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 빌드업, 세계적 강팀에도 '통할 수 있다' 증명 [레전드 김동진의 월드컵 포커스]

이원희 기자 / 입력 : 2022.11.26 09:57 / 조회 : 2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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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24일 우루과이전을 마치고 팬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AFPBBNews=뉴스1
카타르 월드컵 H조 우루과이전 0-0 무승부(24일)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잘해주었다. 우루과이전에서 전반을 지배했다고 생각한다. 우세할 정도로 미드필더 라인부터 볼을 점유하며 빌드업하는 부분이 강했다. 중원에서의 압박이 좋았고 우루과이가 자기 플레이를 하지 못하도록 잘 막았다.

후반에 들어간 조규성(24·전북현대), 이강인(21·마요르카)도 잘했다. 팀에 도움이 되는 플레이를 펼쳤다. 수훈선수를 꼽자면 미드필더 전부라고 생각한다. 황인범(26·올림피아코스), 이재성(30·마인츠), 정우영(33·알사드)이 있는 중원이 좋았다. 정우영은 태클을 많이 시도하면서 볼을 가져와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해줬다.

하지만 전방으로 치고 들어가는 것에 있어 마무리가 아쉬웠다. 마지막 공격 과정에서 상대 수비에 봉쇄당했다. 또 우루과이가 우리쪽 수비 뒷공간으로 다이렉트로 공을 보내는, 롱볼 플레이를 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런 상대 찬스에서 슈팅을 허용해 아쉬웠다. 대처는 좋았지만 다음 경기에선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 또 세트피스에서 실점 위기도 있었다. 볼이 정지됐을 때 집중해야 한다.

마스크를 쓴 손흥민(30·토트넘)에겐 어려운 경기였다. 하지만 손흥민은 손흥민이었다. 전반에 상대 수비 두 명을 제치고 슈팅하는 장면은 손흥민만 할 수 있는 것이었다. 후반 왼발 슈팅도 아쉬웠지만 상대 수비에게 위협을 가했다. 손흥민이라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상대 수비에는 위협이 된다. 이로 인해 다른 선수들에게 공간이 생길 수 있다. 팀에 정말 도움이 많이 되는 선수다. 한국은 수비에서 내려섰다가 역습 찬스를 진행하는데, 손흥민은 빠른 스피드를 활용해 공간을 찾아간다. 후반 44분 반칙이 불리지 않았지만 이런 역습 찬스가 있었다.

김민재(26·나폴리)는 첫 월드컵, 첫 경기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김민재가 있었기 때문에 우루과이의 다윈 누네스(23·리버풀), 루이스 수아레스(35·클루브 나시오날), 에딘손 카바니(35·발렌시아)가 제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 김민재가 마크를 잘해줬다. 또 팀 전체가 수비를 잘해준 것 같다. 공간 패스를 내주지 않았다. 슈팅을 허용한 것은 중거리 슈팅 아니면 세트피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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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과이 공격수 다윈 누네스를 막아내고 있는 대한민국 수비수 김민재(왼쪽). /사진=AFPBBNews=뉴스1
이강인은 후반에 투입돼 좋은 패스를 보여주었고, 적극적으로 압박했다. 볼 소유도 잘했다. 후반에 들어와서 번뜩였던 것 같다. 김진수는 공격 가담이 많지 않았지만 수비가 정말 좋았다. 손흥민과 같은 라인이었다. 포지션이나 좋은 위치를 찾아 손흥민에게 좋은 연결을 해줬다. 두 선수의 콤비 플레이가 좋았다.

황의조(30·올림피아코스)는 그 누구보다 아쉬울 것이다. 스트라이커는 골을 넣어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전반 34분 슈팅 장면은) 아무래도 첫 경기여서 힘이 많이 들어간 것 같다. 하지만 능력이 있으니 다음 경기에 찬스가 오면 골을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유럽에서 뛰었고 경험이 많은 선수이니 잘 이겨낼 것이라고 믿는다. (부진 탈출을 위해) 강한 멘탈을 유지하는 등 본인이 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팀원들이 도와주는 것도 중요하다. 자신감을 불어넣어주고 믿음을 줘야 한다. 그런 부분에서 오는 힘이 있다.

부상으로 빠진 황희찬(26·울버햄튼)은 속도가 있는 선수다. 힘과 기술, 스피드가 있고 골 결정력도 갖췄다. 역습을 할 때 손흥민 혼자 있는 것과 손흥민, 황희찬이 같이 있는 것은 다르다. 상대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선수가 한 명 더 있게 된다. 빨리 회복해 경기를 뛰었으면 한다.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강한 상대를 맞아 선수들이 매우 잘해준 것 같다. 월드컵 첫 경기에서 이렇게 잘한 경기가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팀이 하나라는 것을 느꼈고, 파울루 벤투(53) 감독의 빌드업 축구가 세계적인 강한 팀을 상대로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선수들도 자신감이 생겼을 것이다. 2차전 가나와 경기에서는 원하는 플레이를 하면서 세밀함, 마무리에 조금 더 신경을 쓰면 이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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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에이스 손흥민. /사진=AFPBBNews=뉴스1
다른 경쟁팀 포르투갈은 가나를 이겼는데 우리에게 유리하다고 본다. 포르투갈이 다 이긴다고 가정했을 때 한국은 조 1위보다는 2위로 16강에 진출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또 한국-포르투갈전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이다. 2차전에서 한국이 가나를 이기고, 포르투갈이 우루과이를 잡는다고 했을 때 그때 상황을 보면 된다. 가나가 2패라면 마지막 경기에서 우루과이를 어떻게든 이기려고 할 것이다.

우리 선수들은 우루과이전에서 모두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잘해줬다. 승리는 못했지만 결과를 가져왔다. 월드컵의 분위기, 월드컵의 중요성,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 등 여러 가지 감정들을 첫 경기를 통해 느꼈는데, 2차전은 또다른 경기이니 회복이 우선이다. 대한민국이 강팀이라는 것을 증명했고, 두 번째 경기에서도 증명해주길 바란다. 가나전도 잘 준비해 승리했으면 좋겠다. 멀리서 응원하겠다.

/김동진 킷지(홍콩)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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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코치.
김동진(40)은 1999년 청소년대표를 시작으로 월드컵(2006, 2010년), 올림픽(2004, 2008년), 아시안게임(2002, 2006년) 등에서 국가대표 수비수로 활약했다. 국내 프로팀으로는 안양 LG, FC서울, 울산 현대 등에서 뛰었고, 러시아 제니트와 중국 항저우, 태국 무앙통, 홍콩 킷지 등 해외 무대도 경험했다. 현재 킷지 코치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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