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보다 눈길끄는 '이중인격' 계모들

최보란 기자 / 입력 : 2010.05.06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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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인격' 계모들이 안방극장을 주름잡고 있다. 낳은 정보다 기른 정이라는 말도 이들에겐 해당하지 않는다. 남들 앞에선 한 없이 살갑지만 단 둘이 남으면 날선 눈빛을 드러낸다.

이들의 양면성은 드라마의 갈등 축을 형성하며 극적 긴장감을 높인다. 주인공의 눈물 콧물 쏙 빼는 계모들은 얄밉지만 드라마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들이다. 악인과 선인의 모습을 동시에 지닌 이중성으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은 계모들이 여기 있다.


◆ MBC '황금물고기' 윤여정

윤여정은 MBC 새 일일드라마 '황금물고기'(극본 조은정·연출 오현창 주성우)에서 양아들 태영(이태곤 분) 앞에서 180도 달라지는 인중인격 계모 조윤희로 파격 변신했다.

3일 방송된 첫 회에서는 태영의 방에 몰래 들어가 물건을 던져 부서뜨리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섬뜩하게 했다.


윤희의 분노는 과거 남편이 죽음을 앞둔 태영의 생모에게 사랑을 고백하며 "태영이는 내 자식"이라고 말하는 모습을 목격한데서 비롯됐다. 이후 겉으론 의붓자식 태영을 친아들처럼 살뜰히 챙기고 남몰래 모진 구박을 하며 이중생활을 해왔다.

이 같은 윤희의 이중성은 앞으로 펼쳐질 복수에 대한 기폭제가 된다. 윤희에게 당하기만 하던 태영은 그녀의 계략으로 연인이자 의붓남매 지민(조윤희 분)과 헤어지게 된다. 또 윤희와 생모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알게 되면서 복수의 화신으로 변모한다.

윤희의 이중성은 태영과의 사이에 불안정한 기류를 형성하며 극의 긴장감을 높이는 주요 장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 KBS 2TV '신데렐라 언니' 이미숙

"얼굴이 천 개쯤 되는 한 마리 암컷 짐승".

KBS 2TV 수목드라마 '신데렐라 언니'에서 이미숙이 분한 송강숙의 캐릭터 설명이다. 강숙 본인조차 자신의 본모습이 무엇인지 모른다.

강숙은 구대성(김갑수 분)의 환심을 사기 위해 그의 딸 구효선(서우 분)에게 친엄마 같은 자상함으로 접근했다. 하지만 이는 그녀의 수많은 가면들 중 하나에 불과했다.

또 친딸 은조(문근영 분)가 대성의 집을 나가겠다했을 때 충격으로 쓰러지는 연기는 은조조차 속았을 정도. "조금만 참으면 이 집이 전부 우리 것인데 어딜 나가느냐"며 악을 쓰다가도 양딸 효선이 오자 금세 온화한 표정을 짓는 이중성은 시청자들을 소름 돋게 했다.

그러나 대성의 죽음 이후 강숙의 감쳐왔던 본색이 드러났다. 강숙은 안기는 효선을 "달라붙는 것 징글징글하다"며 냉정하게 뿌리치는가 하면 효선이 말을 걸어도 못 들은 척했다. 대성 참도가 살림을 맡아온 꽃님 할머니를 내쫓을 때 효선이 "엄마나 다름없는 사람"이라며 만류하자 "그럼 따라 나가라"고 독하게 말을 잘랐다.

현모의 가면을 벗은 강숙의 태도는 순진무구하던 효선이 변화를 종용, 앞으로의 전개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 SBS '찬란한 유산' 김미숙

김미숙은 2009년 방송된 SBS '찬란한 유산'에서 그동안의 차분하고 지적인 분위기대신 팜므파탈 백성희 역으로 변신에 성공, 드라마 시청률 상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남편이 화재 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에 성희는 하루아침에 안면몰수하고 의붓자식 고은성(한효주 분)을 내몰았다. 또 자폐아인 은성의 동생 은우를 고아원에 내다 버리고 찾지 못하게 집까지 옮겼다. 친딸 승미(문채원 분)를 시집보내려던 진성식품에서 회사를 은성에게 물려주려 하자 장숙자(반효정 분) 사장을 내쫓을 계략까지 꾸몄다.

이처럼 뒤로는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앞에선 천연하게 내뱉는 거짓말 연기가 압권이었다.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는 상황에서까지 뻔뻔함을 잃지 않는 그녀의 태도에 시청자들이 "백성희만 나오면 리모콘을 돌리게 된다"는 하소연까지 했을 정도. 그만큼 연기가 실감났다는 얘기다.

그러나 백성희라는 악역이 존재했기에 주인공 은성이 시련을 이겨내고 성장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은성이 진성그룹의 유산을 상속의 기회를 얻게 됐고 이는 다시 유산을 두고 벌어지는 위한 갈등 구조로 이어졌다.

그녀의 악행이 더 해질 수록 인물의 결말에 대한 시청자들의 궁금증이 증폭됐다. 결국 백성희의 이중성은 극의 긴장감을 마지막까지 유지하게 하는 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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