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조부터 송연까지..'이산'의 '죽이는 이야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08.06.0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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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인다∼.

종영을 앞두고 있는 MBC 월화사극 '이산'(연출 이병훈)은 정치가 일종의 서바이벌게임임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출신과 태생이 곧 정통성이 되는 조선왕조 이야기 '이산'에서 권력을 향한 다툼은 그렇기에 늘 생명과 직결된다.


권력을 노리는 자는 목숨을 걸어야 하고, 권력을 누리는 자는 목숨을 보전해야 한다. 그래서 이병훈 PD의 어느 최신작보다 정치색이 강한 '이산'은 곧 '죽이는 이야기'가 됐다. 오죽하면 주인공인 정조(이서진 분)의 죽음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가 마지막회의 최대 관심사가 됐을까.

그래서 정리했다. 지금껏 이산을 이끌었던 주역들의 '죽이는 이야기'들을. 지난 2일 정조의 오열 속에 죽음을 맞았던 평생의 반려자 송연(한지민 분)부터 어린 정조(박지빈 분)의 통곡 속에 이른 최후를 맞은 아버지 사도세자(이창훈 분)까지다.

2008년 6월 2일(74회) - 송연의 죽음


정조의 총애를 한몸에 받은 후궁 의빈성씨가 결국 죽음을 맞았다. 연인이자 평생의 친구였으며 든든한 동반자였던 그녀는 송연이란 이름으로 더 친근하다.

그녀가 낳은 문효세자는 정조의 첫 아들이었으나 갑작스럽게 목숨을 잃고 만다. 아들의 갑작스런 죽음 이후 장결병(간암 혹은 간질환)으로 고통스러워하던 송연은 화폭에 정조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담은 뒤 결국 정조의 품에 안겨 숨을 거뒀다.

송연은 "울지마세요, 전하. 아파하지 마세요, 전하. 전하의 곁에 평생 품어왔던 신첩의 마음을 두고 갑니다"라는 송연의 유언에 정조도 시청자도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그렇게 종영을 앞둔 '이산'의 사랑 이야기도 막을 내렸다.

2008년 5월 12일(68회) - 홍국영의 죽음

유배된 홍국영이 숨을 거뒀다. 홍국영은 정조의 오랜 충신이며 정치적 동반자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도 권력의 욕심 앞에 자유롭지는 못했다.

개혁을 부르짖던 그도 누이동생 원빈홍씨를 정조의 후궁으로 들여보내 차기 권력을 꿈꿨다. 그러나 동생이 갑작스럽게 숨지자 효의왕후(박은혜 분)가 관련됐다고 굳게 믿고 독살하려다 발각돼 유배지 강릉에서 한 많은 죽음을 맞는다.

정조는 밤새 말을 달려 죽음을 앞둔 벗을 찾아와 "자네를 한 번도 원망한 적이 없네"라고 묻어뒀던 마음을 털어놓는다. 홍국영 역시 "전하를 모신 그 충심만큼은 진심이었습니다"라고 화답한다.

어록까지 탄생할 만큼 큰 인기를 누렸던 홍국영 역의 한상진은 '하얀거탑'에 이어 새롭게 조명을 받았다.

2008년 2월 26일(47회) - 정후겸의 죽음

조카인 이산을 정치적 라이벌로 여겼던 화완옹주의 오른팔 정후겸(조연우 분)이 사약을 받고 유명을 달리했다. 비상한 두뇌로 정순왕후(김여진 분)를 위시한 노론 벽파와 함께 이산을 몇 번이나 위기에 빠뜨린 장본인인 그는 이산을 시해하려다 실패, 결국 비참한 죽음을 맞는다.

정후겸의 라이벌은 이산이라기보다는 그의 지략가였던 홍국영이었다. 홍국영은 붙잡힌 정후겸을 직접 찾아가 사약을 건넨다. 초연한 모습의 정후겸은 "잘보고 새겨둬라. 이것이 자네가 그토록 원하는 권세의 끝이다. 그리 멀지 않을 것이다"라고 충고한다. 이는 정조 즉위 이후 권력을 한 손에 넣었다가 결국 몰락하는 홍국영의 미래를 예언하는 복선과도 같았다.

2008년 2월 (44회) - 영조의 죽음

이산의 할아버지로 카리스마 넘치는 왕이었던 영조(이순재 분)가 숨을 거뒀다. 죽은 아들과 홀로 남겨진 손자에 대한 미안함을 흉터처럼 품고 살던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손자에게 용서를 구했다.

"내가 죽을 자리는 따로 있다"며 궁을 떠난 영조는 도화서의 송연을 불러 아들 사도세자(이창훈 분)의 초상화를 그려달라고 부탁한다. 제 손으로 죽인 아들을 향해 "이제 좋은 아비가 되겠다"고 눈물로 약속한 그는, 밤길을 달려 찾아온 손자 이산을 결국 만나지 못한 채 숨을 거뒀다.

이산을 훌륭한 왕의 재목으로 키우기 위해 냉정한 권력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영조는 그 순간까지도 서찰을 통해 "백성을 긍휼히 여기고 애달프게 여겨 한없이 아끼고 아끼는 임금이 돼달라"고 손자를 가르친다.

카리스마로 극 전체를 호령했던 영조의 죽음 이후 '이산'이 잠시 주춤하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이순재의 카리스마 넘치는 노련한 연기가 호평을 끌어냈다..

2007년 9월24일(4회) - 사도세자의 죽음

이산의 아버지, 영조의 아들, 비운의 왕세자 사도세자가 비참한 죽음을 맞았다. 아버지 영조를 향해 꺼내달라 부르짖던 그는 결국 어린 아들을 남겨두고 감기지 않는 눈을 감았다.

어린 산(박지빈 분)은 뒤주에 갇힌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온 궁을 발칵 뒤집어 놓는다.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할아버지 영조의 어가 행렬까지 멈췄다.

오열하는 박지빈의 눈물 연기는 초반 '이산'이 인기 월화극으로 자리잡는데 큰 몫을 했다. 사도세자 역으로 특별 출연한 이창훈 역시 짧은 순간에도 불구하고 묵직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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