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영화제목 베끼기 심하네

김태은 기자 / 입력 : 2006.07.05 11:23 / 조회 : 6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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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KBS2 '위대한 유산', MBC '어느 멋진 날', MBC '진짜진짜 좋아해'
드라마 타이틀의 영화 베끼기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올들어 방송한 드라마만 해도 새롭게 창작하기보다는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제목의 드라마가 늘어난 경향이 뚜렷하다.

김재원과 한지민의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은 KBS2 '위대한 유산'은 영국 작가 찰스 디킨스의 소설 제목에서 유래한다. 이미 해외에서 동명의 제목('Great Expectations')으로 몇번 영화화됐었고, 2003년 국내에서 임창정 김선아 주연의 '위대한 유산'이라는 영화가 만들어졌다. 물론 내용은 다르지만 다시 한번 이 제목을 가져다쓴 경우다.

성유리 공유 주연의 MBC '어느 멋진 날'의 제목도 1996년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진 조지 클루니와 미셀 파이퍼 주연의 영화 '어느 멋진 날(One Fine Day)'을 그대로 베꼈다. 이혼남녀의 하룻동안의 사랑 만들기라는 내용과는 전혀 다른 내용의 드라마지만 제목을 그대로 따다썼다.

MBC 주말극 '진짜진짜 좋아해'의 제목도 역시 영화에서 따왔다. 1977년 당시 최고의 청춘스타였던 임예진을 출연시킨 영화 '진짜진짜 좋아해'와 같은 타이틀이다. KBS1 일일극 '열아홉순정'도 이미자의 히트곡과 동명 타이틀로, 같은 제목의 영화가 이미 1971년 신성일 주연으로 만들어진 바 있다. 두 작품 모두 전작과 내용은 별개다.

리메이크작인 SBS '사랑과 야망'과 '백한번째 프러포즈' 역시 전에 만들어졌던 작품의 제목을 그대로 따랐으니 귀에 익숙한 것은 당연지사. 현재 준비중인 드라마들도 역시 유명 영화의 타이틀을 그대로 따온 경우가 많다.

오는 26일 방송예정으로 지현우 서지혜 김옥빈 등 신예스타가 대거 출연하는 MBC '오버 더 레인보우' 역시 영화 타이틀을 그대로 가져다 썼다. 영화 '오즈의 마법사'의 OST로 귀에 익은 '썸웨어 오버더레인보우'에서 따온 이정재 장진영 주연의 2002년작 영화 '오버 더 레인보우'를 연상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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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영화 '위대한 유산'(에단 호크, 귀네스 펠트로 주연), 영화 '어느 멋진 날'(조지 클루니, 미셸 파이퍼 주연), 영화 '진짜진짜 좋아해'(임예진 주연)
역시 31일 방송예정인 SBS '천국보다 낯선'도 역시 미국 독립영화계의 거장 짐 자무시 영화의 제목(Stranger Than Paradise)을 그대로 따랐다. 영화는 다른 시기에 미국으로 이주해온 헝가리 출신의 사촌남매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보여줬다면, 드라마는 캐나다 입양아 출신의 변호사(이성재 분)가 톱가수(김민정 분)와 여가수의 매니저(엄태웅 분) 사이에서 우정과 사랑을 두고 갈등하는 내용이다.

11월 방송예정인 이보영 주진모 주연의 SBS '게임의 여왕'도 역시 베스트셀러 작가 시드니 셀던의 '게임의 여왕(Master of the Games)'의 번역 제목을 따랐다. 이 작품은 1984년 미국에서 TV시리즈물로 만들어졌으며,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올 하반기 촬영에 들어갈 KBS2 '스피드' 역시 할리우드 스타 키아누 리브스에게 액션 스타로서의 명성을 얻게 해준 1994년작 영화 '스피드'의 짧고 강렬한 제목을 따다 썼다. 이서진을 주인공으로 카레이서의 이야기를 다룬 만큼 이만한 제목이 없을 듯은 하다.

역시 '미안하다 사랑한다'라는 히트작을 나은 이형민 PD가 준비중인 '눈의 여왕' 역시 안데르센 원작의 동화로, 해외에서는 여러 번 애니메이션, TV물 등으로 꾸준히 만들어져왔다. 역시 내용은 학교를 다니지 않고 개인교습만 받아온 부잣집딸이 세상과 부딪히며 만들어가는 사랑 이야기로 동화와는 전혀 상관없지만서도.

지난해까지도 '귀여운 여인', '순수의 시대', '슬픔이여 안녕' 등 외화 번역 제목을 그대로 쓰는 경우나 '맨발의 청춘', '굳세어라 금순아' 등 과거 히트작의 타이틀을 리바이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이러한 케이스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타이틀 따오기는 귀에 익어 듣기도 좋고, 친숙해 시청자들의 뇌리에 각인되기 쉽다는 점에서 일단 한 점 먹고들어가는 이득이 있다. 게다가 콘텐츠는 다르지만 전작의 명성을 자연스럽게 연상시킨다는 점에서도 손해볼 것은 없다.

무엇보다 현행 저작권법은 저작물의 제호(제목)를 저작물로 예시하지도 않고, 또 저작물로 보호하는 별도 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이러한 제목 따오기는 법적으로도 문제 될 것이 없다.

이에 대해 (사)한국저작권법학회 박영길 학회장은 "원칙적으로 타이틀과 같은 짧은 문장에는 독립된 사상, 감정을 담고 있다고 보지 않아, 저작물로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며 "이런 저작권법은 국제적으로 거의 통일이 돼있고 타이틀의 저작권은 판례에서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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