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쟁이' 김구라가 사는 법

김경미 기자 / 입력 : 2008.05.21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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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 아니겠어요."

지난 20일 방송된 KBS 2TV '상상플러스 시즌2'에서 이효리는 김구라의 사과를 받아들이며 말했다. 김구라는 5년만에 이효리와 이렇게 화해를 했다.

이효리와 김구라의 악연은 지난 2003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김구라는 자신이 진행하던 인터넷방송 '김구라, 황봉알의 시사대담'에서 이효리의 가슴 수술 소문과 관련해 수위 높은 농담과 비속어를 남발해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이 프로그램은 지중파방송에서는 볼 수 없는 욕설과 직설화법으로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빙상선수 안톤오노, 일본의 고이즈미 전 총리, 전현직 국회의원 등이 김구라의 표적이 됐지만 주된 비판 대상은 연예인이었다.

김구라는 이효리, 하리수, 신지 등의 실명을 거론하며 위험 수위의 '막말'을 쏟아놓았다. 비판의 주된 내용은 얼굴과 몸매, 옷차림, 성형의혹 등이었다. 당시 여성단체들은 "여성 비하와 언어 성폭력이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며 인터넷방송계와 김구라를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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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년 인터넷방송에 출연하던 당시 김구라와 고정게스트 노숙자


이천수, 유승준, 문희준, 박용하 등도 김구라의 욕설을 피해갈 수 없었다. 안티도 늘었지만 김구라의 화법에 열광하는 마니아들이 생겨났다. 연예인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은 김구라의 표현대로 '마일리지' 쌓듯 늘어갔다. 오히려 이것이 화제가 돼 김구라는 '할 말은 하는 방송인'이라는 이미지를 얻었고 2004년부터는 KBS FM '김구라의 가요광장'을 통해 지상파에 안착했다.

김구라에게 욕은 이효리의 말대로 '먹고 살기 위한' 방편이었을 것이다. 그는 1993년 SBS 공채개그맨 2기로 데뷔한 뒤 7년간의 무명생활을 경험했다. 다른 연예인에 대한 비판과 욕설은 개그맨 김구라를 알리는 좋은 수단이었다. 그의 발언은 언어폭력에 가까웠지만 그에게 열광하는 팬클럽이 생기고 그는 유명해졌다.

김구라는 2006년 자신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당시 인터넷 방송이란 매체의 특성에 충실하고자 했고 듣는 사람들도 소수에 불과했기 때문에 좀 드세게 이야기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런 공개 사과 직후 그는 '가요광장'을 통해 "베이비복스 시절 윤은혜는 부엌데기 이미지 때문에 주목 받지 못했다"는 발언을 해 다시 비판을 받았다. 지난 2007년 10월 SBS '이경규, 김용만의 라인업'에서는 개그맨 김경민에게 "정신차려, 이 개XX야"라는 욕설을 하기도 했다.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를 통해 "미안한건 사실이지만 별로 신경 안쓰고 살았다"고 발언한 것도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다.

윤도현, 신지, 하리수, 이효리가 방송을 통해 김구라와 화해했다. '김구라와 상종도 하기 싫었지만 이제는 이해한다'며 웃는 얼굴로 함께 방송을 진행했다. 그들은 진심으로 화해했을지 모르겠지만 보는 시청자들은 의아하다. 함께 방송에만 나와도 묵은 감정이 해소될 수 있는 것일까 궁금해 한다. '거침없이' 욕하고 '수줍게' 사과하는 김구라. 반성도 좀더 '대담하게'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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