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와 '미인도' 흥행비결..넷심이 관객 모은다①

[★리포트]

전형화 기자 / 입력 : 2008.11.17 13:50 / 조회 : 7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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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왼쪽) '미인도' <사진출처=영화스틸>


영화 마케팅이 변하고 있다. 영화 홍보와 공론의 장이 인터넷으로 변화된 지 오래, 하지만 영화 마케팅은 정통적인 노선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올해 '고사'와 '미인도', 두 편의 영화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마케팅 방식으로 성공을 거두면서 마케팅 방식에 일대 변화가 예고된다.

영화 마케팅에 '넷심'(네티즌 여론)이 중요하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지만 영화계에 충격을 주다시피 한 사건은 2007년 '디 워' 열풍 때였다. '디 워'에 혹평한 언론과 평단에 적의까지 드러낸 네티즌의 여론은 삽시간에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으며, '100분 토론'까지 이어지게 만들었다.

'왕의 남자' '후회하지 않아' 등에 팬카페가 생기는 등 특정 영화에 적극적인 호의를 표시하는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디 워'처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넷심이 움직이자 영화계는 충격에 휘말렸다.

지금까지 인터넷 알바 논란은 있었지만 영화 흥행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했기에 '디 워' 이후 넷심을 사로잡는 방법이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영화 광고나 이벤트 등이 거대 포털 사이트 중심으로 이동한 지도 오래지만 아직까지 주류 영화계는 보편적인 방식을 고수해왔다.

주류가 변화에 인색할 때 새로운 움직임은 변방에서 시작됐다.

올 여름 150만 관객을 동원한 공포영화 '고사'는 영화계에 많은 이야깃거리를 낳았다. '고사'는 충무로에서 자생한 영화사가 아니라 음반 제작으로 잔뼈가 굵은 제작자가 본격적으로 영화 제작에 뛰어든 사례이다.

때문에 기존 한국영화 제작 시스템으로는 염두를 못 낼 일들을 많이 벌였다. 제작부터 개봉까지 단 3개월. 감독 역시 속전속결에 익숙한 뮤직비디오 감독을 선임했다. 통상 영화 마케팅이 영화 촬영 중간에 현장공개 한 차례를 실시하는 것 외에는 개봉 한 달 전부터 제작보고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데 비해 '고사'는 시작부터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실시했다.

대중가수 매니지먼트를 기반으로 한 제작자가 진두지휘를 한 '고사' 마케팅 방식은 기존 영화 마케팅 방식을 따르면서도 가요 마케팅과 비슷한 점이 더 많았다. 개봉 한 달 전부터 이야깃거리를 쏟아내기보다는 제작단계부터 보도자료를 남발하며 이야깃거리를 쏟아냈다.

'고사'와 관련해 3개월 동안 제작사가 보낸 보도자료는 100여건이 넘는다. 기존 영화 마케팅 방식으로는 숨길 내용마저 몽땅 보도자료로 내보내는 이런 음반식 화제 몰이 마케팅은 결국 '고사'를 인터넷에서 화제로 끌어올렸다.

인터넷 매체가 난립하면서 매일같이 이슈가 쏟아지는 방송과 가요가 화제의 중심이 된 포털 중심 세상에 '고사'의 이 같은 방식은 저예산에, 공포영화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눈길을 끌게 만들었다.

저인망으로 바닥부터 훑고 다니는 가요식 홍보 방식은 기존 영화 마케팅에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아니 꺼리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고사'의 주요 관객인 10대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한 마케터는 "'고사'의 마케팅 방식은 올해 유일한 공포영화라는 점이 어필했을 뿐 큰 의미는 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사'의 성공을 예외로 치부하기에는 '미인도' 역시 같은 방식이었다는 점에서 새삼 주목된다.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미인도'는 '고사'처럼 제작사가 음반회사에서 시작된 예당엔터테인먼트였다. 그러다보니 마케팅 방식 역시 '고사'처럼 음반 홍보 방식으로 진행했다.

비슷한 소재의 드라마 '바람의 화원'에 가렸던 '미인도'는 이른바 '색,계' 마케팅으로 단숨에 주목을 끌어 선호도는 차지하고 인지도에서는 상당한 수준으로 올랐다. '미인도' 역시 예당측에서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양산해 개봉까지 화제 몰이를 했다.

'고사'와 '미인도'의 이 같은 마케팅 방식은 영화계에 사뭇 충격을 줬다.

'고사'와 '미인도'의 저인망식 마케팅은 선정성 및 언론의 역할 등에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영화 홍보의 장이 주요 포털 사이트로 옮겨졌다는 매체 환경에서 기인한다.

영화 검색어 순위와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 영화평점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방식은 P&A 거품이 사라지고 있는 현 영화계에 많은 점을 시사한다.

마케팅에 큰 비용을 할애할 수 없는 저예산영화가 기존 방식을 답습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유리하게 작용하며, 투자사가 상대적으로 마케팅 방향을 제시하는 현 상황에 변화도 예상된다.

한 매니지먼트사 대표는 "현 영화 마케팅 시스템이 정체돼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일본처럼 기획부터 마케팅이 선행되는 방식으로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과연 변방에서 시작된 변화가 주류까지 바뀔 수 있을지, 위기 체제의 한국영화가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요즘, 가능한 변화 중 하나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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