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같아" "씨지비"..안영미의 위험한 개그도박

[김관명칼럼]

김관명 기자 / 입력 : 2011.12.29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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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작살' 안영미가 위태로운 개그 도박을 펼치고 있다. 방청석에선 폭소가 터져 나오지만, 방송언어 수위에서 보자면 위험한 건 위험한 거다.

지난 24일 시즌2 첫 회를 내보낸 tvN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코미디 빅리그'. 역시 관심은 오랜만에 복귀한 강유미의 재기여부와, 시즌1에서 아메리카노팀을 이끌며 '간디작살' 유행어로 대박을 냈던 안영미였다.


안영미는 수위를 더욱 높였다. 시즌1에서 이미 "안젤리나 졸리? 졸리 예뻐" "마돈나? 돈나 섹시해, 돈나 마음에 들어"라며 비속어와 발음이 비슷한 말장난을 아슬아슬하게 쏟아낸 그녀였다. 담배를 연상시키는 막대사탕을 물고 다니는 껄렁한 폭주족 '김꽃뚜레' 캐릭터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시즌2에서는 이러한 '의도된' 말장난이 더욱 세질 것만 같다. 시작부터가 셌다. 김꽃뚜레가 패밀리 레스토랑 면접을 보러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되는 게 없다. 결국 면접관을 향해 이런다. 역시 비속어를 연상시키는 말장난. "나 까인 거야? 아, 면~접같아." 방청석에 있던 배우 김인권을 향해서는 "에이 씨지비"라고 한 방 날리고, 산타클로스 빨간 인형을 향해서는 "위아래 깔맞춤, 완전 빨갱이, 이런 실버 벨"이라고 뒤집어 놓았다.

안영미로서는 재기가 빛나긴 하지만 부담 큰 도박인 셈이다. 예전 시즌1에서 "이상형이요? 저승사자요. 올 블랙 수트, 시크남의 종결자..우리 외할머니 몇 번 봤다는데..완전 연상녀 킬러!"라고 한 것은 애교 수준. 아직까지 아무리 코미디라고 해서 방송언어에서 비속어와 헷갈리는 단어들이 수북하게 들리는 것을 쌍수 들어 환영할 이는 없기 때문이다. 본능적으로 웃음이 터져 나올지는 몰라도.


사실 강유미의 개통령팀(이재훈 김인석 김재우 박휘순)도 아슬아슬하긴 마찬가지였다. 다리 불편하신 노인들이 힘들게 조금씩 움직여 쓰는 보행기, 허리 한번 제대로 못 편 채 땅만 보고 가야 하는 할머니, 맛있는 식사의 즐거움을 송두리째 앗아간 틀니, 이런 심각한 거의 모든 것들을 그냥 '한번 웃자고' 식으로 무대에 세운 거니까. "죽음에 호상이 어딨어?"라는, 젊은이들을 향한 따끔한 지적은 매서웠지만 전체 분위기는 아무래도 '노인 희화화'에 근접해 있다.

뭘 그리 심각하고 고루하게 따지냐고? 코미디언들과 작가와 PD는 이런 걱정, 우려, 셈 없이 그저 시청률만 위해서 이런 개그를 올렸겠냐고? 지상파 드라마에서도 임금이 "우라질"이라고 하는 판에, 그리고 인기 힙합듀오가 대놓고 "TV를 끄자"고 하는 판에 너무 고상한 척 하는 것 아니냐고?

기자의 답은 이것이다.

"제가 고상해서 그런 게 아니고요. 안 그래도 비속어가 인플레된 이 사회에서, '비속어 컨셉트'에 방청객과 시청자와 코미디언들이 박장대소를 터뜨리는 이 순간순간들 때문에 비속어가 더욱 무감각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해서요. "면~접같아" 같은 건 중독성까지 있잖아요? 그리고 젊은이들이야 웃고 떠들다가 살짝 고향에 계신 나이 드신 부모님 생각하면 그만이지만, 하루하루 그 참혹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 노인분들한테는 너무 가혹한 게 아닐까 해서요. 더욱이 보행기와 함께 쓰러지는 노인 분장 코미디언에 젊은 방청객이 깔깔 대는 그 장면에서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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