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루·정웅인, 오랜 인연이 만든 '잘못된 만남'

이수현 기자 / 입력 : 2008.07.01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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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성지루(왼쪽)와 정웅인 ⓒ송희진 기자


성지루와 정웅인이 뭉쳤다. '코미디 영화인가?'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지도 모르지만 그들은 입을 모아 'No'라고 말한다. 대학교 선후배로 만난 그들이 오랜 인연을 돌고돌아 영화 '잘못된 만남'에서 만났다. 많은 영화들이 그렇듯 제목은 반어적인 의미일 뿐 이들의 만남은 전혀 잘못되지 않았다. '환상적인 만남'이라면 모를까.

이들의 오래된 인연은 서울예대 연극과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잘못된 만남? 우린 아니었을 거에요. 전 좋은 기억으로 갖고 있는데 정웅인 씨도 괜찮았을 거에요."(성지루)

"91년 제가 졸업할 시기도 지나 추가로 한 학기를 더 다니고 있을 때 성지루 씨가 복학을 했어요. 우연히 기회가 닿아 둘이서 오랫동안 교정에서 이야기를 나눴죠. 군대 시절 이야기나 인생사 등을 이야기하는데 성지루 씨가 쓰는 표현 자체가 너무 맛있었어요. 무슨 이야기인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정웅인)

사물을 일반적으로 보지 않고 비틀어서 절묘한 비유로 이야기하던 성지루가 위대한 선배로 보였다는 정웅인은 '잘못된 만남'에 성지루가 캐스팅 돼있단 이야기를 듣고 마음 놓고 출연을 결정했다고 했다.


"시나리오를 읽어보면서 내가 이 작품을 이끌어갈 수 있는 부분을 담당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성지루씨에게 '너는 이 작품을 왜 하냐'며 전화가 왔었어요."(정웅인)

"그건 출연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고 이 작품을 봤을 때 어떤 점이 제일 마음에 드냐고 물어본 거에요. 시나리오가 나오더라도 영화화 하는 과정에서는 축약도 해야 하고 비주얼적인 것도 신경 써야 하는데 그런 게 처음에 잘 안 맞았었거든요. 그런데 이 친구가 들어오면서 더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겠구나 했죠."(성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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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성지루 ⓒ송희진 기자


이렇게 서로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된 '잘못된 만남'. 오랜 시간 알아왔지만 한 작품에 출연하는 것은 처음이라는 두 사람의 호흡은 어땠을까.

"태생이 같으니까요. 연기에 대한 생각이라든가 작품을 임하는 자세 등이 서울예대의 전통이란 게 있어서 기초적으로 맞추는 건 어렵지 않았어요."(성지루)

"분위기에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도 많고 의사소통이 안 되는 사람들도 많은데 성지루씨와는 공유하는 부분이 있어서 호흡을 맞추는 건 힘들지 않았어요. 사람을 대하는 일은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보는데 성지루씨와는 카메라 앞에서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아요."(정웅인)

'잘못된 만남'은 고등학교 동창이었던 교통경찰 강일도(정웅인 분)와 택시기사 신호철(성지루 분)이 이웃사촌이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영화다. 코믹 연기로 명성이 높은 성지루, 정웅인 두 사람이 주연을 맡았고 포스터까지 코믹한 '잘못된 만남'은 뚜껑을 열어보면 드라마 속에 코믹이 살짝 양념된 영화다. 코믹 외에도 감동과 액션도 같이 버무려져 잘 숙성된 김치 같다.

"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철천지원수가 둘도 없는 친구가 되는 과정들이 어떻게 그려지느냐를 보는 게 저희 영화의 묘미 같아요. 보고 나서 훈훈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영화라고 하고 싶어요."(성지루)

"'잘못된 만남'은 시나리오를 보고 제가 잘 연기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어요. 영화 '돈텔파파'나 드라마 '내생애 마지막 스캔들'에서도 싱글 파파로 출연했지만 이 역할은 다른 식으로 풀어보겠다고 생각하고 출연했어요."(정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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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웅인 ⓒ송희진 기자


주로 감칠맛 나는 조연 연기를 선보여온 두 사람이 주연을 맡았다. 부담감은 없었을까.

"우리 영화가 대작들 속에서 박빙의 승부를 펼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앞으로도 조연 연기자들을 데리고도 작품을 만들지 않겠어요. 외화 대작들과 싸우는 영화는 따로 있고 저희처럼 적은 돈으로 좋은 영화를 만들어 늘어난 개봉관 수에 맞춰 선보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해요."(정웅인)

"홍보 같은 문제에 대해 책임감이 많이 생겼어요. 그 외의 문제는 조연이나 주연이나 크게 다른 건 없어요. 주연을 맡았으니까 좀 달라진 모습을 선보여야 하는 게 아닌가 했지만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조연들이 주연으로 올라가는 영화가 잘 돼야 앞으로 영화의 폭이 두터워지지 않을까요."(성지루)

영화를 볼 관객들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성지루와 정웅인은 입을 모아 한국 영화의 위기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정웅인과 제가 만든 영화기 때문에 분명한 색깔이 있어요. 그 색깔을 잘 봐주셨으면 좋겠고 우리 영화도 잘 되겠지만 다른 영화도 함께 잘 돼서 하반기부터는 영화계가 다 일어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성지루)

"만날 영화계가 침체됐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영화계를 침체시킨 것 같아요. 그런 사람들이 책임감을 느끼고 영화계를 좀 부흥시켰으면 좋겠어요. 8월 초까지가 한국 영화계에서 중요한 시기인 것 같은데 관객분들이 아이들 손잡고 극장에 함께 갈 수 있는 좋은 시기가 됐으면 좋겠어요."(정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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