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훈 "쉽게 돈벌려다보니 표절시비 끊이지 않아"

한국 대중음악 위해 쓴소리..작품집 '옛사랑' 2집 발표

김원겸 기자 / 입력 : 2007.04.30 10:20
  • 글자크기조절
image
최근 작품집 '옛사랑2'를 발표한 작곡가 이영훈 ⓒ홍기원 기자 xanadu@


“한국 대중음악은 지금 계보가 끊기고 있어요. 연주인들이 10년 전 그대로예요. 새로운 인물이 안 나와요.”

‘난 아직 모르잖아요’ ‘소녀’ ‘광화문연가’ ‘시를 위한 시’ ‘옛사랑’ 등 이문세를 통해 주옥같은 노래를 발표한 작곡가 이영훈이 한국 대중음악의 계보가 끊어지고 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최근 작곡가 데뷔 20주년 기념음반 ‘옛사랑 2’를 발표한 이영훈은 실력 있는 새 인물이 나타나지 않아 연주인들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고, 작곡가들도 예전에는 자기 색깔이 있는 재주꾼들이 참 많았지만 요즘 작곡가들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한다며 마뜩찮은 표정을 지었다.

이영훈은 계보가 끊기는 이유로, 젊은 음악인들이 어려운 일을 참고 견뎌내려는 근성이 없다는 것을 꼽았다. 그는 “연주자들은 이름을 얻기까지 오랜 시간 연습하고, 선배들에게 인정받아야 되는데, 이 기간을 참지 못한다. 그게 요즘 세태다. 작곡가들도 스스로 연구하고 개발하려 하지 않는다. 연주든 작곡이든 오랜 기간 연습해 자기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해야 되는데, 거기까지 힘든 시간을 참지 못한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국내 대중음악계에 표절시비가 끊이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라며 개탄했다. 이영훈은 작곡가들이 스스로 만족할 만한 작품이 나올 때까지 참지 못하고 쉽게 돈을 벌려고 하다보니 표절논란이 불거지게 된다고 했다.


“작곡가가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좋아요. 그러나 돈을 벌기까지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 하죠. 자기 세계를 만드는 기간을 거쳐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자기세계도 없고 보여줄 것도 없는데, 곡을 팔기 위해서만 노력해요. 그러다 결국 남의 세계를 몰래 가져오게 되죠.”

또한 작곡가들이 대중에 조금 인정받은 자기작품을 표절하는 것에 대해서도 경계를 나타냈다.

“대중에 좀 인정받았던 자기 곡을 표절하는 경우도 많아요. 도자기 만들어놓고 조금이라도 흠이 발견되면 깨버리는 도공들처럼, 작곡가들도 곡을 쓰다가 다른 곡과 비슷하다거나 내 것이 아니다 싶으면 곧바로 폐기해야 합니다. 작곡가들은 기본적으로 끊임없이 습작을 많이 써봐야 해요.”

image
'옛사랑2' 타이틀곡 '난 아직 모르잖아요'를 부른 윤건 ⓒ최용민 기자 leebean@


이영훈은 천편일률적인 음악이 쏟아지는 것은 음반제작자들의 책임도 크다고 했다. 특히 대중음악계가 아닌 다른 분야에 있던 사람들이 음반제작 사업에 뛰어들면서 다른 의도로 접근한다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음악은 이미 오락화 돼버렸죠. 대중음악을 예술로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예술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음악이 오락화 돼가는 데 있어, 제작자들은 그 가치를 한번쯤 생각해봐야 해요. 우아함과 존엄성, 아름다움을 배제한 채 음악을 돈벌이로만 생각해선 안 되죠.”

이영훈은 아울러 음반제작자들이 좋은 음악을 대중에 들려준다는 책임의식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성들여 만든 음악, 훌륭한 연주로 된 음악,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든 음악은 대중의 귀를 높여주고 결국은 음악산업을 발전하게 만든다고 했다.

“작금의 음반은 급조된 것이 많고, 또 청소년들이 그런 음악을 듣고 자란 까닭에 좋고 나쁜 음악을 판별하는 능력이 떨어집니다. 요즘 컴퓨터로 노래를 쉽게 만들고, 자기 곡 자기가 표절하고, 그 노래가 그 노래고…. 이런 식이면 가요계가 발전이 없죠.”

이영훈은 서울음반의 도움으로 10억 원을 들여 ‘옛사랑’ 음반을 제작했다. 지난 20년간 발표했던 노래를 현대 감각에 맞게 편곡하고, 또 정훈희, 전인권에서부터 윤건까지 노래부른 가수도 세대를 아울렀다. 그러나 애초 자신이 원했던 연주인들과 가수들을 전부 참여 시키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타이틀곡 ‘난 아직 모르잖아요’를 부른 윤건은 디렉팅을 거부하고 엔지니어와 둘이서만 녹음하겠다는 당돌한 요구에 이영훈도 처음엔 당황했지만 오후 3시에 녹음실에 들어가 이튿날 새벽 3시까지 녹음하며 엔지니어를 초주검상태로 만든 열성에 감탄했다. ‘광화문연가’를 부른 성시경도 7번 녹음실에 찾은 끝에야 녹음을 끝냈다. 이영훈은 “성시경의 노래는 아줌마들이 참 좋아하는데, 이는 옛 감성을 잘 살려냈다는 증거다. 정말 잘 불렀다”고 칭찬했다.

애초 정훈희, 전인권을 생각하며 만들었던 ‘기억이란 사랑보다’ ‘풋잠속에 문득’은 이번 앨범에서 각각 제 목소리를 찾았다. 미국의 솔 그룹을 보면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는 ‘붉은노을’도 김건모의 목소리를 통해 재탄생됐다.

이영훈은 지금도 곡을 쓰고 있지만 노래를 주고 싶은 목소리를 아직 만나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리쌍과 윤미래, 빅마마, BMK, 버블시스터스 등을 칭찬하며 여운을 남겼다.

이영훈은 현재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광화문연가’를 모티브로 한 뮤지컬을 제작해 내년 10월 세종문화회관에 올리고 싶다고 했다. 이를 위해 그는 최근 오랜 술친구인 방송인 김승현과 함께 공연기획사를 설립하고 유명 감독을 영입했다.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