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궁' 김동욱 "미칠 것 같은 마음으로 찍었다"(인터뷰)

'후궁:제왕의 첩' 성원대군 역의 김동욱.."정서적인 파격 느껴지길"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2.05.23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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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균 기자 tjdrbs23@


'후궁:제왕의 첩'(감독 김대승)은 듣던 대로 자극적이다. 은밀한 궁 안에서 서로 다른 욕망이 부딪쳐 울렁거린다. 그 중심에 김동욱(29)이 있다. 한국 나이로 올해로 서른. 김동욱은 칼을 갈고 '후궁'에 나왔다. 잘 벼린 칼날이 영화 내내 번득인다.

첫 눈에 사랑에 빠진 여인 화연을 선왕인 형에게 넘기고 쓴 울음을 삼켜야 했던 남자 성원대군. 처음엔 그녀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았으나 욕망이 집착이 되고 그것이 광기에 미치는 슬픈 왕의 모습이 나이 서른에도 여전히 앳된 김동욱의 얼굴에 어렸다. 지독한 베드신도 슬프다. 김동욱은 영리하게도 그 얼굴로 유약한 왕의 변화를 극적으로 그려냈다.


"내가 내가 아닌 것처럼 연기하길 바랐다"는 김동욱은 "칼을 갈고 나왔다"는 평가에 "엄청"이라고 짧게 답했다. 그것으로 됐다. '후궁:제왕의 첩'이 오는 6월 6일 개봉한 이후 그는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영화 '국가대표'의 여운을 드디어 벗어버린, 김동욱의 재발견이다.

-영화를 봤더니 '김동욱이 칼을 갈고 나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칼이 잘 베어져야 할 텐데.(웃음) 편집본 보고 완성본은 언론시사회에서 처음 봤다. 고생한 만큼 만족스러운 영화가 나온 것 같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하는 생각은 없다. 그런 생각하는 게 건방진 것 같고, 저는 할 수 있는 최선을 했다. 보여드리고자 했던 것들이 부디, 제발, 보시는 분들에게 잘 다가갔으면 하는 걱정은 있다.


-동안 배우로도 유명하다. 성원 역은 소년같은 얼굴을 절묘하게 역이용했다는 생각이 든다.

▶캐스팅 자체도 그 덕을 본 것 같다. 그래서 역할을 맡게 된 부분이 있다. 20대 초중반에는 어려 보이는 얼굴이 스트레스도 됐다. 조금씩 지나니까 그게 장점으로 봐질 때가 많더라. 지금은 좋다. 다만 동안 얼굴이 어느 순간 무너질까봐 걱정이다.(웃음)

-감정의 진폭이 크고 더욱이 비극적이다. 몰입해 찍다보면 헤어나오기 힘들었을 것 같다.

▶너무 힘들었고 많이 지쳤다. 이경영 선배가 그러더라. '너는 이 작품 끝나면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할 거다'라고. 한 신, 한 신을 찍으면 지나고 나서 '아걸 찍었네, 어어 이것도 찍었네. 어떻게 찍었지'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나 끝냈다고 '한 짐 덜었다'며 편해지는 게 아니라. 영화가 안 끝날 것만 같았다.

-그런 역할을 맡으면 배우는 기쁜가? 무섭기도 하나.

▶작품 받고 '너무 좋다' 할 때는 다른 느낌이 없다. 마냥 하고 싶은 마음이다. 도전하고 싶고. 본격적으로 리딩을 하고 작업을 하면서 슬슬 와 닿는다. 내가 이런 선택을 했구나, 장난이 아니구나. 그러다보면 때로는 우려와 걱정이 생기고, 그 와중에 해내고 말겠다는 오기도 생긴다. 스스로를 자극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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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균 기자 tjdrbs23@


-성원대군이 사실 가장 주도적으로 극을 끌고간다. 가장 비극적으로도 보인다.

▶불쌍한 사람이다. 관객도 너무나 불쌍한 사람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저 역사 가엽고 연약한 존재라 생각하며 찍었다. 왕이라고 하면 근엄하고 위엄있고 강한 걸 떠올리지만, 왕이라 더 연약하고 외로운 모습으로 보여졌으면 했다.

-김대승 감독이 가장 강조했던 부분이 있다면.

▶내내 놓치지 말고 가자고 했던 건 화연에 대한 사랑, 절실함이었다. 성원의 말과 행동이 다 그 사랑 때문이다. 갈구하고 집착한다. 그걸 놓치는 순간 성원이 하는 모든 말과 행동, 존재의 이유가 없어진다. 그냥 미친 놈, 또라이가 되는 거다. 한 순간도 잊지 말자고 생각했다.

