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우 "느리다? 지금이 적정속도다"

김현록 기자 / 입력 : 2008.06.02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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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상우. 홍봉진기자 honggga@


배우 이상우(29). 그의 외양은 여느 꽃미남과 다르지 않다. 다부진 몸매, 서글서글한 눈매와 시원한 미소는 전형적인 몸짱, 얼짱 스타를 떠올리게 한다. 인기몰이중인 SBS '조강지처클럽'에서 남편에게 버림받은 여자에게 애정 공세를 펼치는 자신만만한 재벌3세 구세주는 이상우의 멋들어진 외모에 판타지를 더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이상우의 리듬은 여느 또래 배우들과는 다른 데가 있다. 성공해야겠다는 욕심을 떠벌리지 않고, 말주변이 없다고 굳이 감추려고도 않는 그의 주위에는 어딘지 오묘한 공기가 흐른다. 개봉을 앞둔 영화 '흑심모녀'(감독 조남호·제작 이룸영화사)의 아리송한 매력남 준은 엉뚱한 배우 이상우를 스크린에 옮겨놓은 것 같다.


그 매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김수미, 심혜진, 이다희 모녀 3대가 그에게 푹 빠져버리고 만다. 그러나 영화 속 준은 자신보다 훨씬 아이같은 사람이라는 이상우는 여자친구를 사귀어 본 지 벌써 2년이 지났다고 손사래를 쳤다. 세대를 초월해 사랑받는 '4차원 청년' 이상우와의 일문일답.

-살이 좀 빠진 것 같다.

▶운동을 안해서 그렇다. 몸이 좋은 게 오히려 연기에 도움이 안된다고 느끼니까 자제하고 있다. 예전에도 웨이트 트레이닝 하지 마라, 연기에 도움 안된다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스스로 느끼기 전에는 사람이 변하지 않더라.


-계속 해온 걸 버리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 지 16∼17년이 다 됐다. 보디빌더를 하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몸이 그러니까 일단 둔탁해보이고 역할을 맡을 수 있는 게 한정돼 있다. '터미네이터5'를 만들면 몰라도. 보통 사람을 연기하려면 보통 사람처럼 보여야 되는 거 아닌가.

게다가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 자연스럽게 쥐어짜는 호흡이 들어간다. 그런 점도 연기에 안 좋고. 다른 배우들이 배역을 위해 일부러 몸을 망가뜨리는 걸 보면서 '굳이 저럴 필요가 있나'하는 생각도 했는데 지금은 공감이 된다. 시각적으로다 청각적으로나 현실감이 깨지지 않도록 배우들은 부단히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럼 운동은 안하나?

간간이 한다. 유산소 위주로. 운동은 평생 하는 거다. 건강해야 연기도 할 수 있으니까. 그저 근육맨이 되지 않겠다는 거다.

-요새 '조강지처 클럽'의 구세주로 중년 시청자들에게 인기다.

▶얼떨떨하다. 시청률이 이런거구나 싶다. 알아보시는 분들도 있고. 득보는 건 따로 없다. 술 한잔 하면 안주가 남들보다 잘 올라온다는 거 정도?(웃음)

-아줌마들의 환상이라는 점에서 '흑심모녀'의 준 캐릭터와 닮았다.

▶제목만 보면 비슷하게 느껴지지만 '흑심모녀'가 전형적인 코미디는 아니다. 김수미 선생님이랑 있었을 때는 '흑심', 심혜진씨랑 있을 때는 순수한 설렘같은 게 느껴지는 영화다. 다희씨랑은 시원시원한 게 있다. 특히 이다희씨는 제가 갖지 못한 걸 가졌다. 시원하고, 의욕적이고. 저는 푹 가라앉아 있고, 그냥 될대로 돼라 그러는 편인데.(웃음)

-그런 점을 보고 다른 사람들이 '4차원'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원래 나는 느리고 조용한 사람이다. 제 길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냥 그 길을 간다. 안달나 한다고 그 길을 빨리 가는 것도 아니고, 또 빨리 가서 좋은 것도 없지 않나. 나는 그대로, 내 소신대로 간다는 생각이다. 사람이 변할 수는 없는거다. 환경이 변하니까 적응을 해간다고 표현하고 싶다. 이런 지금이 나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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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상우. 홍봉진기자 honggga@


-또래 배우들과는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쓸쓸할 때가 있다. 여자친구도 안 만난 지 좀 됐다. 한 2년쯤. 고행하는 중이다. 일부러는 아니지만 지내다보니 자연히 고행이 됐다. 사실 웨이트트레이닝도 고행의 일종이다. 그게 좋았다. 고행을 하면서 공부를 하는 거다. 사는 게 고행이지 않나.

-'조강지처클럽'의 구세주와 '흑심모녀'의 준 중에 누가 스스로에 가까운지.

▶구세주는 이상우와 전혀 다른 사람이다. 캐릭터나 대사 톤 잡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함께 출연하는 안내상 선배는 내 은인이나 다름없다. 바쁜 중에도 일부러 시간을 내서 지금껏 매주 지도를 해주시고 있다.

준은 조금 더 저와 가깝다. 하지만 저보다 더 아무 것도 모르고 착하고 순수한, 그냥 어린애다. 몸만 컸지 어린애같은 사람. 그러면서도 따뜻한 데가 있어서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1979년생, 우리나이로 서른이 됐다.

▶이것저것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나이를 먹고 아는 게 하나 둘 많아지니까. 어른들이 앞뒤를 따지다 보면 뭘 못하게 되지 않나. 닮아간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도 하고 싶고, 안정된 생활도 좋아보이고. 하지만 통하는 사람 만나는 건 나이를 먹을수록 어렵고, 또 망설여지는 것 같다.

20대의 마지막이지만 30대의 시작이 아닌가. 물질적으로나 다른 면에서나 내가 크게 이룬 것은 없다. 하지만 여유라고 할까, 그런 걸 많이 찾으려고 노력하는 시기인 것 같다. 20대에 시행착오를 겪었다면 지금은 여유로운 삶을 시작하는 시기가 아닐까. 연기에서도 좀 더 여유를 찾고 자유로워져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데뷔가 2005년이다. 시작이 늦은 만큼 조급한 마음은 없는지.

▶나는 느린 스타일이라 뭘 하든 여지없이 남들보다 못한다. 남들보다 시간도 더 많이 필요하다. 그걸 아니까 어쩔 수가 없다. 일단은 하다보면 나아지니까 오기와 끈기로 승부할 밖에. 지금의 스피드가 느리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시작부터 느렸다. 지금이 적정 속도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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