 공통적으로 가리키고 있는 별을 찾아 떠난다.

인류 탄생 비화를 꼭 찾아 나서야 하나라고 할 수도 있지만 자신의 기원을 찾는 건 인류의 공통된 행동 중 하나다. 모든 문명권 신화엔 인류탄생 이야기가 담겨있다. 성경에는 아담과 이브 탄생 이야기가 있으며, 중국신화엔 고대신인 여화가 흙을 후려갈겨 인간이 탄생했단 전설이 있다.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인 유전자'에서 유전자를 전달하려는 도구로 인간 탄생과 진화를 설명한다.

인간은 스스로를 특별한 존재로 인식하기 위해, 또는 과거를 올바로 바라보고 미래를 향하기 위해, 또는 유전자에 각인돼 있어, 끊임없이 기원을 탐구한다.

인류의 기원을 외계에서 찾는 건 여러 문명권에서 고루 등장한다. 호주 원주민 신화와 고대 마야 문명권에도 찾을 수 있다. 미스터리 논픽션 저자 에리히 폰 다니켄의 '신들의 전차' 뿐 아니라 일본만화 '강식장갑 가이버'도 이런 세계관을 갖고 있다.

'가이버'에선 인류 기원이 외계인이 군사목적으로 인류를 만들었다가 통제를 벗어나고 자신들을 위협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단 사실을 알게 되자 떠났다는 설정으로 출발한다. 어떤 의미에선 '프로메테우스'와 맞닿아 있다. '프로메테우스'에선 의문의 용액을 마신 인간에게서 에이리언이 탄생한다.

'프로메테우스'에서 안드로이드 로봇 데이빗은 중요한 키를 지녔다. 리들리 스콧은 '블레이드 러너'에서 일찌감치 안드로이드를 통해 인간의 존재 이유를 성찰했다. 인간과 안드로이드의 차이는 영혼을 갖고 있냐 아니냐라고 설파하지만 그렇다면 영혼이란 무엇이냐고 영화는 되물었다. '프로메테우스'에서도 주인공들을 외계로 보낸 거대기업 웨이랜드의 대표는 데이빗을 자신을 모델로 만든 안드로이드이지만 영혼이 없기에 인간이 아니다고 말한다.

데이빗은 '프로메테우스'에서 중요한 방향점을 제시한다. 안드로이드를 왜 만들었냐는 질문에 "그만한 기술이 있으니깐"이라고 여주인공 누미 라파스가 말하자 "엔지니어가 그렇게 대답해도 만족하겠냐"고 되묻는다. 데이빗은 "모든 아들은 아버지를 죽이고 싶어 하지 않냐"고 답한다.

아들인 인류가 아버지인 엔지니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설명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오랜 잠에서 깬 엔지니어가 지구를 파괴하려 했던 것도 납득이 간다.

데이빗은 영화 초반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홀로 보고 또 본다.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유명한 학자이자 영국 정보국 소속 장교였던 로렌스가 1차 대전 중 아랍 지역 부족장들과 함께 아랍의 독립을 위해 싸운 이야기를 다룬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로렌스는 백인이지만 영국과 아랍인을 오가며 이야기를 전하고 결국 아랍인들의 독립을 위해 싸운다.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프로메테우스'에서 데이빗의 운명을 예고한다.

데이빗은 영원히 살고 싶어 하는 웨이랜드 대표의 욕망으로 만들어졌고, 그 욕망을 위해 움직인다. 그가 죽고 나서야 자유를 얻는다. 자유를 얻은 그의 행보는 누미 라파스와 함께 "왜 인류를 만들고 또 죽이려 하는지"를 알기 위해 엔지니어의 고향으로 떠나는 것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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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들리 스콧은 여성과 질에 특별한 경의와 공포를 갖고 있다. '에이리언' 시고니 위버처럼 '프로메테우스'에서도 여전사가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 그 목적의식은 남자와 또 다르다. 누미 라파스는 "아들은 아버지를 죽이고 싶어 하는 법"이라는 데이빗의 말에 "나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공격 성향인 남성과는 다른 낳고 기르는 또 다른 창조자로서 여성을 그린다. 여주인공에게 '프로메테우스'의 향방을 맡긴 것은 리들리 스콧의 또 다른 주요한 설정이다.

'프로메테우스'는 '에이리언'과 분명히 연결돼 있다. 영화 후반 엔지니어가 홀로그래피를 통해 연설하는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OST는 에이리언 OST이다. 엔딩에선 분명한 '에이리언'과 같은 세계관을 가졌다는 걸 입증한다.

그럼에도 '프로메테우스'는 '에이리언'을 넘어 더욱 거대한 세계로 나가는 여정이다. '프로메테우스'는 아는 만큼 보이는 영화며, 리들리 스콧의 우주를 향한 거대한 낚시다. 이 낚시에 기꺼이 동참한다면 또 다른 세계를 향한 여정에 동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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