-그래선가, 어느 순간 '형수와의 사랑'이란 금기도 훌쩍 넘어버리는 느낌이다.

▶욕망이 집착이 되고, 권유에 대한 열등감과 질투가 더해지면서 어느 순간 걷잡을 수 없게 되는 거다. 어느 순간 성원의 존재 이유가 그것을 가지는 것이 되는 거다. 처음에는 사랑하는 자체에 만족한다. 누구나 사랑을 시작할 때는 뭔가를 공유하고 본인이 사랑한다는 것에 만족하기도 하지 않나. 성원도 처음엔 그것으로 충분하다며 화연을 바라보지만 나중에는 가져야만 하는 존재가 되고 만다.

-베드신 연기를 펼쳤다. 파격으로 봐주길 바란다고 했는데.

▶정사신의 감정이 굉장히 격렬하다. 여러 개의 드라마가 보여진다. 굉장히 무겁기도 하고. 그것이 자극적이고 또 적나라하게 받아들여지길 바랐다. 그 깊은 감정과 정서가 깊은 인상을 남겼으면 한다. 사람들은 베드신을 보면서 시각적 자극이나 파격을 원하지 않나. 그것보다 심리적이고 정서적인 파격이 깊이 다가갔으면 했다.

-베드신이 노출 수위만 높은 게 아니라 감독의 진폭, 강도도 세다. 심지어 등장하는 거의 모든 베드신을 소화했다.

▶너무 힘들다. 진이 빠진다고 하지 않나. 마지막 신을 찍을 땐 그런 차원을 넘어선 느낌이었다. 팔다리 힘이 풀린다. 정말 뭐라고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다. 너무 에너지를 쏟고 하다보니 다음엔 내가 뭘 보고 뭘 생각하고 하는 지 기억도 안 났다.

사실 그런 순간들이 오길 기도했다. 정사신을 찍을 때마다 '내가 아닌 내가 되게 해 달라'고 주문을 외웠다. 부디 내가 살면서 지금껏 느끼지 못한 것을 느끼게, 지금껏 내가 했던 것이 아닌 다른 것을 하도록 해 달라고. 성원을 연기하면서 그것이 내가 예상할 수 있고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의 것이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순간들이 느껴졌던 것 같다. 감독님이 꼭 찍고 나면 물어봤다. '동욱씨 어때?' 제가 '뭐 했는지 모르겠는데요'하면 감독님이 '그럼 오케이.' 그렇게 찍었던 것 같다.

-여담이지만 몸은 첫 신이 제일 좋더라.

▶그럴 수밖에 없다.(웃음) 그게 첫 노출 신이었고 그때까지는 다이어트를 하다가 그 후로는 놨다. 그 전에 교통사고를 당해서 촬영하는 동안에 운동을 전혀 못 했는데, 자연스러운 몸을 원하셔서 조금 슬림하게 만드느라고 다이어트를 했다. 그런데 육체적 정신적으로 지치는데 음식까지 못 먹으니 너무 예민해지더라. 에너지도 없고. 결국 먹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을 설득했다. '왕이 되고 하면서 얘가 언제 몸 관리를 햇겠냐. 몸 망가지는 게 당연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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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균 기자 tjdrbs23@


-아깐 답을 어물쩍 넘겼지만, 칼을 제대로 갈고 나온 게 맞는 것 같다.

▶엄청. 저는 최선을 다해서 했다. 그래야 할 것 같았다. 그래야 관객분들이 어떻게 봐주시건 인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부족하다 하셔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고, 좋은 말을 들으면 또 충분히 기뻐할 수 있을 것 같고.

찍으며 정말 고민이 많았다. '미칠 것 같아' 이러면서 실제로 친한 감독님이랑 만난 자리에서 내 얘기가 아닌 척 '아는 정신과 의사 있으시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실제 만나보진 않았지만 그 정도로 힘들었다. 그렇게 늪에 빠지면 헤어나지 못할 것 같아 현장에서도 농담도 하고 돌파구를 계속 찾고 그랬다.

-한국 나이로 올해 서른이 됐다. 새로이 다짐이라도 했나.

▶'후궁'이 그 다짐을 새롭게 해 준 작품이다. 아니었으면 그런대로 지냈을 거다. 연기가 늘었다 이런 개념이 아니다. 이렇게 말씀드릴 정도로 미치도록 싸우고 그러지 않았다면 그냥 스스로에게 만족하면서 이대로 5년은 흘렀을 것 같다.

-이젠 현실로 돌아올 때다. 다음 작품은 정했나? 영화처럼 진한 사랑은?

▶그런 사람 좀 만났으면 좋겠다. 다음 작품도 없다. 그 와중엔 눈에 들어오질 않았다. 그래서 지금은 백수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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