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 루크, 80년대 할리우드 대표 '꽃보다 남자'

[형석-성철의 에로&마초]

김형석 / 입력 : 2009.02.19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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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더 레슬러>(사진)라는 영화가 화제다. 작년 베니스영화제에서 ‘최고 작품상’에 해당하는 금사자상을 수상한 이 영화는, 어느 퇴락한 레슬러에 대한 이야기. 그렇다면 주인공은 실베스터 스탤론이 맡아야 마땅하거늘, 이 영화의 크레디트엔 ‘미키 루크’라는 이름이 박혀 있다. 1980년대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꽃보다 남자’였던 그가 레슬러로 돌아오다니….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당대 미키 루크는 ‘청춘 스타’라기보다는 ‘섹시 가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렸다. 그의 섹슈얼리티가 더욱 매력적이었던 건, 음울한 기운과 결합했기 때문이었다. 입가에 특유의 묘한 미소를 짓고 있어도, 그의 눈은 음산하게 반짝였다. <나인 하프 위크>(85)는 미키 루크라는 배우가 지닌 에로티시즘의 진수를 담은 영화. 이 영화에서 미키 루크는 ‘강한 매력의 변태’이자 ‘목적 없는 쾌락의 탐닉자’가 된다.


‘에로 킹’ 잘만 킹이 제작하고, 애드리언 라인이 연출한 이 영화의 기본 컨셉트는 SM 관계다. 존(미키 루크)는 우연히 만난 여자 엘리자베스(킴 베이싱어) 주변을 맴돌고, 엘리자베스 또한 멋진 여피족인 존에게 순순히 끌린다. 그들은 사랑하진 않지만, 서로의 육체를 탐하는 관계가 된다. 그리고 그들이 추구하는 쾌락은 점점 이성의 영역을 벗어나고, 엘리자베스는 존의 성적 대상이 된다.

미키 루크는 리처드 기어와 달랐다. 기어가 위험한 육체를 통해, 여성에게 그 어떤 베일도 드리우지 않은 채 있는 그대로의 열정으로 다가갔다면, 미키 루크는 끈적끈적한 시선으로 여성을 사로잡아 자신의 욕망을 채웠다. 그는 눈빛 하나로 여성을 제압해 끌어들일 수 있는 마왕 같은 존재였다. 특히 그가 위험한 이유는, 점증적인 방식으로 여성에게 젖어드는 악마성 때문이다.

<나인 하프 위크>에서 그는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해, 원 나잇 스탠드를 즐기고, 백화점 매장에서 관계를 맺고, 여성에게 스트립쇼를 시키며, 결국엔 쓰리썸 관계까지 간다. 그는 끊임없이 여성을 ‘통제’하려 하지만, 그 속내를 유치하게 드러내진 않는다.


미키 루크는 특히 ‘리얼’을 추구했던 걸로 유명했다. <나인 하프 위크> 때는 베드 신에서 킴 베이싱어에게 실제 섹스를 해야 한다고 졸랐고, <엔젤 하트>(87) 때 리자 보넷과 진짜로 했다는 소문이 돌았으며, <와일드 오키드>(89)에서도 캐리 오티스와의 베드 신에서 ‘실제 정사’ 논란에 휩싸였다(그들은 결혼했다. 지금은 이혼한 상태지만).

이후 프로 권투선수로 데뷔하면서 그의 얼굴은 찢겼고, 돌팔이 의사에게 성형수술을 받으며 더욱 흉측하게 변했으며, 체중은 점점 늘어갔다. 가산을 탕진하고 거의 홈리스처럼 살아갔던 그는 <더 레슬러>로 화려한 재기에 성공한 상태(올해 오스카의 유력한 남우주연상 후보다). 과거의 섹시 가이는 인생의 쓴맛 단맛을 모두 보았고, 이제야 진정한 배우의 길에 들어섰는지도 모른다.

<김형석 월간스크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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