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어머님은혜' vs 2012년 싸이 '아버지'

[김관명칼럼]

김관명 기자 / 입력 : 2012.05.08 12:24 / 조회 : 123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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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 은혜' 악보(왼쪽)와 '아버지'를 부른 싸이


싸이가 8일 어버이날을 맞아 자신의 히트곡 '아버지' 음원을 무료로 공개했다.

'아버지'는 원래 싸이가 지난 2005년 발표한 노래로, 싸이가 작사했고 유건형이 작곡했다. 이날 발표한 '아버지' 버전은 지난해 여름 2만5000여 관객과 함께 한 싸이의 '썸머스탠드 흠뻑쇼' 실황 음원. 싸이는 이 노래를 5월 한 달 간 멜론, 엠넷 등 각 음악사이트에서 무료로 서비스할 예정이다.

그러면 해마다 5월8일 어버이날이면 한번쯤은 읊조리게 되는 노래 '어머님 은혜'와 싸이의 '아버지'는 그 발표된 세월만큼이나 어떻게 다른 가치관을 노래에 담았을까. 이 두 노래에 비친 세상은 또한 얼마나 바뀌었을까.

동요풍의 '어머님 은혜'는 윤춘병 작사, 박재훈 작곡으로 1948년 발표됐다. 서정적인 가사와 정감 있는 멜로디로 어버이날 불려지는 노래 중에서는 가장 인기가 높다.

'높고 높은 하늘이라 말들 하지만/ 나는 나는 높은 게 또 하나 있지/ 낳으시고 기르시는 어머님 은혜/ 푸른 하늘 그보다도 높은 것 같애..

'넓고 넓은 바다라고 말들 하지만/ 나는 나는 넓은 게 또 하나 있지/ 사람되라 이르시는 어머님 은혜/ 푸른 바다 그보다도 넓은 것 같애'

이에 비해 이날 공개된 싸이의 '아버지'는 실황음원답게 2만5000여 관객의 합창 부분이 들어가 있고, 싸이 특유의 톡톡 튀는 랩 스타일과 라임이 포함돼 있다.

'너무 앞만 보며 살아오셨네/ 어느새 자식들 머리커서 말도 안 듣네/ 한평생 처자식 밥그릇에 청춘 걸고/ 새끼들 사진 보며 한 푼이라도 더 벌고/ 눈물 먹고 목숨 걸고 힘들어도 털고 일어나/ 이러다 쓰러지면 어쩌나/ 아빠는 슈퍼맨이야 얘들아 걱정마..

아버지 이제야 깨달아요/ 어찌 그렇게 사셨나요/ 더 이상 쓸쓸해하지 마요/ 이제 나와 같이 가요..당신을 따라갈래요'

우선 '어머님 은혜'에서 어머님은 하늘보다 높고 바다보다 넓은 추상적 존재로 규정된다. 그 이유는 '(나를) 낳으시고 기르셨고 사람 되라 이르셨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어머님의 삶의 고달픔이나 한 인간으로서 잃고 살았을 가치들이 언급될 필요조차 없다. 왜? 어머님은 이 구질구질한 것들을 다 초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노래에서 '어머님'은 사실 '아버님'으로 대체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싸이의 '아버지'는 노래를 부르는 이가 성인이 됐다는 점에서 많은 시점과 세계관이 바뀌었다. 아무래도 '어머님 은혜'라는 동요를 부른 나이대는 훨씬 지난 것이다.

'아버지'는 먼저 '어머님 은혜'에서 보여준 어머니 혹은 아버지의 존재론적 가치는 관심 밖이다. 관심은 오히려 '한평생 처자식 밥그릇에 청춘 걸고' '너무 앞만 보며 살아오'신 아버지의 피곤한 어깨와 직장에 얽매인 고단한 삶에 쏠려 있다. 그 사실을 알아챘을 만큼 이 자식도 많이 컸다는 얘기다.

그래서 자식으로서 싸이는 '어찌 그렇게 사셨'냐며 '더 이상 쓸쓸해하지 마'시라고 한다. 심지어 '이제 나와 같이 가'자며 손을 내민다. 예전 '하늘'과 '바다'처럼 높고 넓은 '어머니'(아버지)라는 주체가, 이제는 내가 손을 내밀어 위로를 해줘야 할 '인간'이라는 객체로 바뀐 셈이다.

이렇듯 근 60여년만에 '초월적 존재'에서 '어쩔 수 없는 생활인'으로 바뀐 어머니 혹은 아버지라는 존재. 하지만 그럼에도 두 노래는 이 대목을 놓치지 않는다.

'나는 나는 높은 게 또 하나 있지..나는 나는 넓은 게 또 하나 있지'('어머님 은혜')

'아버지 이제야 깨달아요..이제 나와 같이 가요'('아버지')

바로 '나'라는 존재다. 어렸을 적 '하늘' 같고 '바다' 같았던 어머니 혹은 아버지가 이제는 '세월의 무상함에 눈물이 보'이는 나이가 되셨어도, 당신 곁에는 언제나 '내'가 있다는 것. 예전에는 그저 '높고 넓은' 그 존재만으로도 감사했지만, 지금은 '이제 나와 같이 가'자고 말할 정도로 '깨달'았다는 것. '어머님 은혜'를 부르던 소년소녀가 참 잘 자라 부른 노래가 바로 '아버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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