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미 "백수 남친 OK, 발연기는 NO"(인터뷰)

임창수 기자 / 입력 : 2010.05.14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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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미 ⓒ이명근 기자 qwe123@
배우 정유미가 취업준비생이 되어서 돌아왔다. 독립영화와 상업영화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이미지를 구축해온 그녀는 영화 '내 깡패같은 애인'에서 취업준비생 세진 역을 맡았다.

첫사랑에 설레는 소녀 역할부터 호기심 많은 동물 연구가까지.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며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던 그녀는 스스로가 밝히듯 맡은 역할 중 가장 현실적이고 일반적인 캐릭터를 연기한다.


게다가 상대역은 17살 연상의 박중훈. 다시금 밑바닥 인생을 연기하는 대선배와 반 지하 옆방 남녀로 만난 그녀는 사회에서 소외받는 '루저'들의 이야기를 통해 어떤 색의 매력을 발산할까.

여배우가 취업준비생이 되기까지

정유미의 필모그래피를 들춰보면 2009년 무려 9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거듭된 작업으로 많이 지쳤을 터. 그래서였을까. 사실 '내 깡패같은 애인'의 시나리오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고.


"왜 사람이 지쳐있으면 좋은 것도 좋게 보이질 않잖아요? 그 때가 딱 그랬던 것 같아요. 많이 지쳐 있기도 했고, 쉬고 싶은 마음이 컸죠. 지친 상태로 연기를 하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그럼에도 거듭된 주위의 추천으로 역할을 맡아서 촬영을 진행해보니 시간이 흐를수록 꼭 맞는 옷을 입은 것 같았다. 처음의 어색함을 털어버린 뒤에는 스스로 주위의 취업한 친구들에게 자문을 구해가며 세진 역에 빠져들었다.

"사실 저는 면접 같은 걸 본 적이 없어서 세진이의 캐릭터라거나 면접장의 분위기 같은 걸 쉽게 감을 잡기가 힘들었거든요. 그래도 촬영을 진행하면서 많이 공감할 수 있게 된 것 같고, 마지막 면접 장면 같은 경우는 촬영 땐 몰랐는데 좀 더 표정이나 행동도 풍부하게 표현된 것 같아요."

선배에게 빚진 것들

17살 연상의 대선배 박중훈과 처음 함께 호흡을 맞춘 소감은 어땠을까. 정유미는 "선배님이 되게 동안이시잖아요"라며 운을 뗐다. 나이가 17살 차이난다는 사실도 영화 홍보를 진행하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고.

"사실 현장에서는 캐릭터 대 캐릭터로 만나기 때문에 특별히 어렵게 느끼거나 나이 차이를 실감한 적은 없어요. 하지만 가끔 사석에서 뵈면 유연한 태도라던가 배우고 싶은 점이 눈에 많이 들어왔죠."

기자간담회중 눈물을 쏟은 것에는 옆에서 늘 챙겨줬던 박중훈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도 한 몫 했단다. 인터뷰에서 대답도 잘 못한 것 같고, 제 몫을 다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감정이 북받쳤다고. 포근하게 후배들을 감싸는 아우라는 그녀도 배우고 싶은 부분이란다.

"이번에는 특히 자연스러운 연기에 대한 부담도 있었고 좋은 연기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도 많았어요. 가끔 그런 것에 너무 얽매여있을 때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선배님께서 어느 선까지 해보고 감독님을 믿으라는 조언을 해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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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미 ⓒ이명근 기자 qwe123@
관대한 그녀의 연기욕심

남녀의 만남에서도 조건을 따지지 않을 수 없는 요즘. 백수 남자친구는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정유미는 극중 세진처럼 백수 남자친구와 사귈 수 있겠냐는 질문에 '미래가 있는 백수'는 '오케이'라고 밝혔다.

"결국 어떤 사람인지가 중요한 거 아닐까요? 마냥 놀기만 하는 백수라면 저도 싫어요. 하지만 미래에 대해서 준비와 노력을 하는 사람이라면 백수라도 좋아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불쑥 연애를 할 때 남자친구를 피곤하게 만드는 스타일이냐는 짓궂은 질문을 던졌더니 대답이 걸작이다. 연애를 많이 안 해봐서 잘 모르겠다나.

"연기할 때의 고집이랑은 또 달라요. 연기는 제 일이니까요. 물론 너무 억지를 부리면 안되겠지만 제가 납득 못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확실히 얘기하고 넘어가고 싶거든요."

상대방의 조건에 대해서는 관대하지만 자기 일에는 집요할 정도로 욕심을 가진 그녀. 남에게 비춰지는 이미지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 4차원 이미지에 대해서도 별로 괘념치 않는다고.

신입생의 마음가짐

문득 그녀 인생 최고의 사건은 뭐였을지 궁금해졌다. 연기에 대한 욕심으로 똘똘 뭉친 정유미의 최고의 순간은 언제였을까. 오디션 통과나 신인상 수상 같은 레퍼토리를 기대했지만, 엉뚱한 대답이 튀어나왔다.

"가장 기뻤던 순간은 대학에 합격했을 때에요. 원래 일반학과에 지원했다가 재수를 하면서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거든요. 간절히 원하던 걸 이뤘다는 생각에 정말 기뻤어요. 상 탔을 때보다도 더."

그녀는 서울예술대학 영화과 출신이다. 배우 이준기와 동기. 다른 동기들도 스태프나 단역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란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에 대해서도 물었더니 "비밀"이라며 웃어 보이는 정유미. 그녀는 마음가짐만으론 아직도 연기에 대한 끝없는 갈증을 품은 대학 신입생이다. 남들이야 뭐라 건 스스로가 느끼는 부족함을 채우고 싶은 마음이라는 그녀. '연기 잘하는 배우' 말고는 딱히 갖고 싶은 이미지가 없다는 그녀에게서 진짜 배우의 향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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