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염갈량을 선임한 진짜 이유, 왜 "LG 우승"이 조롱처럼 안 들리나

김우종 기자 / 입력 : 2022.11.19 21:08 / 조회 : 4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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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경엽 LG 트윈스 감독. /사진=뉴시스
한때 일부 팬들 사이에서 'LG 우승'이라는 말은 짐짓 조롱 섞인 의미가 담긴 말이기도 했다. 이른바 실력을 갖추지 못하는 하위권 팀이 실현 불가능한 목표를 잡는 것 아니냐는 의미가 내포돼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LG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은 1994년. 이후 올 시즌까지 포함해 28년 동안 LG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우승과 거리가 먼 팀이라는 게 팀 성적으로도 나타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 LG 트윈스를 평가할 때 과연 "야구를 못하는 팀"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가 몇이나 있을까. 2017년 6위, 2018년 8위에 자리했던 LG는 최근 4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했다. 2019 시즌을 앞두고 차명석 단장이 새롭게 부임했다. 당장 8위였던 팀이 차 단장 부임 후 2019년과 2020년 4위로 점프했다.

만약 팀이 강하지 않았다면 금방 다시 순위가 내려앉았을 것이다. 그러나 반짝이 아니었다. 2021 시즌에는 페넌트레이스 공동 1위(KT·삼성)에 1.5경기 차 뒤진 3위로 정규 시즌을 마쳤다. 이어 2022 시즌에는 1위 SSG에 2경기 차 뒤진 2위로 페넌트레이스를 마감했다. 류지현 전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2년 간 거둔 성적은 159승16무113패(승률 0.585). 최근 2시즌 10개 구단 통틀어 최고 성적이다.

이제 LG는 새로운 사령탑과 3년 동행을 약속하며 다시 시작한다. '지략가'로 알려진 염경엽 신임 감독을 영입했다. LG의 올 시즌 목표는 당연히 우승. 염 감독 역시 취임식에서 "우승"을 목표로 외치며 선수단에 확실한 메시지를 심어줬다. 그렇지만 당장 우승 못지않게 또 중요한 게 있다. 바로 팀을 연속성 있는 진정한 '리그 강팀'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염 감독은 적임자다. 그는 프런트와 현장으로부터 두루두루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LG 구단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염 감독은 과거부터 팀의 시스템이나 문화를 잘 만드는 감독으로 평가를 받아 왔다. 늘 시즌 종료 후 모든 구단의 신임 감독 후보 0순위로 거론되지 않나"면서 "특히 그가 과거 감독직을 수행했던 팀을 떠난 뒤에도 계속해서 좋은 성적을 낸 부분을 그룹에서 주목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면들을 봤기 때문에 LG가 전격적으로 염 감독에게 손을 내밀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그랬다. 과거 염 감독이 처음으로 감독직을 시작했던 넥센(현 키움)은 리그 강팀으로 자리매김했다. 그가 처음 사령탑으로 부임했던 2013년부터 감독직을 내려놓았던 2016년까지 넥센은 4시즌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이후 2017년을 제외하고 키움은 5시즌 연속 가을야구를 경험했다.

SSG 랜더스도 마찬가지. 2017년 그가 SK(SSG 랜더스 전신) 와이번스 단장으로 부임한 뒤 이듬해 팀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SK 단장과 감독을 역임하면서 트레이드를 통해 부족했던 전력을 보강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SSG 역시 무너지지 않은 채 올해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프로의 세계에서 팀이 무너지는 건 한 순간이다. 그렇지만 두 팀 모두 염 감독이 떠난 뒤 적어도 무너지지 않고 성적을 냈다.

염 감독은 지난해 12월 무보수로 KBO(한국야구위원회) 아카데미 디렉터를 맡아 전국 순회 강연을 다녔다. 아마 야구 지도자들의 코칭 능력 향상을 위한 강의였는데, 당시 오히려 각 구단의 프런트 실무진들이 많이 참석해 강의에 귀를 기울였다. 각 구단에서 그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염 감독과 LG의 계약 기간은 3년. LG는 2002년 이후 20년 동안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지 못했다. 따라서 당장 꼭 우승이 아니더라도, 내년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것만으로도 구단 입장에서는 의미있는 성과로도 볼 수 있다.

염 감독이 부임하면서 팀은 더욱 강해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제 더 이상 'LG 우승'이라는 말이 조롱처럼 들리지 않는 이유다. 염 감독은 취임식에서 "저희 트윈스는 충분히 우승할 만한 전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한 뒤 "제 목표도 우승 감독이다. 저의 꿈이기도 하다. LG 팬 분들께 우승으로 보답할 수 있는 감독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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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진해수, 염경엽 감독, 김현수, 오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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