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패' 김효선 "정두홍 감독은 나의 평생 스승"

김현록 기자 / 입력 : 2006.06.01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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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효선. 그 이름이 낯설다면 다음의 설명은 어떤가. 스카이 휴대전화 CF의 날렵한 발차기걸, '주먹이 운다'의 쌍문동 효리씨, '무인시대'의 여자무사 소랑, 한국의 장쯔이, 그리고 대한민국 1호 액션 여배우.

이때쯤이면 그녀의 시원시원한 몸놀림과 늘씬한 팔다리가 떠오를 법하다. 그래도 그녀의 얼굴과 이름이 낯설다면? 뭐 그럴 수 있다. 영화·CF·드라마에서 그녀는 대개 과묵했고 표정보다는 몸짓으로 말을 걸어왔으니까.


한국형 액션영화의 새 장을 열었다 평가받고 있는 영화 '짝패'(감독 류승완·제작 외유내강)는 그녀의 이름과 얼굴과 몸짓을 한꺼번에 기억하게 할 본격적인 작품이다. 김효선이 맡은 역할은 배신자 달호의 곁을 지키는 여자 고수. 4명이 한 조를 이뤄 그림자처럼 움직이지만 홍일점 김효선은 그 중에서도 유독 눈길을 끈다. 도회적인 외모, 세련된 맵시, 그리고 중간중간 선보이는 예사롭지 않은 액션에 반한 관객들은 '대체 그 미녀 고수가 누구냐'고 묻곤 한다.

하지만 욕심쟁이 김효선은 마냥 행복하지가 못하다. 생각만큼 나와주지 않은 액션신이 아깝고 속상해서다. 그녀의 스승이자 영화의 주연을 겸한 정두홍 무술감독은 중국까지 가서 그녀가 휘두를 연검을 사오기까지 했는데, 사용할 기회까지 사라졌다. 영화가 속도감 있게 달려가느라 뒷부분 격투신을 일부 들어낸 탓이다.

"맘껏 즐기며 촬영하기는 했는데, 욕심을 내지는 못한 것 같아요. 열심히 했다는 데 후회는 없지만 더 들이댈걸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더 잘 할 수 있었을텐데."


그녀가 액션연기에 온 몸을 던진 지도 벌써 6년이 흘렀다. 그녀는 "액션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고 회상한다. 2000년, 그녀는 철없는 가수 겸 배우 지망생이었다. 액션 연습을 위해 서울액션스쿨을 찾은 그녀를 눈여겨 본 정두홍 무술감독이 먼저 꼬셨다. '완성도 있는 액션을 해내는 전문 스턴트맨은 있어도 성룡이나 장쯔이나 양자경같은 제대로 된 액션 '배우'는 한국에 없다. 한국의 장쯔이를 함께 꿈꿔보지 않겠느냐'고.

보라매공원 한 켠 초라한 체육관이 서울액션스쿨의 전부이던 시절이었다. 김효선은 야외에 놓인 의자에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건네 온 정두홍 감독이 후줄근한 추리닝에 운동화 차림이었다고 회상한다. 무엇이 갓 스물이 된 소녀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그녀는 무작정 액션스쿨에 출근해 피와 땀과 눈물을 쏟아가며 연습에 매달렸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지금 그녀는 제 1호 대한민국 액션 여배우가 됐고, 정두홍 감독은 떠올리기만 해도 눈물이 나는 '평생 스승'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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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김효선은 지금 까다로운 기로에 놓였다. '액션' 여배우로 존재를 알린 탓에 '배우'로 나아가기 위해 '액션'의 틀을 깨야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액션 배우로 낙인찍혀서 여전사나 보디가드 같은 역만 들어왔어요. 액션만 보고 연기는 봐주시지 않는 거죠. 대역하는 스턴트우먼으로 오해받은 적도 있어요. 상처도 많이 받았죠." 그래서 그녀는 용감한 선택을 했다. 액션의 대척점에 있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는 것이다.

김효선은 최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성황리에 공연을 끝낸 뮤지컬 '인어공주'에서 타이틀롤을 맡았다. 가수 지망생이었던 재능을 십분 살린 선택이었다. 새롭게는 왁자지껄한 조폭 코미디 '가문의 부활:가문의 영광3'에 출연을 결정지었다. 다음달 방송에 들어가는 KBS 시트콤에선 섹시한 간호사로 웃음을 선사할 예정이다. 이제야 서늘한 카리스마 뒤에 숨어있던 그녀의 세련된 미모와 따뜻한 미소, 남몰래 연습해온 코믹 연기가 제 힘을 발휘할 때가 오는가.

액션을 버려둔 그녀를 불안해하지 않아도 괜찮다. 화려하고 절도있는 액션은 그녀의 특기 가운데 하나일 뿐 배우 김효선의 전부가 아니니까. 그녀가 아예 액션을 떠날까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 '한국의 장쯔이'를 꿈꾸는 이 성실한 여배우는 결코 액션을 포기하지 않을테니. 연기와 함께 전문 액션을 선보일 수 있는 그녀를 대신할 수 있는 배우는 아무도 없다. 그러니 우리는 배우 김효선의 얼굴과 이름과 연기를 이제부터 기억하면 된다. 한번 기억한 그녀의 존재를 잊어버리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사진=윤인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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