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태 "'나가수' 숨은공로, '편곡전쟁' 알린 것"

[박근태의 트렌드 브레이크]

정리=길혜성 기자 / 입력 : 2011.09.2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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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태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유명 작곡가 겸 실력파 프로듀서 박근태(39)가 가요팬들 및 스타뉴스 독자들을 위해 시작한 '박근태의 트렌드 브레이크' 3번째 시간. 작사 작곡 편곡 모두를 넘나드는 박근태인 만큼 이번에는 편곡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는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이하 '나는 가수다')의 숨은 공로로 편곡의 중요성을 널리 알린 점을 자신 있게 꼽기도 했다.

일요일 저녁. 황금시간대에 진짜 노래 잘 하는 가수다운 가수들이 나와 진지하게 노래 하나로 경연을 한다. 자신의 음악적 재능 대신 떠들고, 웃고, 말을 잘 받아쳐야 겨우 주목 받을 수 있던 시간대에 진짜 가수들의 진짜 모습을 불러왔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가수다'는 큰 의미가 있다.


음악 프로듀서로 일하고 있는 내게도 신선한 충격이고 재미였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나는 가수다'의 또 다른 큰 의미는 대중들에 '편곡 전쟁'이란 부분을 부각시켜줬다는 점이다.

그 동안 국내 대중들에 편곡은 가사를 짓는 작사나, 멜로디를 만드는 작곡에 비해 덜 알려진 파트였다. 나아가 아예 관심의 대상조차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나는 가수다'에서 7명의 가수가 불꽃 튀기며 어떻게든 음악을 새롭게 요리하려는 편곡 전쟁을 보여주며 자연스럽게 대중들에 '편곡이란 이런 것'이란 사실을 알렸다.

'나는 가수다'를 즐겁게 지켜본 시청자라면 이제 고개를 자연스럽게 끄덕일 만큼, 현대음악에서 편곡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흔히 음식을 만들 때 같은 재료와 같은 주제를 갖고도 각자마다의 방법과 손맛이 다른 것처럼 편곡에 의해 많은 것이 뒤바뀌곤 한다.


내게 있어 가장 많은 편곡 고민을 하게 했던 곡은 지난 2004년 발표된 신화의 '브랜드 뉴(Brand new)'란 노래다. 당시 신화는 SM엔터테인먼트란 집과 같은 곳을 나와 새롭게 독립하려는 아주 중요한 시기였다.

그 전과는 다른 멋있는 남자들의 질감을 편곡에서 잡아내야만 했는데 워낙 그 전에도 많은 곡을 선보였던 터라 더 새롭게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미 마음에 드는 멜로디도 나와 있는 상태였으나 뻔한 편곡이 마음에 들지 않아 몇 번씩이나 고민을 했다.

그러다가 끝내 나온 생각이 박진감을 더 하기 위해 실제 현악기의 녹음을 받아 그 끝을 컴퓨터로 칼같이 잘라내는 방법이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편곡은 마치 신화 멤버들이 농구를 끝내고 시원한 청량음료를 들이키는 것 같은 박진감을 표현할 수 있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누구보다도 편곡의 어려움에 대해서 너무 잘 알고 있기에 매주 이어지는 경연에서 가수는 물론이거니와 편곡자들의 노고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시청자들이 잘 알고 있는 노래를 뻔하지 않게, 새롭게 만들면서도 한 번의 경연에서 확 사로잡을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은 목소리의 힘이기도 하지만 편곡의 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걸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가수들은 매 회마다 미션 곡이 정해지자마자 편곡자에게 뛰어가 들들 볶아대며 좋은 음악을 만들려고 힘쓴다.

내겐 그래서 '나는 가수다'의 관전 포인트가 가수들의 경연보다 오히려 편곡일 때가 많다. 미션 곡이 정해질 때마다 저 곡이 과연 어떻게 바뀔까, 저 편곡자는 가수의 어떤 부분에 맞춰 편곡을 할까 같은 부분이 훨씬 즐겁고 재밌는 일이다. 하지만 바람이 있다면 그게 단순히 '나는 가수다'에 그칠 게 아니라 지금 현재 대중음악 전반으로 뻗어나갔으면 좋겠다.

지금 독자 분들도 자신이 좋아했던 곡들의 편곡자가 누군지 알아보고, 관심을 갖고 그 사람이 편곡한 곡들이 어떤 곡들인지 찾아 들어본다면 음악을 훨씬 더 풍성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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