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이효리' 임수정 "인기는 허무한 것"

'도약' 발표하고 가수활동 재개

김원겸 기자 / 입력 : 2008.02.28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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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정은 17년만인 지난 2006년부터 가수 활동을 재개했다. ⓒ송희진 기자


“그때는 참 대단했죠.”

옛 이야기에 표정이 환해진다. 마흔 중반의 중견가수는 눈가에 깃든 잔잔한 주름으로 나이를 실감할 뿐 여전히 수줍은 소녀 같은 얼굴이다.


가수 임수정은 ‘왕년의 이효리’였다. 스무살이던 1981년, CF로 얼굴을 알린 후 순식간에 ‘CF퀸’이 됐다. 유명 항공사와 제약회사, 그 시절 ‘메리야쓰’로 불리던 내복 CF 등 50여편이 넘는 CF에서 모델로 활약했다.

이듬에는 ‘연인들의 이야기’라는 노래로 일약 전국민의 ‘연인’이 됐다. 82년 취입한 이 노래는 이듬해 유지인 한진희 김자옥 주연의 드라마 ‘아내’에 삽입되면서 이른바 ‘초대박’을 이뤘다. 극중 유지인의 테마로 사용돼, 그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서 어김없이 ‘연인들의 이야기’가 흘러나왔고, 일주일도 안돼 노래에 대한 문의가 잇따르면서 음반주문이 폭주했다.

임수정은 이 같은 인기를 업고 당시 인기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던 ‘쇼쇼쇼’에 출연, 음반은 더욱 불티가 났다. 당시 이 음반판매량의 공식기록은 30만 장이지만 비매품, 불법 음반까지 합치면 엄청난 판매량을 올렸다. 83년 LP판으로 30만장이 팔린 것은, 지금으로 치면 CD 약 250~300만 장 수준이다. 특히 단일곡으로는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 이어 역대 2위로 기록됐다.


하지만 임수정은 이런 인기를 길게 이어가지 못했다. 단아한 얼굴의 임수정은 연기자가 되기 위해 연기수업을 받던 중 ‘연인들의 이야기’로 특급스타가 됐고, 어린 나이에 쉽게 얻은 인기는, 어렵고 힘든 연기수업을 견뎌내지 못하게 했다. 연기연습을 하지 않아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당시 저를 아꼈던 드라마 감독들은 ‘평생 후회할 게 될거야’라고 했던 그 말이 뒤늦게 실감이 됐어요. 언제든 내가 마음먹으면 되는대로 되는 줄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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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임수정 ⓒ송희진 기자


임수정은 연말 가요제에서 정수라의 ‘아 대한민국’에 신인상을 넘겨준 것이 좌절의 시작이었다. 당시 언론으로부터 가창력보다는 외모로 승부한다는 비판을 받았고, 신인상까지 놓치자 좌절감에 자존심 상해 연예활동을 중단하게 됐다.

그 직후 어머니마저 여의고, 2집 ‘사슴여인’은 ‘나는 밤거리에서 사랑을 먹고 사는’이란 가사로 인해 금지곡이 되고 만다. 이후 두 번 레코드사를 옮겼지만 더 이상의 히트는 없었다.

이후 결혼을 하고 미국으로 떠났고, 대중의 기억에서 잊혀졌다. 임수정은 힘들다는 이유로 연기연습을 제대로 받지 못한 예전의 일을 두고두고 후회했다고 한다.

“어린나이에 스타가 되다보니 잘 몰랐어요. 연예계는 인내가 필요로 하는 곳 인줄 알지 못했어요. 고생해서 올라갔으면 하나하나가 다 소중했을 텐데, 나는 어느 날 눈을 떠보니 벼락스타가 돼 있었죠.”

그러나 회한은 다시 각오로 변했다. 그래서 최근 발표한 앨범 제목이 ‘도약’이다. 임수정은 지난일을 더 이상 후회하지 않고 다시 한 번 뛰어오르겠다고 다짐한다.

“후배가수들이 너무 예쁘고 노래도 잘하고 너무 부러워요. 나도 예전의 세월을 그렇게 쉽게 놓지 않았더라면 이런 예쁜 후배들에게 존경받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그러나 나도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요. 다시 기회가 오면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겁니다.”

‘도약’에는 ‘꽃잎’ ‘날 버리지마’ 두 곡의 신곡과 ‘연인들의 이야기’ ‘사슴여인’ 등이 수록됐다. ‘날 버리지마’는 이미 SBS ‘조강지처클럽’에 삽입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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