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길 "비담에게서 도망치고파"

(인터뷰)"잊을 수 없는 '선덕여왕', 오랜 애인과 헤어진 기분"

김현록 기자 / 입력 : 2009.12.29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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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남길 ⓒ이명근 기자 qwe123@
MBC '선덕여왕'의 비담 김남길. 그는 올해 TV가 재발견한 최고의 스타 가운데 하나다. 야생의 기운 가득한 종잡을 수 없는 남자로 김남길이 '선덕여왕'에 등장한 이후 그는 '비담 신드롬'의 주인공이 됐다. 그리고 폭풍 같았던 '선덕여왕'과의 반년이 훌쩍 지난 지금, 그는 비담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더욱 자신을 들볶는 중이다. "비담에게서 도망가고 싶어요, 그런데 잘 되질 않네요." 광대뼈가 도드라진 날선 얼굴로 그는 푸념했다.

김남길이 비담과 함께 보낸 6개월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촬영하고 재촬영하고 현장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다 또 촬영을 하다보면 언제인지도 모르게 시간이 흘렀다. "감정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너무 힘들어서 '끝나면 쉬어야지', '끝나면 여행가야지' 그 생각으로 버티고 또 버텼다"는 게 김남길의 솔직한 고백. 하지만 며칠 전 비담이 '덕만아'를 부르며 차마 감기지 않은 눈을 감은 뒤, 김남길은 좀처럼 마음을 잡지 못했다.


"'진짜 징그럽다' 하면서 오기로 버텼는데, 막상 끝나니까 오래된 여자친구랑 헤어진 기분인 거예요. 이 기분에 빠져들면 어디 나락으로 떨어질 것만 같아서, 헛헛한 마음 감추려고 촬영 마치고 하루도 안 쉬었어요. 불안하고 초조해서 가만히 있지를 못해요. 더군다나 비담이 그렇게 죽어버리니까 그 기분이 더하네요."

비담의 죽음을 촬영하던 날은 가만이 있어도 피부가 아려오는 혹한의 날씨였다. 입에 안 붙던 대사들이 그날은 마치 그가 "원래 하려던 이야기처럼" 입에 착착 붙었다. 스스로 대단하다 느낄 만큼 감정이 복받쳤단다.

"비담이란 이름 듣는 것 자체가 힘들다고 해야하나. '나 오늘 기분 괜찮다'고 하다가도 우연히 팬카페를 가든지 인터넷을 보면 눈물이 확 나요. 원래 제가 잘 못울거든요. 그런데 그걸 찍을 때가 생각나서 눈물이 나오더라고요."


그에게 '선덕여왕'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작품이다. 김남길은 "좋은 배우들과 함께 고생할 수 있는 기회였고, 시청률 40% 넘는 드라마에 나올 기회였다"며 "이런 기회가 배우에게 얼마나 더 있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진짜 부담은 지금부터다. 그에게 거는 많은 이들의 기대 때문이고 그에 부응하겠다는 책임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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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남길 ⓒ이명근 기자 qwe123@
"누가 그래요. 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됐다고. 하지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인기는 부수적으로 따라오겠지' 하면서 천천히 제가 추구하는 작품을 해 왔거든요. 그것이 제가 생각한 것보다 아주 빨리 온 거지요. 앞으로도 기대치에 맞추려고 노력하겠지만, 그걸 맞추려고 작품을 고르지는 않을 겁니다. '선덕여왕' 만났다고 직진하려 했던 걸 좌회전하지는 않을 거예요. 연기하면서 고민은 더 늘어나겠지만, 제가 깊어지는 계기가 되겠죠."

그의 까만 얼굴에 그늘이 진다. 사실 그는 대기만성형 스타다. 2003년 MBC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고, 2005년 드라마 '굳세어라 금순이'로 처음 얼굴을 알렸다. 곱고 해사했던 꽃청년의 얼굴은 어느새 날선 사내의 얼굴이 됐다. '미인도' 시절 78kg이었던 몸무게는 60kg까지 줄었다 이제 64kg이 조금 넘었단다. 날것의 느낌 가득한 비담을 위해서였다.

"비담보고 짐승남이라고 하더라구요. 2PM 보니까 전 아무것도 아니던데. 2PM 보면서 저는 '저게 짐승남이지' 하고 박수 쳐요. 사실 비담 콘셉트로 동물, 야생 늑대를 생각했었어요. 사람들이 짐승 비담이라고 하길래, '아 통했구나' 했었는데. 유행어라면서요?(웃음)

어릴 적 연기를 시작한 사람이 나이가 들며 조금씩 남자가 되어가는 게 아닐까요. 술을 알고, 인생을 알고, 풍파를 겪다보니 얼굴이 까매졌겠죠. 공채 뽑히고 제일 많이 들은 이야기가 '건강하게 살라'는 거였어요. 내가 사는 게 다 얼굴에 드러난다고, 그 얼굴에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그래서 노력했던 것 같아요."

김남길은 신뢰감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선덕여왕'으로 생긴 대중성이 반가운 것은 덕분에 그가 진정 하고 싶은 영화가 더 인정받을 수 있을 거란 기대 때문이다. 사랑에 빠진 게이로, 남장 여인의 첫사랑으로, 깨방정과 짐승남을 오가는 비운의 남자로…. 지금까지 김남길의 선택이 만만치 않았듯 앞으로도 그는 결코 만만치 않은 길을 걸어갈 것 같다. 그는 욕심많은 남자니까.

"티켓파워란 게 숫자로 나타나는 것도 있지만 신뢰로 나타나기도 하잖아요. 전 그게 정말 욕심나요. 믿음을 주는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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