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석 유재석..'건방진 개그만 있나? 우리도 있다'

김경욱 기자 / 입력 : 2007.05.09 10:51 / 조회 : 623
image
왼쪽부터 서경석 유재석ⓒ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우리 속담에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이 있다. 벼가 자라면서 낱알이 무거워져 벼가 휘는 모양을 사람에 빗대어 '겸손'을 강조한 말이다. '목의 뒷등 부분'을 지칭하는 고개가 벼의 어느 부분이냐는 반론도 가능하겠지만, 중력 법칙을 넘어 겸손의 미덕을 이야기한 선조들의 안목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러나 현재 TV예능프로그램에서는 이 같은 겸손의 미덕보다는 건방짐이 소위 더 '먹힌다'. '호통개그'의 박명수, '죄민수' 조원석, '건방진 도사' 유세윤, '건방진 뚱보' 정형돈. 상대방을 향해 호통치고, 상대방 무시하며, 자만에 빠진 '캐릭터'가 바로 그들이다. 하지만 이 같은 경향에도 불구하고 겸손한 이미지의 캐릭터로 꾸준한 사랑을 받는 인물이 있다. 서경석 유재석이 바로 그들이다.

# 장면 1 - MBC 개그맨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MBC 개그맨실. 한 사내의 뒷모습이 보인다. 푹신한 소파가 아닌 한 쪽 구석의 딱딱한 의자에 앉아있다. 보통 신인 개그맨들이나 후배 개그맨들은 이 딱딱한 의자에 앉아 아이디어를 짜거나 휴식을 취한다. 푹신한 소파에 앉으면 한 없이 자세가 흐트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후배 개그맨들이 오가며 그에게 인사를 건넨다. 서경석. 한 쪽 구석에 앉아서 열심히 책을 읽고 있다. 후배들이 인사를 할 때마다 한결같은 모습으로 웃으며 "네, 안녕하세요"라고 답을 한다. 음료수를 대접하려는 후배에게도 괜찮다며 그를 만류하기 바쁘다. 서경석은 1993년 MBC 개그콘테스트로 데뷔했다. 나이로나 경력으로나 막내 개그맨들과는 약15년 정도 차이가 나지만 그는 먼저 고개를 숙이면서 겸손의 미덕을 보여준다.

서경석은 지난 2일 MBC '황금어장'의 '무릎팍 도사'에 출연해 "급변하는 방송환경에서 목소리 크고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 카메라에 잘 담긴다"며 "내성적인 면이 없잖아 있고, 듣는 것을 좋아하는 MC가 이 같은 방송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 고민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그는 '목소리 크고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 카메라에 잘 담긴다'는 걱정과는 달리 자신만의 매력을 가지며 각종 프로그램에서 활약하고 있다. SBS '생방송 TV연예'를 비롯해 MBC '느낌표' '잡지왕' '아이스크림', KBS 'TV탐험 멋진 친구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건방짐' 보다는 '겸손함'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 장면 2 - '무한도전' 촬영장

지난해 11월 유재석과 나경은 아나운서 사이의 열애설이 붉어져 나왔을 당시 취재진은 MBC '무한도전' 촬영이 진행되는 경기도 부천의 한 세트장으로 몰려들었다. 그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만영하듯 유재석이 세트장에 들어서자마자 취재진은 그에게로 몰려들었다. 이례적으로 경호원까지 동원된 이날, 그의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경호원이 그를 보호하며 취재진을 막으려는 순간, 유재석은 경호원들을 향해 "그러지 마세요"라고 강하게 말한 뒤 취재진에게 "잠시만 기다려주시면 다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연예인들이 보이는 행태와는 정 반대되게 그는 자신보다는 취재진의 안전을 걱정했다. 또 뒷걸음질치며 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취재진에게 "조심하세요"라고 말하는 배려를 보이기도 했다.

이 같은 그의 평소 모습은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서도 잘 드러난다. MBC '무한도전'에서는 건방지고 호통 치며 이리 튀고 저리 튀는 멤버들을 잘 정리해 제각기 독특한 캐릭터로 승화시킨다. 이는 개별 캐릭터들의 몫이기도 하지만 자신을 낮추면서 조화를 이루게 하는 유재석의 능력이기도 하다.

SBS '일요일의 좋다'에서 종영한 'X맨' 코너 역시 그렇다. 진행자인 그는 다른 출연 게스트보다 어쩌면 더 망가지고 쓰러진다. '배꼽티'를 마다않고 음악이 흘러나오면 다리가 풀릴 때까지 과격한 '막춤'을 선보인다. 게스트들이 그의 모습에 무장해제 되는 것은 당연지사.

유재석과 함께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한 출연자는 "그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출연하면 편안해 진다"면서 "그가 먼저 낮추고 들어가니 내가 가진 어떤 모습이든 보이게 된다. 또 어떤 말을 해도 그가 받아서 한 번 더 이야기 해주면 웃음이 두 배가 된다"고 밝혔다.

"진정으로 용기 있는 사람만이 겸손할 수 있다. 겸손은 자기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자기를 세우는 것이다." 브하그완의 말이다.

  • 트위터
  • 페이스북
  • 라인
  • 웨이보
  • 프린트
  • 이메일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