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승 1패 탈락 기억 안 나?" 日전문가, 독일 이겨 흥분한 열도에 찬물 [월드컵]

김동윤 기자 / 입력 : 2022.11.27 16:25 / 조회 : 7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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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축구국가대표팀이 지난 23일 카타르 도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E조 독일과 경기에서 2-1로 승리 후 기뻐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일본의 한 축구 전문가가 독일전 승리로 과열된 열도에 찬물을 끼얹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2승 1패를 하고도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던 아픈 과거가 있어서다.

일본 매체 닛칸스포츠의 축구 칼럼니스트 오기시마 고이치는 27일(한국시간) "최근 도하의 기적을 보면 '마이애미의 기적'이라며 마음을 불편하게 했던 애틀랜타 올림픽 때의 트라우마가 되살아난다"고 작심 발언했다.

지난 23일 일본 축구국가대표팀은 카타르 도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E조 첫 경기에서 독일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일본의 첫 월드컵 역전승이었고 독일에 월드컵에서 패배를 안긴 두 번째 팀이 됐다. 첫 번째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독일에 2-0 승리를 거둔 한국이다. 모두가 기대하지 않던 승리였던 만큼 일본은 흥분의 도가니가 됐다. 코스타리카와 2차전을 앞두고 있지만, 일본 현지에서는 연일 독일전 승리와 관련된 보도가 쏟아지는 상황.

오기시마는 "독일전 승리에 대한 기쁨이 계속되고 있지만, 매일 보도되는 도하의 기적이란 말은 부담스럽다. 일본 대표팀의 목표는 8강 이상이며, 이것을 달성해야만 기적이라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이토록 설레발을 경계한 이유는 과거 이와 비슷한 전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일본 U-23 축구대표팀은 브라질, 나이지리아, 헝가리와 함께 D조에 속했다. 당대 최강으로 불리던 브라질과 첫 경기에서 일본은 이토 테루요시의 골로 1-0 승리를 거두는 이변을 연출했다. 마이애미 오렌지볼 경기장에서 열려 일본에서는 마이애미의 기적이라 부르는 경기다.

하지만 이때 일본 U-23 대표팀은 2차전에서 조 본프레레 감독이 이끄는 나이지리아에 0-2로 패해 기세가 꺾였다. 3차전에서 헝가리에 3-2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둬 조별리그를 2승 1패로 마무리했으나, 조 3위로 탈락했다. 브라질과 나이지리아도 같은 2승 1패로 승점 6을 기록했지만, 득실 차에서 밀린 것이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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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현지의 일본 축구국가대표팀 응원단./AFPBBNews=뉴스1


오기시마는 "그때 일본 대표팀을 두고 평정심을 잃었다고 했지만, 마이애미의 기적에 더욱 흥분한 것은 언론과 팬들이었다"면서 또 한 가지 예로 1994 미국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마지막 경기를 예로 들었다. 우리에겐 도하의 기적, 일본에서는 도하의 비극이라 불리는 그 날이다. 같은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마지막 경기에서 한국은 북한에 3-0 승리, 일본은 종료 직전 이라크에 동점골을 내주고 2-2 무승부를 거둬 한국이 극적으로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두 번의 비극을 기억했기에 무엇보다 코스타리카전 승리가 중요하다고 봤다. 오기시마는 "첫 번째로 할 일은 코스타리카를 이기는 것이다. 점수 차를 고려하면(스페인의 코스타리카전 7-0 승) 10점을 내는 것이 최선이지만, 비현실적이다. 오히려 우리가 질 가능성이 있다. 역사적인 승리를 거둔 후라 더욱 걱정된다"면서도 "1998 프랑스 월드컵 후 조별리그에서 2승을 거둔 팀이 탈락한 적은 없다. 코스타리카를 이길 수 있다면 16강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2차전에서 일본과 스페인의 동반 승리, 최악의 시나리오는 독일이 스페인을 이기는 경우라고 봤다. 골득실에서 스페인이 압도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에 3차전 맞대결이 부담스럽다는 것이 이유.

오기시마는 "지금 같은 3파전은 일본이 스페인, 독일과 같은 링에서 싸우고 있다는 증거다. 월드컵 무대에서 이럴 수 있어 행복하다. 하지만 우선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27일 일본을 응원하고 28일 새벽에는 스페인을 응원하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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