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탕' TV영화 시청률 저조, 이유 있다

윤여수 기자 / 입력 : 2008.02.09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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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것 없다', '재탕의 연속', '짜깁기'….

시청자들의 올해 설 연휴 각종 TV 특집 프로그램에 대한 불평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각 방송사마다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을 '특집 혹은 베스트'의 이름으로 '재구성 혹은 짜깁기'해 내보내 잠깐의 시선을 모으려는 얄팍한 의도에 시청자들은 가만 지켜보지 않았다. '특집'이라 이름붙여진 설 프로그램들의 별 특색없는 편성이 자초한 바다.


올해 설 연휴에도 빠짐없이 TV 편성표의 한 켠을 비중있게 차지한 특선영화들은 그 상징이다.

이번 설 연휴 특집으로 편성된 영화는 KBS와 MBC, SBS 등 주요 지상파 3사의 경우 26편. 이 가운데 '괴물'과 '미녀는 괴로워'(사진), '복면달호', '아일랜드', '우주전쟁' 등 상당수 작품이 지난해 추석 연휴를 비롯해 이미 지난 명절 시즌에 방송됐다.

'본 슈프리머시'와 '황후화' 정도를 제외하면 새롭게 편성된 영화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들 '재탕' 영화의 시청률은 얼마나 될까. 지난 추석 때와 비교해보자.

우선 '괴물'은 지난 추석 연휴 당시 1, 2부로 나뉘어 방송돼 최고 23.1%(이하 TNS미디어코리아 집계)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번 설 연휴에는 7.2%에 그쳤다.

'미녀는 괴로워'는 21.7%였지만 올해 설 연휴에는 9.9%였다.

추석 연휴 때 14.1%를 기록한 '우주전쟁'은 설 연휴 시청률이 절반 수준인 7.6%에 불과했다. '복면달호'도 마찬가지. 지난해 추석 연휴 당시 8.9%였던 시청률은 6.3%로 낮아졌다.

'가문의 부활'도 지난 추석 연휴에 방영돼 11.4%의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7.7%로 떨어졌다.

물론 시청률을 이처럼 방영시간대 및 경쟁 프로그램 등을 고려하지 않고 절대적인 수치로만 비교한다는 것에는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이미 방영됐던 영화들을 대거 특집 영화로 편성한 것은, 시청자 입장에서는 이미 극장과 케이블채널, DVD 등을 통해 숱하게 본 영화를 보라고 강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이 같은 비교는 일정한 의미를 갖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상사부일체'와 1, 2부로 나뉘어 방송된 '해리포터와 불의 잔'이 각각 최고 14%의 비교적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또 '황후화'(6.4%)와 '캐리비안의 해적2'(9.1%), '이장과 군수'(9.7%), '우아한 세계'(9.7%) 등 올해 설 연휴에 새롭게 선보이는 영화들이 심야시간대 방영이라는 약점 속에서도 선전하기도 했다.

이는 한 편의 영화가 극장에서 개봉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 방송을 통해 시청자를 만나게 하는 '홀드백' 기간이 짧아진 데서도 영향을 받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케이블채널의 급부상과 DVD 등의 대중적 보급 등으로 영화 방영 경쟁력 제고를 위해 신작 영화를 확보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홀드백' 기간을 더욱 단축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기도 하다.

문제는 그 수급이 원활하지 않을 때 TV 영화 편성은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그렇다고 매년 수십편씩 쏟아지는 흥행작 혹은 화제작을 확보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방송사로서는 방송 판권료와 방송 프로그램 등급제 등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방송사의 고민은 클 수밖에 없다.

별다른 색깔도 없이 흥행작 위주의 '보고 또 본' 영화를 명절 특집 편성하는 관행이 올해 추석 시즌에는 사라질 것인지 지상파 방송사들의 향후 특집영화 편성 전략을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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